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과일 썩어 다 버려야 할 판"…'폭염'에 시장 상인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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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고온에 과일들이 썩고 있어 다 버려야 할 판입니다."
1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70대)는 "날씨가 너무 더워 장사가 안 되는 수준이 아니라 하나도 안 팔리는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수산물 상인 오인식씨(70대)도 "코로나 때 손님들이 확 줄었는데 계속되는 불볕더위에 발길이 뚝 끊겼다"면서 "상인들이 하나둘 장사를 접으면서 시장이 휴점인 것 같은 분위기"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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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캉스' 쇼핑몰과 희비…"이젠 나이든 사람도 에어컨 찾아"
(서울=뉴스1) 정지윤 김민석 기자 = "이상고온에 과일들이 썩고 있어 다 버려야 할 판입니다."
1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70대)는 "날씨가 너무 더워 장사가 안 되는 수준이 아니라 하나도 안 팔리는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서울의 최고기온은 34도로 나흘 연속 33도를 넘는 무더위가 이어졌다. 찌는 날씨에 경동시장과 중부시장 오후는 장을 보러온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로 한산했다.
김씨는 "폭염에 휴가철이 겹쳐 이전보다 발주량을 20%가량 줄였다"며 "날씨가 너무 더워 밖에 내놓기보다는 냉장고에 넣어두고 납품만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복숭아는 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싱거워지고 맛이 없어진다"면서 "맛없는 과일을 팔았다간 욕을 먹는데 팔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김씨뿐 아니라 과일·야채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제때 팔아야 손실을 피하는데 연일 계속되는 이상고온에 장사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중부시장의 야채상 민모씨(60대)는 "장사가 완전 제로"라며 "정부가 매일 문자로 폭염경보를 보내며 집에 있으라고 하는 영향도 큰 것 같다. 이대로라면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20여년 동안 건어물 장사를 한 노경기씨(60대)는 "가뜩이나 불경기인데 역대급 폭염이 겹쳐 장사를 계속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IMF 때도 코로나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탄했다.
실제 기록적인 폭염에 가게 문을 열지 않거나 문을 열더라도 일찍 접고 들어가는 상인들이 부지기수였다.
수산물 상인 오인식씨(70대)도 "코로나 때 손님들이 확 줄었는데 계속되는 불볕더위에 발길이 뚝 끊겼다"면서 "상인들이 하나둘 장사를 접으면서 시장이 휴점인 것 같은 분위기"고 안타까워했다.
매대를 정리하던 한 상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게 문을 열었지만 역시나"라며 "장사를 아예 접은 곳도 있고 오전에 잠깐 나왔다가 들어간 상인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서울 내 전통시장 풍경은 몰캉스(몰+바캉스)족이 몰리면서 특수를 맞은 대형쇼핑몰과 완전한 대조를 보였다.
경동시장·중부시장 등은 아케이드로 천장이 막혀 있는 구조 때문인지 뜨거운 공기가 전체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부 점포는 에어컨과 선풍기를 가동했지만, 상인들의 더위를 조금 식혀줄뿐 장을 보러온 손님은 한증막에 들어온 듯한 열기를 견뎌야 했다.
건어물상 김모씨(70대·여)는 "요즘엔 젊은 사람뿐 아니라 나이가 든 사람들도 에어컨을 좋아하는데 시장은 에어컨을 놓을 형편이 안 되다보니 손님이 더 안 오게 됐다"면서 "지난 여름엔 선풍기도 1대였는데 올여름은 너무 더워 1대를 더 들였지만 덥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편 전통시장 상인들의 걱정은 지표로도 나타난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7월 전통시장 전망 경기지수(BSI)는 56.5로 전망치 기준 지난달보다 13.5포인트 하락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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