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물 빼자"…우크라, 2차대전 참전비에서 '낫·망치' 철거

김성식 기자 2023. 8. 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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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자국 내 2차 세계대전 참전비 등 역사·문화 유적에서 구소련의 상징을 도려냈다.

AFP 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는 수도 키이우 전쟁박물관 공원에 설치된 '조국 기념비'(Motherland Monument)의 방패 부분에서 소련의 상징물인 낫과 망치를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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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조국기념비' 방패 교체 착수…우크라 삼지창 '트리주브'로 변경
소련유적 전시 제한하는 '탈식민지법'… 사업비 9억원, '돈 낭비' 지적도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작업자들이 전쟁 박물관에 설치된 '조국 기념비'에서 구 소련의 상징물인 낫과 방패를 철거하고 있다. 2023.8.1.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자국 내 2차 세계대전 참전비 등 역사·문화 유적에서 구소련의 상징을 도려냈다.

AFP 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는 수도 키이우 전쟁박물관 공원에 설치된 '조국 기념비'(Motherland Monument)의 방패 부분에서 소련의 상징물인 낫과 망치를 제거했다.

우크라이나 건축가 빅토르 엘리자로프가 설계한 조국 기념비는 2차 세계대전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지난 1981년 제막됐다. 오른손에 칼을, 왼손에는 방패를 높이 든 62m 높이의 동상이 결연한 표정으로 키이우 시내를 내려다보는 모습이다.

동상이 제막됐을 때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소련의 일부였기 때문에 소련의 농부와 노동자를 상징하는 낫과 철이 방패 전면에 새겨지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가 독립국가가 된 데 이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으면서 '철거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우크라이나 문화부는 지난달 동상 방패 부분에서 망치와 낫을 '트리주브'라고 불리는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삼지창 문양으로 변경하는 안을 발표한 뒤 이날 실행에 옮겼다.

올렉산드르 트카첸코 당시 문화부 장관은 "많은 이들이 우크라이나가 소련화 됐던 과거를 극복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 4월 자국 내 러시아식 지명 표기를 변경하고 소련 유적 전시를 제한하는 내용의 '탈식민지법안'에 서명해 이러한 문화부 계획에 힘을 실어줬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작업자들이 전쟁 박물관에 설치된 '조국 기념비'에서 구 소련의 상징물인 낫과 방패를 철거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지난달 31일 시작된 제거 작업은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이뤄졌다. 리프트에 탄 작업자들은 방패의 낫과 망치를 잘라낸 뒤 이를 밧줄에 매달아 지상으로 내렸다. 트리주브가 새겨진 새 방패는 오는 24일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에 맞춰 동상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날 유리 사브추크 전쟁박물관 관장은 "우린 탈공산화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방패 교체는 이를 위한 주요 작업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침공 전에 이러한 작업을 마무리했어야 했다"며 "러우 전쟁을 계기로 과거에 미뤄놨던 여러 질문들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조국'이 구소련을 연상시키는 만큼 기념비 명칭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공공장소에서의 소련 유적 전시를 제한하는 탈식민지법안 취지에 맞게 동상을 완전히 철거하거나 박물관 내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새 방패의 트리주브를 제작한 조각가 올렉시 페르가멘쉬크는 "소련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철거해야 한다는 건 맞지 않다"며 "동상은 그리스 복장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방패 교체 작업이 마무리되면 소련풍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패 교체에는 75만달러(약 9억원)가 소요됐다. 문화부는 우크라이나 국민 85%가 이 사업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지난달 공개했지만, 전시 상황에서 가뜩이나 무기 구입만으로도 빠듯한 재정을 불요불급한 사업에 사용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문화부는 기업 후원을 통해 사업 재원을 충당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지난달 20일 트카첸코 장관이 전격 사임했다. 그러면서도 트카첸코 장관은 사의문을 통해 "우린 지금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따라서 전쟁 중 문화는 드론만큼이나 중요하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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