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봐야지" 시장 안 가고 앱 켰다…"마트 10년 족쇄 풀자" 뭉치는 이유
[편집자주]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규제는 지역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취지로 2012년 시작됐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재래시장은 계속 쪼그라들고 문을 닫는 마트가 속출하면서 지역경제는 더 어려워졌다. 지난 2월 대구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꿨다. 우려가 많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마트, 소상공인, 지역경제 모두 플러스였다. 대구의 사례는 규제가 아닌 상생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전통시장과 상생방안의 일환으로 대형마트규제가 도입된 후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전체 유통시장에서 전통시장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 그 사이 대형마트 22곳(최근 4년 집계)이 폐점했다. 약 3만여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분석된다.
규제의 도입취지와 달리 소비자도 근로자도 모두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국내 점포 수는 401개다. 2012년 383개였던 대형마트 3사의 국내 점포 수는 2019년 423개까지 늘었다가 점차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 4년 동안 약 22곳이 폐점했다. 온라인 시장에 주도권을 빼앗기며 매출이 점차 줄어들자 각 사에서 점포 구조조정에 나선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4년 유통시장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7.8%였다. 28.4%인 온라인과 약 0.6%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차이는 해마다 벌어졌다. 올해 상반기 온라인 쇼핑 채널의 매출 비중은 49.8%, 대형마트는 13.3%까지 떨어졌다.
대형마트는 2019년까지 그나마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에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해왔으나 2020년부터 대형마트는 백화점-편의점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유통 산업 구조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측면도 있지만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은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12년 정부와 국회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제한을 골자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주말 매출이 주중 매출의 약 1.5~2배에 달하는데 한달에 이틀 주말 영업을 못하다 보니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규제로 인해 온라인 시장 진출에도 손발이 묶였다. 물류창고 역할을 해줄 매장을 전국에 보유하고 있지만 밤 10시 이후와 의무휴업일에는 배송이 불가능하다. 온라인 유통채널은 로켓배송, 새벽배송으로 고객을 확대하는데 대형마트는 이런 서비스가 불가능했다.
문제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자 지역경제도 함께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유통학회가 2020년 발표한 '정부의 유통규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점포 1곳의 평균 매출이 500억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폐점 시 해당 점포 직원 945명, 인근 점포 직원 429명 등 총 1374명의 고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에서 직접 고용한 직원들 이외에도 대형마트 1개의 점포 내에는 안경점, 미용실 등 해당 지역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점포(테넌트)가 10~30개에 달한다. 이같은 직간접 고용효과를 모두 따져봤을 때 22곳의 대형마트가 폐점할 경우 약 3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는 얘기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면서 대형마트 폐점 시 인근 자영업자들도 타격을 입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20년 조춘한 경기과학대 교수가 발표한 '대형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이마트 인천 부평점이 폐점한 이후 인근 슈퍼마켓 등의 매출은 10% 이상 감소했다.
정작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인한 효과가 전통시장 등 인근 소상공인에게 혜택이 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통계청 유통시장 소매업태별 시장점유율을 보면 2013년 14.3%였던 전통시장 점유율은 2021년 8.6%까지 떨어졌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조사로 보면 국내 전체 전통시장 점포 수는 2013년 21만개에서 2020년 20만7000개로 줄었고, 평균고용인원(종사자수)은 1.6명대의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 시장으로 옮겨가자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오프라인 시장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이 공통의 목표가 됐다"며 "대형마트를 '대기업'이라는 틀로 보지 말고 지역경제의 주요 축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무휴업 못지 않게 대형마트를 옥죄는 또 하나의 규제는 0~10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 없는 영업시간 제한이다. 대형마트가 원활히 온라인 사업에 대응하려면 야간 물류 작업이 필요한데,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어떠한 영업을 위한 활동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로켓배송, 새벽배송 등 유통채널들의 배송 전쟁 속에서 영업시간 제한은 마트에게 의무휴업 못지 않은 치명타였다.
유통업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기울면서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대형마트를 살려야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시각이 힘을 받으면서 정부, 중소상공인, 대형마트는 지난해 12월 '대·중소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해 2012년에 도입된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풀기 위한 것이다. 영업규제를 푸는 대신 대형마트는 중소 유통 업체의 역량 강화를 위해 인력 및 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물류 체계 개선, 판로 확대 및 마케팅·홍보, 시설·장비 개선 등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하지만 대구 등 일부 지자체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꿨을 뿐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특히 영업시간 제한(오전 0~10시)은 법을 바꿔야 하지만 국회가 요지부동이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7월 발의한 개정안은 3년 넘게 법안 소위 심사 통과도 못했다. 이 법안의 골자는 대형마트 준대규모점포(SSM) 등이 의무 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받지 않고 온라인 영업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후 2021년 6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 역시 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문가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문제가 경제적 이슈에서 정치적 이슈로 확대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이미 10년간 영세 상인이나 전통 시장 활성화에 효과가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정치적인 이슈로 발목잡힌 유통산업법 개정이 내년 총선 이후에나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본다"고 언급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조한송 기자 1fl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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