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으론 울면서 겉으론 늘 밝은 엄마… 이젠 힘든 짐 나눠 지자[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2023. 8.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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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정말 사랑하고 고마운 엄마.

엄마, 안녕? 나 아진이야.

하지만 나는 이 편지로 그동안 머뭇거리며 차마 전하지 못했던 나의 마음을 엄마한테 전하고 싶어.

7살 어린 나이에 내가 너무 놀라서 많이, 진짜 많이 아팠는데도 울지도, 소리치지도 못한 채 그저 '엄마 엄마'라고 같은 말만 되풀이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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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 서울교육감賞 대길초 서아진 학생

To. 정말 사랑하고 고마운 엄마.

엄마, 안녕? 나 아진이야. 이렇게 엄마에게 편지를 쓰려니까 조금 쑥스럽네. 하지만 나는 이 편지로 그동안 머뭇거리며 차마 전하지 못했던 나의 마음을 엄마한테 전하고 싶어.

벌써 5년 전 일이야. 핼러윈이어서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삼계탕을 끓여준다고 했었어. 방송댄스 학원에서 과자 파티를 한다고 해서 전날에 사두었던 과자를 꺼내러 물이 끓고 있던 냄비 아래에 있는 찬장을 열었는데 찬장이 조금 흔들렸나 봐. 곧바로 끓는 물이 나한테 쏟아졌고, 나는 심각한 화상을 입었지.

7살 어린 나이에 내가 너무 놀라서 많이, 진짜 많이 아팠는데도 울지도, 소리치지도 못한 채 그저 ‘엄마… 엄마…’라고 같은 말만 되풀이했었어. 큰 소리가 나서 뒤를 돌아보았는데, 딸 주위에 물이 흥건하게 쏟아져 있고 살갗이 떨어져 나가고 있었으니 엄마도 얼마나 놀랐을까 싶어. 엄마가 뛰어와서 물웅덩이에서 나를 빼내 줄 때, 엄마도 발에 심한 화상을 입었잖아.

난생처음 보는 엄마의 심각한 표정에 나는 오히려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고 떨어져 나가는 살갗을 하나 붙잡아 애써 웃으며 말캉말캉해서 좋다고 말했어. 하지만 엄마는 대답 없이 화상 부위가 가라앉을 수 있도록 차가운 물을 뿌려주셨지. 곧 구급대원들이 왔고 난 병원으로 실려 갔어.

입원한 후, 아침에 내가 가장 먼저 들은 소리는 엄마의 숨죽인 울음소리였어. 매일 그 소리를 들으면 나는 애써 자는 척을 했어. 엄마가 그런 모습을 내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엄마의 속마음은 다 알고 있었지만, 엄마는 늘 내 앞에서는 항상 밝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어. 병원에서는 상처가 심각해 성인이 되었을 때 큰 수술을 한 번 더 해야 한다고 했어. 그전까지는 한 달에 한 번씩 상처 치료를 위한 시술도 받아야 했지.

엄마가 가진 무거운 짐, 다 알아. 아빠랑 둘이서만 들면 무겁잖아. 나도 같이 들자. 엄마 때문에 내가 화상을 입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도 화상 입었잖아. 울지마. 왜 나 때문에 울어.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엄마, 너무 고마워. 힘든 상황이었는데 나 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마워. 여전히 사랑해줘서 고마워. 나도 짐을 같이 나눠들 수 있는 믿음직한 딸이 되도록 노력할게. 성인이 된 후 수술받고 나면, 우리 가족 모두 지난 일들 잊고 삼계탕 먹으며 과자 파티하자. 엄마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사랑하는 아진 올림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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