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살아있네” “실감나는 달 체험” “車추격신 최고” “신랄한 블랙코미디”… 영화기자가 말하는 ‘빅4’

안진용 기자 2023. 8. 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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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담당 기자가 꼽은 ‘여름대작 4편’ 관전포인트
밀수 : 김혜수·염정아에 조연도 탄탄
더 문 : 스크린으로 우주를 체험하라
비공식작전 : 디테일 장인 하정우 연기 진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 재난이후 인간군상 묘사 서늘

2023년 극장가 ‘빅4’ 경쟁이 시작됐다. 지난 7월 26일 포문을 연 ‘밀수’(175억 원)가 1일 200만 고지를 밟은 가운데 ‘비공식작전’(200억 원 이상), ‘더 문’(286억 원)이 2일 나란히 공개된다. 한 주 후에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콘크리트 유토피아’(200억 원)가 등판한다. 김용화·류승완 감독의 맞불, 이병헌·설경구·하정우·김혜수 등 ‘1000만 배우’라는 이름표를 단 스타들의 기 싸움도 팽팽하다. 네 편을 챙겨 본 안진용(이하 안), 이정우(이하 이) 기자가 스토리, 영상미, 티켓파워 등을 고려해 작품 리뷰 및 흥행을 점쳐봤다.

◇스토리-무슨 이야기가 더 솔깃한가?

안 : “‘밀수’는 오락 영화의 공식을 다 갖췄다. 1970년대 배경과 분위기, 밀수라는 시대적 소재가 흥미롭게 버무려졌다.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인물들의 희로애락을 다 느낄 수 있다. ‘더 문’은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를 웅변하는 영화다. 김용화 감독은 영화를 ‘기술적’으로 찍었다. 빼어나게 우주를 구현한 장면 외에도 신파에 기초한 인간관계와 같이 ‘익숙한 맛’을 기술적으로 배치했다.”

이 : “‘밀수’는 류승완 감독에게 기대하는 액션이 잘 뽑혔다. 다만 복고와 맞물린 이야기는 약간 유치하단 인상을 준다. ‘비공식작전’은 큰 한방이 없지만, 큰 흠도 없다. 뷔페에서 아무리 맛난 에그 스크램블이 있어도 일단 스테이크 코너로 달려가는데, 그런 점에서 아쉽다.”

안 : ‘비공식작전’은 준수하지만, 앞서 ‘모가디슈’, ‘피랍’ 등 납치를 소재로 다룬 다른 작품이 있었기에 기시감이 강해 아쉽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상황 속 인간 군상을 담은 주제의식이 뚜렷하되 다소 무겁고 잔인하다.”

이 : ‘더 문’은 가족끼리 보기 가장 좋은 영화다. 다만 위기와 극복이 수차례 반복되고, 인위적으로 감동을 주입하는 후반 클라이맥스는 맥이 빠진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빅4 중 가장 훌륭한 영화다. 재난보다 재난 이후 인간 군상을 서늘하게 드러낸 점이 좋았다. 모두가 아파트 주민이거나 주민이었거나, 주민이 될 거란 점에서 어쩌면 아파트는 현시점에서 가장 한국적인 공간이 아닐까. 밖에선 얼어 죽는데 아파트 주민끼리는 잔치를 여는 그로테스크한 설정은 영화의 세계관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영상미-어디에 더 눈이 가나?

안 : “‘밀수’는 막판 수중 액션이 압권이다. 역대 가장 느린 액션 시퀸스다. 하지만 물 속이란 특수성 덕분에 여성이 남성을 제압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수평이 아닌 수직 액션의 묘미가 살아난다. ‘더 문’은 ‘보는 영화’라기보다 ‘체험하는 영화’다. 큰 스크린으로 봐야 제맛이다. 재난으로 인해 기존 모든 질서가 무너진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세계관 역시 한 눈으로 알아볼 수 있게 시각적으로 잘 표현됐다.”

이 :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무너진 서울의 모습이 현실성이 있게 다가왔다. 빛바랜 아파트 밖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비교적 어둡고 칙칙해서 여름 극장가와 어울릴까 하는 의문은 든다. ‘비공식작전’의 자동차 추격신은 역대 한국 영화 중 최고였다. 적당한 현실감을 버무려 성의있게 찍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달 표면의 질감을 구현한 ‘더 문’에는 박수가 아깝지 않다. ‘밀수’는 류 감독이 ‘할리우드 키드’ 시절 봤던 서부 영화를 소년의 마음으로 접근해서 구현한 것 같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동경이 가장 많이 느껴졌다.”

◇캐스팅-누가 더 매력적인가?

이 : “‘밀수’의 김혜수는 튄다. 상대적으로 박정민, 고민시가 돋보였다. 조인성의 등장과 액션 신은 배우의 매력이 돋보인다. ‘더 문’에서는 독립된 세트 속 도경수의 연기가 좋다. 이 영화에 감동받았다면 도경수 덕이다. ‘비공식작전’의 하정우는 디테일을 가장 잘 살리는 배우다. 특유의 여유 있으면서 능글맞은 연기로 인물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 그의 팬이라면 120% 만족할 것 같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이병헌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카리스마는 이런 것’이라고 포효하는 듯했다. 부녀회장 역을 맡은 김선영은 꼭 언급하고 싶다. 단연 ‘황궁 아파트 주민’으로 존재했다.

안 : “‘밀수’는 여성 투톱 영화로 소개됐는데, 그 주변부 인물들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이 오히려 강점이다. 극장문을 나설 때 자연스럽게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를 떠올리게 된다. 역시 출연 분량으로 배우의 가치를 매길 순 없다. ‘더 문’은 도경수의 고군분투가 돋보였다. 그가 K-팝 그룹 엑소의 멤버라는 걸 까먹는 이가 더 많아질 것이다. ‘비공식작전’에서는 오랜만에 하정우표 연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그는 언제든 ‘한 방’을 가진 배우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다. 이병헌이 장르다.

◇흥행 관측-어디에 관객이 몰릴까?

이 : “‘밀수’는 300만∼400만. ‘비공식작전’은 200만 이상 보지 않을까. ‘더 문’과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입소문이 중요할 것 같다. ‘더 문’은 쪽박 혹은 대박일 것 같다. 좋게 보면 쉽게 찾을 ‘가족 영화’인데, 신파에 대한 피로감도 크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그 반대다. 진입장벽이 높은 영화지만, 분명 신선하고 인상적인 지점이 많다. 개인적으로 스케일 크고, 스펙터클한 영화를 ‘극장에서 볼 영화’로 한정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적어도 올여름 개봉한 한국 영화 4편은 모두 큰 스크린으로 보면 좋을 영화들이다.”

안 : “빅4의 관객 총합은 1300만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네 편의 손익분기점 도달 총합이 약 2000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두 편은 ‘쓴 잔’을 마실 것으로 예상된다. ‘범죄도시3’의 1000만 달성까지 한 달 이상 걸렸는데, 결국 4편이 나눠 먹을 것이다. ‘밀수’는 400만∼500만 정도로 예상하고, ‘더 문’과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그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4편 모두 평균 이상의 만듦새와 재미를 보장하지만, 넷플릭스도 신작으로 방어한다. 여전히 티켓값의 진입장벽도 높다.”

안진용·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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