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고점일까 부담이라면…이 펀드는 어때요?"
손실 15%까지 방어…최대 수익률 20%
반도체·AI·자율주행 등 신성장 테마 투자
최근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성장성 높은 업종의 주가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성장성에 대한 기대 못지 않게 주가 변동성도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투자자 손실을 우선 흡수하는 구조의 손익차등형 펀드를 출시했다. 지금이라도 신성장 업종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손실에 대한 부담감을 줄인 채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윤병문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만나 펀드의 자세한 구조에 관해 물어봤다.
성과 부진해도 -15%까진 투자자 손실 없어
한투운용은 한국투자 글로벌신성장펀드를 지난달 17일부터 모집하고 있다. 손익차등형 수익구조로 만들어져 마이너스(-)15%까지 투자자 손실을 막은 것이 특징이다.
윤병문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전체 펀드 출자금의 15%를 한국투자금융지주 및 계열사가 후순위로 투자해 손실을 먼저 충당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펀드 성과가 부진하더라도 원금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펀드 설정 이후 투자하는 종목의 주가가 하락해 손실을 보더라도 -15%까지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계열사가 먼저 손실은 인식하기 때문이다.
다만 단점도 존재한다. 수익을 낼 때 일정 수익률까지는 투자자가 모두 독식하지만, 이후로는 후순위 투자자와 수익률을 공유하면서 후순위 투자자의 수익률이 더 커지는 점이다.
글로벌신성장펀드는 하위 7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하위 사모펀드 수익률을 합쳐 한국투자 글로벌신성장펀드의 수익률에 반영하는 식이다.
예컨대 하위 사모펀드 수익률이 10%를 기록했다면 글로벌신성장펀드 수익률도 10%다. 그러나 10%를 초과한 순간부터 후순위 투자자와 수익률을 5대 5로 나눠 수익률이 늘어날 수록 후순위 투자자의 수익이 늘어난다. 하위 사모펀드 수익률이 27%라면 선순위 투자자가 20%의 수익을, 후순위 투자자는 61%의 이익을 거두게 된다.
구조가 복잡한 만큼 투자금 추가 납입이 불가능한 단위형 펀드로 설정됐다. 오는 7일까지 모집한 이후 3년간 운용 후 청산하게 된다. 운용 기간에는 환매가 불가능하다. 다만 한투운용은 펀드 목표수익률을 20%로 정해 운용 중 달성에 성공하면 조기 청산할 계획이다. 회사는 운용 예정 기간인 3년 이내 조기 청산에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윤 CMO는 "지난 2013년부터 매월 초 글로벌신성장펀드에 투자했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목표수익률에 도달하기까지 평균 13.5개월이 걸렸다"며 "최장 도달 기간이 25개월이었음을 고려하면 늦어도 3년 안에는 펀드가 성과를 내고 조기 청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성장 기대되는 7개 테마에 분산투자
펀드가 15%까지 손실을 방어해 주지만 그 이상 손실이 나게 되면 투자자는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일반적인 펀드와 마찬가지로 투자자가 투자처를 확인하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신성장펀드가 투자하는 하위 7개 사모펀드는 △반도체 △인공지능 △자율주행 △바이오 △명품 △우주경제 △클라우드 테마에 분산 투자한다. 회사는 계량 분석을 통해 테마와 투자할 종목을 선별했다.
윤병문 CMO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계량 분석해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테마별로 분류한 결과 7개 테마가 도출됐다"며 "7개 테마에서 매출, 영업이익,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율 등을 분석해 테마별 10~20개 종목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테마에서는 엔비디아, AMD, TSMC, 삼성전자 △AI 테마에서는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자율주행 테마에서는 테슬라, 포드, 토요타, GM △바이오테마에서는 서모피셔 사이언티픽,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 모더나 △명품 테마는 모에헤네시 루이비통, 에르메스, 애플 △우주경제 테마에서는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 보잉 △클라우드 테마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IBM 등을 각각 투자 기업으로 선정했다.
테마에 중복되는 종목은 운용역 판단하에 조정해 최종적으로 펀드를 구성했다. 윤 CMO는 "7개 테마에 각각 15여개 종목을 투자하면 총 105개 종목이 선정된다"며 "이 중 겹치는 종목을 일부 테마에서 제외해 실제 98개 종목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글로벌신성장펀드가 투자하는 테마는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테마다. 특히 올해 챗GPT의 등장으로 반도체 및 AI 테마는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다. 실제 반도체와 인공지능을 대표하는 종목인 엔비디아의 경우 연초 이후 220% 급등했으며, 알파벳(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50%, 40% 상승했다.
윤 CMO는 이처럼 주가가 상승한 상황에서 고점에 들어가는 게 아닐까 망설이는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손익차등형 펀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러가지 테마를 분산해 투자하는 만큼 변동성을 낮춘 것도 특징이라 강조했다.
그는 "신성장 테마 투자 시점을 놓쳤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당장 시장의 변동성이 두려울 때 안정감을 느끼고 투자할 수 있도록 상품 구조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어 "7개 사모펀드에 분산한 만큼 한 사모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사모펀드에서 수익이 나면 글로벌신성장펀드에서는 손실이 나지 않는다"며 "7개 펀드에 분산투자 하는 만큼 안정성이 높다"고 전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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