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kg의 작인 거인 황유민
아마추어 시절 아시아에서 세계랭킹이 가장 높았던 황유민이 KLPGA투어 15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신고해 ‘특급신인’이라는 기대에 부응했다.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 우승자 황유민과의 일문일답.
우승상금 1억8000만 원을 받은 황유민은 상금랭킹 14위(2억9419만 원)에 안착했다. 그리고 신인왕 레이스에서 김민별을 2위로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 했다. 이번 시즌 내내 김민별에게 한발 뒤처져 있었지만 이번 우승으로 그는 웃을 수 있었다. 김민별은 한국여자오픈에 이어 두 번째 연장전에서 패배하며 첫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우승 당시 대상포진이 걸린 상태라고 들었다. 대회가 금요일부터 열렸는데 3일 전부터 두드러기가 살짝 올라왔다. 그때는 음식을 잘못 먹은 줄 알았다. 2라운드인 토요일이 되자 따끔거리는 통증이 생겼다. 수포가 허벅지 부분에 나타났는데 주머니에 있는 공이나 티를 꺼낼 때 신경이 쓰였다. 경기 중에는 집중해서 그런지 고통이 심하진 않았다. 우승을 하고 그 다음 날부터 심하게 아파 3일간 움직이지 못했다. 그 다음 대회인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우승 세리머니가 생각보다 작았다. 아팠던 탓일까. 아픈건 잊었다. 얼떨떨해서 그랬다. 우승이 맞나 실감이 나지 않았다. 또 굉장히 친한 김민별 선수와 연장전을 치러 그랬던 것 같다. 김민별 선수는 많이 아쉬울 것 같더라. 기쁜 마음의 10%도 표출하지 못했다. 다른 선수였어도 연장전이라는 특수 상황에서는 세리머니가 작았을 것 같다. 만약 다음 대회에서 큰 타수 차로 이긴다면 100% 기쁜 마음을 담은 커다란 세리머니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어떤 전략을 갖고 연장전에 임했는지. 18번홀 티샷에서 시야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신경 써서 드라이버샷을 했다. 그리고 연장전에 돌입하기 전에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돼 거리가 평소보다 더 나가는 걸 캐치했다. 이를 참고해 세컨드샷의 캐리 거리가 더 나가지 않도록 조절했다.
●김민별과 플레이할 때 그의 표정이나 눈빛, 제스처 등을 바라 봤나? 아니면 회피했는지. 둘 다 하지 않았다. 일단 코스에 있을 때는 김민별 선수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내 상황에만 집중했고, 내가 하고자 하는 샷에 모든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 연장전을 치를 때 주변의 잡음이 아예 들리지 않았다. 우승하고 나니 그제야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연장전 당시 우승을 위해 버디를 꼭 해야 했다. 심정이 어땠나. 김민별 선수의 세 번째 샷을 보고 버디 퍼트를 넣으면 우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스피드로 공을 굴리면 될지, 퍼팅 라인은 어디인지 신중하게 바라봤다. 마크한 곳에 공을 두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 버디 퍼트를 성공하고 싶었기 때문에 내 공밖에 보이지 않았다. 긴장이 많이 됐는데 본 대로 공이 굴러갔다.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 살면서 가장 떨린 버디 퍼팅이었다.
● 신인왕 3파전이 치열하다.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두려움이 없다는 점을 꼽고 싶다.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돌아가지 않고 하고 싶은 샷을 더할 수 있다. 직진 스타일이다. 김민별 선수는 굉장히 침착하다. 샷도 똑바로 직진하고 좌우 편차가 작은 안정적인 플레이어다. 방신실 선수는 압도적인 거리를 바탕으로 플레이를 잘하는 선수다. 장타자임에도 정확도가 높다. 하지만 내가 신인왕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원하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어떤 부분을 보충해야 할까. 내 플레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쇼트 게임이 자신 있으면 더 공격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드라이버샷은 자신 있으니 어프로치와 퍼팅을 보완해 장점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하면 될 것 같다.
●장타에 특화된 선수가 된 이유를 꼽아보자. 중학교 3학년 때 얻은 깨달음 덕분이다. 당시 거리가 짧은 편이었다. 대한골프협회에서 개최한 경기에서 장타자인 언니가 쇼트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할 때 긴 채를 잡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지금의 거리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빠르게 빈 스윙 하는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아 장타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지향할 것인가. 그렇다. 원래 하고 싶은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PGA투어 경기를 자주 시청하는데 과감하게 플레이하는 남자 선수 스타일을 따라하고 있다. 체구가 작은데 장타를 치는 잰더 쇼플리나 저스틴 토머스를 가장 좋아 한다. 공격적이면서도 공을 잘 다룰 줄 아는 선수를 보며 연습하고 있다.
●단점으로 ‘급한 성격’을 꼽았다. 공이 잘 맞을 때 흥분을 하고 마음이 앞서 나가는 편이다. 그래서 오히려 안 될 때보다 잘될 때 스스로를 많이 경계한다. 차분한 성격은 아니다. 급하고 빠른 성격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 퍼터가 안 들어가면 마음이 급해지고 화가 난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할 수는 없으니 사람들이 안 보이는 데서 티를 살짝 부러뜨린다(웃음). 그럼 마음을 조금 달랠 수 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는지. 골프 외에 취미가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혼자 코인 노래방에 간다. 싸이나 빅뱅의 신나는 노래를 부른다. 그럼 스트레스가 풀린다.
●골퍼 황유민의 꿈은 무엇인가. 영구 시드를 받는 것. 나는 골프를 무척 좋아한다. 은퇴 생각 없이 꾸준히 경기하는 것이 꿈이다. 또 하나는 LPGA투어에 진출하는 것. 기회가 된다면 진출 시기를 빠르게 당기고 싶다. 전 세계 골프팬들이 내 플레이를 재미있게 보고, 예의 바른 선수로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하반기 목표는. 3승, 그리고 신인왕이 목표다. 시즌 초반에는 티샷 미스와 보기가 굉장히 많이 나왔다. 구질을 바꾼 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조급함을 버리면 우승 기회는 금세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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