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562억원 PF 대출 횡령사고' ···금감원, 현장검사

15년 PF업무 직원 6년간 빼돌려
금감원 전수 점검, 규모 더 늘듯
"내부통제 부실 의심···엄중조치"
검찰도 주거지 등 압수 수색

[서울경제]

경남은행에서 총 562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횡령 사고가 발생해 금융감독원이 긴급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700억 원대의 우리은행 횡령 사고에 이어 은행권에서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검찰도 이와 관련해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 사고를 계기로 은행권에 PF대출 관리 실태 등을 자체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금융권에서는 추가 검사 과정에서 횡령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금감원은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PF대출 횡령 사고를 보고받고 지난달 21일부터 현장 검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은행 부동산투자금융부장 이 모 씨는 2007년부터 올 4월까지 약 15년간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하면서 PF대출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현장 검사로 당초 경남은행이 자체 감사를 통해 보고했던 77억 9000만 원 외에 484억 원 규모의 추가 횡령 사고를 포착해 총 562억 원 규모의 횡령 혐의를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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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2016년 8월~2017년 10월 부실화된 PF대출(1건, 169억 원)에서 수시 상환된 대출 원리금을 가족 등 제3자의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77억 9000만 원을 횡령했다. 2021년 7월과 2022년 7월에는 차주(PF 시행사)의 자금 인출 요청서 등을 위조해 경남은행이 취급한 PF대출 자금(1건, 700억 원 한도약정)을 가족이 대표로 있는 법인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2회에 걸쳐 총 326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22년 5월에는 PF대출 상환 자금 158억 원을 상환하지 않고 자신이 담당했던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한 사실도 파악됐다.

금감원은 이 씨가 취급하거나 직접 관리했던 대출을 포함해 경남은행의 PF대출 취급 및 자금 입출금 현황을 전수 점검할 방침이어서 횡령 규모는 더욱 커질 수도 있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가 은행의 내부 통제 부실로 발생한 가능성이 큰 만큼 PF대출 등 고위험 업무에 대한 내부 통제 실태도 함께 점검하고 있다. 특히 이 씨가 동일한 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직원의 횡령을 막기 위한 ‘순환근무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점 등도 검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거액의 횡령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금융사의 순환근무와 명령휴가제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내부 통제 혁신 방안’을 마련했었다. 장기근무자(동일 영업점 3년, 동일 본점 부서에서 5년 초과 근무)의 비율을 제한(순환근무 대상 직원 중 5% 이내 또는 50명 이하)하거나 장기근무자 인사 관리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로, 2025년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금감원은 “은행의 특정 부서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인사 원칙 배제, 고위험 업무에 대한 직무 미분리,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 점검 미흡 등 기본적인 내부 통제가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금융 감독 당국은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 통제를 개선하도록 지속적으로 지도·감독해온 만큼 내부 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임세진 부장검사)도 이 씨의 주거지와 사무실, 서울 소재 경남은행 투자금융부 사무실 등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윤지영 기자 yjy@sedaily.com천민아 기자 mi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