변곡점에 선 소비자물가…하반기 물가 꺾일까
유가·기저효과 줄어드는 8월부터 반등 전망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를 기록하며 2달 연속 2%대를 터치했다. 하지만 물가가 한풀 꺾였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국제유가 하락세와 지난해 고점이던 물가의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8월부터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서다.
2일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대비 2.3% 오르는데 그쳤다.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의 최저치이며 지난 6월(2.7%)에 이은 2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이후 대체로 내리막길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1월 5.2%를 기록한 후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를 기록했다.
지난해 물가 급등의 주요 원인이었던 국제 유가가 올 들어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가 크다. 7월 석유류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1월 이후 최대폭인 25.9% 감소해 전체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을 주도했다.
실제 지난해 7월 배럴당 106.5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지난달에는 평균 80.5달러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휘발유(원·리터)는 2030.0원에서 1585.5원으로 뚝 떨어졌다.
기저효과도 크다. 지난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로 고점을 찍은 바 있다. 같은달 전기와 도시가스요금도 각각 5원/킬로와트(kWh), 1.11원/MJ(메가줄) 인상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안정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식료품 에너지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률로 6월 3.5%에 비해 0.2%포인트 떨어졌다. 5월(3.9%)보다는 0.6%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가 작용하면서 예상대로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면서 "근원물가 상승률도 개인서비스물가 오름폭이 점차 축소되면서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물가 하락세가 추세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6~7월 물가 하락을 이끌던 기저효과가 줄어들고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김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며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를 다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의 올해 근원물가 전망치는 3.3%다.
최근 들어 국제 유가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두바이유는 지난달 31일 기준 85.64달러를 기록하며 석 달만에 배럴당 85달러를 돌파했다. 비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우려와 미국 재고 감소 등이 겹치면서다.
여기에 다음달 중에 사우디가 추가 감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며 향후 유가가 더 오를 것이란 예상이 높다. 국제 유가가 국내 석유에 반영되기까지는 2~4주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하반기 중으로 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가 2%대를 기록했지만, 에너지 등 석유류 하락에 따른 효과가 컸다"면서 "가을에 가면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고 봤다.
지난달 집중호우에 따른 농축산물 가격 급등과 8월부터 교통 요금이 줄줄이 인상된다는 점도 물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달 12일부터 버스요금을 300원 인상하고, 10월에는 지하철요금을 150원 올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의 잠재 요소로 거론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곡물가가 최대 1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차를 두고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반기 국제유가 반등과 집중 호우에 따른 신선식품 가격 상승 압력을 비롯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확대로 곡물가까지 오르면서 물가가 잡혔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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