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서 항공권 샀더니 취소수수료가 2배? 공정위, 여행사 불공정약관 직권조사 나섰다
A씨는 지난 2월 12일 일요일 여행사 모바일 앱을 통해 부산-나리타 항공권을 구매했다. 표를 잘못 구매한 사실을 알고 당일 취소하려 했지만, 여행사와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다.
다음 날인 월요일이 돼서야 취소를 요청할 수 있었다. 여행사는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을 기준으로 취소수수료를 산정해서 부과하겠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여름 휴가와 추석을 대비해 온라인으로 항공권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항공권 관련 소비자 피해도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여행사를 대상으로 불공정약관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섰다.
소비자원은 올해 상반기 접수된 항공권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834건으로 전년 동기(305건) 대비 173.4% 늘었다고 2일 밝혔다. 같은 기간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 수는 393만여명에서 2440만여명으로 약 520% 증가했다.
조사에 따르면, 항공권 관련 소비자 피해 3건 중 2건은 여행사 구매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관련 신청은 총 1960건으로, 이 중 67.7%에 해당하는 1327건이 여행사를 통한 구매였다.
여행사에서 구매하는 경우 항공사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계약 조건이 불리한 경우가 많다. 정보 제공정도와 취소 시 환급조건, 특히 취소수수료에서 차이가 난다고 소비자원 측은 설명했다.
여행사에서 구매한 항공권 취소 시, 취소수수료를 이중으로 내야할 수도 있다.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항공권은 각 여행사가 항공사와 체결한 계약 조건에 따라 항공권 가격이 달라 항공사 직접 판매 가격보다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여행사를 통해 구매한 항공권은 취소 시 항공사의 취소수수료와 여행사의 취소수수료가 함께 부과된다.
또 주말과 공휴일 등 영업시간 이외에는 대부분 여행사가 실시간 발권은 하면서도 즉시 취소처리는 하지 않는 문제점도 있다. 통상 항공사는 예매 후 24시간 이내에는 취소수수료 없이 환불처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여행사는 영업시간 외에는 발권취소가 불가능해 취소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항공사 사정으로 운항 일정이 변경되거나 결항했음에도 구매처인 여행사에서 소비자에게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안내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변경된 운항 정보의 고지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항공사와 여행사 간 책임 떠넘기기로 소비자가 직접 수수료를 지급하고 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해야 하는 피해 사례도 있었다.
해외 온라인 여행사의 경우에는 변경·취소·환급 관련 주요 정보를 항공사에서 직접 확인하도록 안내하거나, 항공권 예약등급과 세부 가격정보 등이 확인하기 어렵게 돼있는 등 정보 제공이 부족한 사례도 많았다. 사업자 일부는 항공권 환급 시 포인트로 지급하거나, 항공사 사정에 의한 항공권을 취소하는 경우에도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원은 피해다발 해외 온라인여행사들에게 자율 개선을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영세한 해외온라인 여행사의 경우 연락조차 되지 않는 등 해결이 쉽지 않아 구매 단계에서부터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정위는 여행사 항공권 구매대행 약관을 조사하고 있다. 주말과 공휴일에 환불이 불가능한 조항 등 여행사의 항공권 구매대행 약관을 검토해 불공정약관조항을 시정할 계획이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또 영업시간 외에 판매·발권은 가능하면서 취소가 불가능한 일부 사업자들의 시스템과 관련해 항공사와 여행업협회 등 사업자단체와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여행사 상위 사업자 중심으로 불공정약관 직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르면 9월 중 시정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현기자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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