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어른이’뽑고 시상하고… “우리 스스로 어린이 권리 키워요”[대한민국 어린이대상]

이소현 기자 2023. 8.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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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어린이대상 - (3) 아동권리옹호단‘그린즈’
아동친화 환경 만든 어른들
아이들이 8개부문 직접 투표
빵가게 주인·유튜버 등 선정
신호등 개선 담화문 발표하고
국회 방문해 아동기본법 촉구
이주배경아동 권리보장 활동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권리옹호단 ‘그린즈’ 소속 서나영(오른쪽 세 번째) 양과 그린즈 단원들이 ‘제3회 대한민국 어린이대상’준비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어린이는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동 권리를 증진시키는 어른에게 직접 투표할 수 있어서 뿌듯했어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권리옹호단 ‘그린즈’로 활동 중인 경기 시흥 군서초 6학년 서나영(12) 양. ‘그린즈’ 소속 아동들은 주체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권리 증진을 위한 옹호 활동을 기획해 참여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및 중고생 134명이 참여해 지난 3월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린즈’는 초록우산을 의미하는 ‘Green’과 친구를 상징하는 ‘Friends’의 합성어로, 아동들이 직접 명칭을 공모하고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최근엔 지난 6월 30일 막을 내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제3회 대한민국 어린이대상’ 전 과정에 참여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후보 추천 과정부터 시상까지 그린즈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지난달 28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어린이대상에 참여한 소감으로 “아동들도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답한 나영 양은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그린즈 활동을 하게 됐는데 다방면으로 도움이 많이 되고 재미있다”고 웃었다. 올해 어린이대상에서는 8개 부문 수상자에게 상이 수여됐는데, 이 가운데 나영 양이 후보로 추천한 남해 행복 베이커리 김쌍식 대표가 어린이 3만 명의 표를 받아 ‘최고의 어른이상’에 선정됐다. 그는 지난 20년간 인근 지역 초등학생에게 매일 빵을 무료로 제공해왔다. 나영 양은 “덕분에 (학생들이) 덜 배고프지 않을까 생각해서 (김 대표를) 뽑았다”고 말했다.

서나영 양이 아동 담화문에 대한 친구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나영 양과 함께 그린즈로 활동 중인 제주대 사대부중 1학년 강소희(13) 양과 광주동명중 2학년 차선우(14) 군도 각각 “어린이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 있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에게 투표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즐겨보던 유튜버 ‘허팝’을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지역 봉사단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선우 군은 봉사단 단장의 권유로 그린즈에 합류했다.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선 선우 군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봐온 결과 아동 친화적인 유튜브 활동을 많이 한 것은 물론,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또 아이들의 호기심을 해결해주고자 하는 모습이 허팝에게서 보였다”고 말했다. 부모님 권유로 그린즈 명단에 이름을 올린 소희 양도 제주도에 마련된 현장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참여하게 된 계기는 서로 다르지만 이들은 그린즈 활동을 통해 아동 권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입을 모은다. 소희 양은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어른들의 의견만큼 어린이들의 의견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더 많은 어린이의 의견이 전달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아동의 참여가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영 양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 밖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통해 아동 권리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는 12월까지 활동이 예정된 가운데 소희 양은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아동 담화문 발표’를 꼽았다. 모둠 친구들과 상의해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가 너무 짧아 아동들이 건너기 힘들다’는 내용을 담화문에 담았다. 국회 릴레이 방문에 참석하는 등 아동기본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온 선우 군은 “법을 새로 만드는 것인 만큼 매우 힘든 과정인 건 알지만 나중에 떠올려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아동기본법 제정을 위해 활동했다면 8월부터는 지역에 맞는 아동권리 보장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나영 양은 남은 활동 기간 이주배경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한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나영 양은 “이주배경아동 당사자로서 겪었던 어려움을 영화나 웹툰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에게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소현 기자 winn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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