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국외 기술 유출 양형기준 강화 필요…與 기술유출 대응 입법 추진
무죄율 높고, 평균 형량은 낮은 기술유출 범죄
여당, 핵심기술 유출 실태조사 의무화 등 법 개정
안철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대표발의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지난 2021년 11월 법원은 블록체인 업계 최초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취득한 회사의 영업비밀을 보안전략팀장이었던 피고인이 경쟁업체 이직 후 사용목적으로 취득한 사건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양형 이유는 주요자산은 맞지만, 구체적 손해가 발생했거나 손해액을 추정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2021년 12월 법원은 55억원 상당의 개발비용을 투입한 영업비밀인 설계도면을 유출한 사건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양형 이유는 뚜렷한 반환 근거는 없지만 유출자료가 피해회사로 반환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정부와 여당이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핵심 산업 기술의 국외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사후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춰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부 유출로 이어지는 기술유출범죄의 무죄율이 일반 사건에 비해 높고, 평균 형량 및 실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문제의식이다.
국민의힘은 기술 유출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 핵심기술 유출 실태조사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의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2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법무부의 ‘기술유출범죄 양형기준 강화’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기술 유출 범죄의 무죄율이 일반 형사사건보다 높았다. 일반 형사사건의 평균 무죄율은 1% 내외이지만, 기술유출 범죄의 최근 4년간 평균 무죄율은 19.3%로 나타났다. 산업기술, 영업비밀의 해당성 입증 등이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유출 범죄의 경우 평균 형량과 실형률도 낮았다. 2017년에 양형기준이 일부 상향되고 2019년에는 법정형이 상향됐지만 현재 기술유출 관련 평균 형량은 징역 1년 내외로 여전히 온정적 선고형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영업비밀 국외유출 평균 형량은 14.9개월이고, 2019년에서 지난해까지의 실형률은 10.6%에 불과했다.
이에 법무부는 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개정으로 기술유출 법정형이 상향된 만큼 이를 반영해 양형기준 역시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지식재산권 범죄군’에서 영업비밀 침해 유형 등에 적용하는 양형기준은 가장 높은 가중영역에서 국내유출의 경우 4년이고 국외유출은 6년이다. 이는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의 법정형(국내유출 10년, 국외유출 15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국가핵심기술 국외유출의 경우 산업기술보호법상 별도의 벌칙규정을 신설해 징역 3년 이상으로 법정형을 강화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별도의 양형 기준을 수립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국가핵심기술 국외 유출 판결에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에 대한 양형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징역 3년 이상의 상향된 법정형을 고려하지 않고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술유출의 양형 기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배경에는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 피해규모 입증곤란 등의 원인이 지목된다. 피해는 막대하지만 기술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 가격 산정이 어렵고, 유출되지 않은 가정적 상황에서 정확한 피해규모를 산정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법무부는 양형 기준을 정하는 전제조건인 ‘양형 인자’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술유출 양형인자 가운데 감경요소인 ▷권리자가 당해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던 경우 ▷핵심기술 유출 실태조사영업비밀 관리를 소홀히 한 경우 ▷핵심기술 유출 실태조사영업비밀 회수된 경우 ▷형사처벌 전력없음, 반성 등을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범죄로 얻은 이익보다 더욱 큰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범죄를 억제하고 예방이 가능하다”며 “국정원, 산업통상자원부, 특허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양형기준 상향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가 입수한 법부부 보고서는 지난 5월 말 국회 첨단전략산업 특별위원회에 제출된 상태다. 현재 국민의힘은 산업기술 유출에 대응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산업기술보호법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해당 개정안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가 핵심기술 해당 여부에 대한 판정신청을 통지, 국가 핵심기술 보유기관을 등록·관리, 실태조사 ▷산업기술 침해로 만들어진 물건의 압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정보수사기관의 장, 재판에서 비공개 진술하는 자의 면책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현황에 대한 국회 보고의무 등을 규정했다.
안 의원은 “국외로 국내 핵심기술을 유출할 경우 기업뿐 아니라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데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 유출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산업기술의 유출을 예방하고, 발견 시 빠르게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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