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신축 공동주택 지하 ‘물막이판 설치’ 의무화

지난해 8월 경기 안양시에 밤사이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동안구 비산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지하주차장이 침수됐다. 사진은 물이 찬 지하 1층 주차장의 모습. 연합뉴스

집중호우 때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등의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서울시가 지하공간 물막이판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에 법 개정을 건의한다고 2일 밝혔다. 다만 지난해 강남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을 때 물막이판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바 있어 빗물 차단 실효성을 높이는 데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날 “이번 폭우에 따라 지하공간 침수 대비책 마련을 본격화하기 위해 (신축 공동 주택의) 지하공간 물막이판 설치를 의무화한다 ”고 밝혔다 . 이에 따라 앞으로 공동주택 건축위원회 심의 상정 시 지하주차장 입구에 물막이판 설치계획을 포함해야 한다 . 대상지 입지여건 등을 고려해 위원회 심의에서 침수 가능성이 없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설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서울시는 또 빗물유입 방지효과를 높이기 위해 필요시 주차장 출입구에 방지턱과 빗물 배수관(드레인)을 병행 설치하는 방법도 검토한다. 비가 많이 내릴 때 물을 모아둘 수 있도록 경사지에 위치하거나 규모가 큰 공동주택 단지 내에 빗물을 담아둘 수 있는 ‘빗물 연못’ 조성도 권장할 계획이다. ‘빗물 연못’이 배수관로에 물이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거라 보고 시는 관련한 기술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시는 방재지구나 자연재해위험지구에만 물막이판을 설치하도록 규정한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등을 모든 지역에 물막이판을 설치하도록 개정해달라고 국토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다만 기후위기로 인해 전례 없는 폭우와 국지성 호우 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통상 성인의 허리높이 보다도 낮은 물막이판만으로는 지하주차장 침수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서초구 강남빌딩 지하주차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당시 불어난 물이 지하주차장 입구에 설치된 물막이판을 넘어 쏟아졌다. 물막이판 일부는 빗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주차장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도 했다. 서초구가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했던 2011년부터 지하실을 설치하는 신축 건축물에 물막이판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제역할을 못한 셈이다.

서울시는 “지하주차장 입구 물막이판 설치뿐만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안전시설 확보 및 설치사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