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국 미국의 ‘최고 신용등급’ 박탈...코스피·코스닥 하락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1일(현지시각)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낮춘 ‘AA+’로 내렸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건 지난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AAA’에서 ‘AA+’로 내린 뒤 12년 만이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 신용등급 하락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미국의 최고 신용등급이 박탈되자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피치의 등급은 ‘AAA’, ‘AA+’, ‘AA’, ‘AA-’, ‘A+’ 순이다. 미국이 이번에 ‘AA+’로 내려가면서 ‘AA-’인 한국은 피치 등급표에서 미국보다 세 계단 밑에서 두 계단 밑이 됐다.
◇”재정 악화·정부 부채로 강등” vs “자의적 결정”
이날 피치는 향후 3년간 미국 재정 악화가 예상되고 일반 정부 부채 수준도 현재 높은 상황인 데다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올해 112.9%로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2019년 100.1%)을 크게 웃돈다”고 했다.
피치는 또 “미 정치권이 부채 한도를 2025년 1월까지 유예하기로 한 초당적 합의에도 재정·부채 문제를 포함해 지난 20년간 지배구조가 꾸준히 악화됐다”고 했다. 부채한도 상향을 놓고 정치권이 교착하다 막바지에야 해결책을 내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재정 운영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앞서 피치는 지난 5월 미국 부채한도 상향 여부를 두고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자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향후 등급을 내릴 수도 있는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편입했다. 이로부터 2개월여 뒤인 이날 신용등급을 실제로 내렸고, 그러면서 향후 전망은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피치는 “신용 여건 악화와 투자 감소, 소비 하락이 미국 경제를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약한 침체로 밀어넣을 것”이라며 경기 침체 가능성을 함께 제기했다.
피치의 강등 조치 직후 미국 정부는 강력 반발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피치가 적용한 평가모델은 트럼프 행정부 때 하락했다가 바이든 행정부 들어 상승했다”며 “미국 경제가 세계 주요국 중 가장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이 시점에서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것은 현실에 어긋난다”고 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이) 자의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결정”이라고 했다.
◇美 증시 선물 일제히 하락…2011년 악몽 반복?
이날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은 뉴욕 증시가 정규장을 마감한 후 발표됐다. 이에 따라 미 증시 선물은 일제히 하락 중이다. 1일 오후 8시 15분 기준 나스닥100 선물은 0.21%, S&P500 선물은 0.2%, 다우 선물은 0.09%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0.18% 떨어진 102.12로 하락했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4.7원 급등해 129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가 1.9% 내린 2616.47에, 코스닥 지수는 3.18% 내린 909.76에 마감했다. 닛케이 평균은 이날 2.3% 빠지며 작년 9월 14일(-2.78%) 이후 약 1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고, 홍콩 항셍지수는 2%대 떨어졌다.
2011년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 미국 증시는 15% 이상 폭락했다. 발표 후 열린 국내 주식 시장에서 코스피도 3.82% 빠졌었다. 2011년의 증시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2011년 당시엔 S&P가 갑작스레 신용등급을 내렸고, 유럽 재정 위기 국면이었으며, 공화당과 민주당의 극단적 대립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번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이 미치는 여파가 장기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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