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미! 서준맘의 본캐, 개그우먼 박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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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지는 게 아니라 이기는 거야.
진짜 엄마도 서준맘에게 ‘항시’ 배운다
개그우먼 박세미가 궁금하게 된 계기? 물론 있다. 유튜브 채널을 보다가 난데없이 눈물을 흘리고 가슴 저릿한 공감을 한 적이 있어서다. ‘이 여자 뭐야?’, ‘진짜 엄마야?’, ‘엄마가 아닌데 이런 포인트를 짚어낸다고?’, ‘뭐가 진짜지?’. 박세미의 개인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미>에 올라온 ‘I got hurt’ 영상을 보며 든 생각이다. “어우~ 내 새끼 끝났어요~” 하며 하원하는 아들을 마중 나온 서준맘. 아들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깜짝 놀라 방방 뛴다. 약국에 들러 상처에 바를 연고와 밴드, 텐텐(어린이 영양제) 하나를 사 들고 동네 어귀의 벤치에 앉아 아이 얼굴을 치료한다. “배서준, 거기 어디야? 폴, 아직도 거기서 놀고 있니? 엄마랑 가자. 빨리 가자.”
상처 난 아이 얼굴을 치료하는 엄마의 찢어지는 마음을 너무나 공감하기 때문에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도 대략 짐작했다. 아이를 끔찍하게 생각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의 서준맘이라면 아이를 앞세워 당장 그 친구네 집을 찾아갈 것이고, 그 아이의 엄마와 설전을 벌일 것이라고.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에디터의 눈에선 이유 모를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고, 가슴속에선 뜨겁고 뭉클한 감동이 물결쳤다. “너가 폴이니? 나 서준이 엄마야”를 시작으로 아이 친구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제 자식처럼 속상해하는 서준맘의 진심 어린 표정과 눈빛, 말투에 첫 번째 감동. “이거 아줌마 번호거든. 혹시 문제 있거나 엄마가 이거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아줌마 번호 알려줘. 알았지?”라며 아이 친구 엄마의 속상할 마음을 나 몰라라 하지 않겠다는 태도에 두 번째 감동. 그리고 “그리고 우리 폴도 아줌마가 하나 줄게요. 아아아앙~” 하며 두 아이 입에 텐텐을 넣어주며 그럴 수 있다고 아이들 마음을 다치지 않게 살살 달래어가며 화해시키는 대목에 세 번째 감동. 친구와 화해하고 난 뒤 아들과 단둘이 놀이터에서 “엄마가 원래 아이스크림 많이 안 사주는데 오늘 서준이 속상할까 봐 엄마가 아이스크림 사주는 거야. 배서준이,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해하는 것도 너무너무 중요해. 사람은 다 싸워. 하지만 항시적으로 서준이가 잘못했으면 사과를 해야 하고, 아니면 사과를 받고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해. 가끔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지는 게 아니라 이기는 거야”라며 아이 마음에 마음으로 전하는 훈육 메시지에 네 번째 감동. 영상 말미에 아들과 훈훈한 마무리를 하던 중 “어~ 언니. 언니가 이겼어? 사과받아냈어? 사과받아내야지! 언니가 이겨야지”라며 동네 언니에게 오지라퍼 서준맘으로 태세 전환한 모습으로 반전 웃음을 자아내어 다섯 번째 감동. 무려 다섯 번이나 감동을 받았다. 에디터뿐만이 아니다. 서준맘 영상을 보고 나면 마음 한편 어딘가 따뜻하게 데워지는 느낌, 웃자고 올린 콘텐츠에 울고 간다며 위로받는 느낌이라는 공감 댓글이 넘쳐난다. 서준맘을 연기하는 박세미가 궁금한 이유다.
제가 서준이에게 사랑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어릴 적 부모로부터 사랑받았던 순간
또는 반대로 보호받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위로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서준맘, 박세미가 받고 자란 엄마의 사랑이 낳은 캐릭터
기획, 대본 작성 모두 혼자 하고 있어요. 사실 대본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큰 상황, 틀, 굵직한 에피소드만 정하고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편이에요. 대본 없이 즉석에서 나오는 대사가 대부분이에요.
“서준이는 평생을 이 기억과 경험으로 누군가를 미워해도 용서하고 먼저 사과하고, 아파도 참아낼 거예요. 힘든 세상을 아이스크림 하나로 털어내며 살아가는 씩씩한 어른이 될 것 같아요.”, “서준맘이 아이스크림을 꺼내 들 때부터 왠지 모르겠는데 그냥 눈물 쏟아짐”.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에요. 댓글 반응에 기분이 어때요?
안 그래도 회사 사람들이 가편집된 영상을 보고 많이 울었다는 거예요. 회사 사람들뿐만 아니라 영상을 본 사람 중에 눈물 흘렸다고 댓글을 단 이들이 많아요. 이유가 뭘까 생각도 많이 해보고 댓글도 모두 읽으며 느낀 점은 제 영상을 본 사람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서준이에게 사랑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어릴 적 부모로부터 사랑받았던 순간 또는 반대로 보호받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위로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서준맘의 뭉클 포인트는 ‘따뜻한 말’ 같아요.
서준맘이 하는 말들 모두 제 엄마가 제게 했던 말이에요. 실제로 제가 어릴 적 3~4살 때쯤인가 친구랑 다투고 들어왔는데 엄마가 제 편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손에 약을 쥐어주면서 친구 가져다주고 오라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싸울 수도 있다. 싸우고 나서는 꼭 화해할 건 화해하고, 사과받을 건 사과받으면 된다”라고 하셨는데 제 가슴속 깊숙한 곳에 엄마의 말로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촬영 중에도 자연스럽게 그 말이 나왔던 것 같아요. 제 아들 서준이에게.
박세미의 어머니가 궁금해지네요. 어떤 분이셨나요? 서준맘과 비슷한가요?
긍정적이고 제가 하는 일은 모두 오케이 해주셨어요. 가정 형편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는데 저한테 밥값을 하라거나,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라고 눈치를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너 하고 싶은 거 하라고. 집안일은 엄마가 다 해결하겠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엄마는 새벽까지 일이 끊임없었거든요. 집에서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던 것 같아요. 봉투 접어서 붙이고, 여름이면 홍보용으로 나눠주는 플라스틱 부채 조립하고…. 옛날에 길에서 받아 부채질하던 그 부채들 다 저희 집에서 만들었을걸요.(웃음) 아무튼 제가 백상예술대상 후보에 올랐을 무렵 엄마에게 딱 한 번 물어봤어요. 엄마는 왜 나한테 한 번도 집에 도움이 돼달라고 하지 않았냐고. 그랬더니 딱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난 너 잘될 줄 알았어”라고.
서준맘은 파워 E, 박세미는 파워 J
제 성격 자체가 조심성이 있어요. 부정적이지도 않은 것 같고요. 상대방을 먼저 이해하는 편이에요. “너 잘못했어!”가 아니라 “아, 너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이 제 대화법이죠. 저는 싸우는 걸 싫어해요. 얼굴 붉히고 다투는 걸 싫어하죠. 박세미는 서준맘과 달리 “아니요”도 잘 못하는 사람이에요. 보통 저는 트러블이 생기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혼자 삭이거나 이해하는 편이거든요. ‘아, 그래서 그랬겠구나’ 하죠. 그게 습관이 됐어요. 그러다 보니 배려하는 것이 제 속이 더 편하더라고요.
그래도 화가 날 때도 있지 않나요?
싸워본 사람이 싸운다고 저는 싸울 때 횡설수설하고, 했던 말 또 해요. 그러고 나서 집에 돌아와 이불킥하는 게 너무 싫어요. 욱해서 싸우거나 큰소리를 내지 않았던 우리 가족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친언니와 저는 3살 터울이라 싸울 법도 한데 한 번도 싸운 적이 없거든요.
서준맘으로 소위 대박이 나기 전까지 박세미의 공백기가 길었죠?
길었죠. 그렇다고 우울하진 않았어요. 욕심을 내려놨거든요. 내가 아등바등해봤자 없던 공채가 생기거나 방송에 나갈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아는 선배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애초에 헛된 희망을 품지 않고 빠르게 포기했던 것 같아요. 대신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보자 마음먹었죠.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자고요. 그래서 시작한 게 유튜브였고 반응이 좋아 저를 대중에게 알릴 수 있게 됐어요.
유튜브 채널도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있어 만든 게 아니에요.
잘하지 못하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걸
제 긴 무명 기간 동안 배웠거든요.
영상 두 편 올렸을 때만 해도 300뷰, 500뷰가 전부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맘 카페에서 제 영상 짤과 엄마들의 공감 댓글이 하나둘 생기더니 하루아침에 50만 뷰를 찍고 채널이 떡상! 아, 다른 말로 뭐라고 하죠? 조회 수가 급격하게 오른 거예요.
신도시맘을 부캐로 하기 조심스러운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처음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서 신도시맘 역할을 제안받고 시작한 게 서준맘 캐릭터예요. 촬영 전에 늘 캐릭터에 대해 공부하는데, 그러다 ‘신도시맘=맘충’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억척스럽고 유난을 떨고 사교육에 열정을 불태우고, 진상을 부리는 등 안 좋은 이미지는 다 맘충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처음에는 조심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저는 제 콘텐츠에서 육아에 대한 내용은 절대 다루지 않아요. 육아는 이렇고 저렇고, 이렇게 키워야 하고 저렇게 키워야 한다는 내용은 없어요. 늘 선을 넘지 않으려고 조심하죠. 신도시맘, 극성 엄마, 맘충을 떠나 아이 키우는 엄마라면 공감할 수 있는 아이에 대한 엄마의 지극한 사랑을 담죠. 공허함을 느낀 엄마, 눈코 뜰 새 없이 아이를 뒤치다꺼리하느라고 지친 엄마들이 한숨 돌리며 “어머! 어쩜 나랑 똑같네. 내 얘기잖아” 또는 “우리 동네 누구 언니 같네”처럼 깔깔거리며 볼 수 있는 친근감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최근에는 맘충이라는 단어를 서준맘으로 예쁘게 풀어줘 고맙다는 반응도 많아졌어요. 신도시맘이 더 이상 맘충이 아니라 깨방정 떨고, 오지랖 넓고, 푼수 같아도 때론 사랑스럽기도 한 유쾌한 서준맘 같다는 댓글에 힘이 나요.
요즘 인기를 실감하나요?
네. 사실 기쁨 반 두려움 반이에요. 지금의 인기가 식으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아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는 것도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박세미로 롱런할 수 있는 방법이 뭘지 고민을 많이 해요. 주위에서는 “너 이제 숨만 쉬어도 잘되니까 즐겨!”라고들 말하는데, 절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공부하고 노력하며 안주하지 않는 열정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잘하진 못해도 최선을 다하겠다! 평소에 자주 하는 그 말, 하려는 거죠?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내 찐 팬 맞네. ‘사랑해요~ 따릉따릉’. 그래서 매일 저녁 하루 일정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혼자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요. 콘텐츠 주제 선정부터 앞으로 어떻게 꾸려나갈지 등등 주로 쉬는 날에는 콘텐츠 짜는 데 집중하는 편이에요. MBTI가 서준맘은 파워 E인 반면에 박세미는 파워 J예요. 급하게 생각하고 일을 진행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철저하게 미리 계획하고 생각하고 난 뒤에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걸 좋아하죠.
철저한 파워 J. 가끔 외롭진 않나요?
문득문득 외로울 때도 있죠. 엄청 바쁘다가 갑자기 한가한 날에는 공허함까지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가끔 주말에 친구들이랑 술 한잔할까 싶다가도 이제 저 혼자가 아니라 제 행동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 가족들, 회사가 있으니 섣불리 나가서 놀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 혼술하면서 공허감을 즐겨요.
좋아하는 술의 종류가 뭐예요?
원래는 소주나 맥주를 좋아하는데 안주 없이는 많이 못 마시겠더라고요. 또 제가 요즘 체중 관리를 해야 해서 야식은 잘 안 먹거든요. 안주 없이 먹는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여 주종을 바꿨죠. 위스키나 와인으로 분위기 있고 감각 있게, 내 모습이 초라하지 않게.(웃음)
눈물 나게 기뻤던 날을 꼽자면…?
잘 안 우는 편인데 최근 몇 년 동안 딱 한 번 울었어요. 회사와 계약하는 날, 기쁨의 눈물인지 의미를 모를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직도 그 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그동안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 오로지 열심히 노력해 이룬 순간이라 나 자신에 대한 대견함, 기특함의 눈물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런데 저는 웬만하면 눈물이 날 일이 있어도 꾹 참아요. 언젠가 펑펑 운 날이 있었는데 이틀 동안 부기가 안 빠져 그 이후로 절대 안 울죠. 제가 말했잖아요. 파워 J인 저는 안 먹고 스트레스받는 것보다 먹고 살찔까 봐 걱정하는 게 더 스트레스고, 울고 나서 붓는 게 더 스트레스인 사람이거든요.
앞으로 계획이 궁금해요!
주어진 건 최대한 열심히 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할 것. 잘하진 못해도 열심히 하다 보니 지금에 온 게 사실이거든요. 실제로 TV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도 그랬어요. 노래를 잘 못하는데도 열심히 재미있게 불렀죠. 유튜브 채널도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있어 만든 게 아니에요. 잘하지 못하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걸 제 긴 무명 기간 동안 배웠거든요.
<우먼센스>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뭐라도 하고 싶은데 뭘 해야 할지 몰라 시간만 보내는 분이 있다면 돈 드는 거 아니니까 자신의 일상 브이로그를 먼저 시작하세요. 도전도 안 하고 거대한 상상만 하면 절대 안 돼요. <안녕하세미> 첫 콘텐츠는 제 휴대폰 하나로 찍어 올린 거예요. 홍보도 안 했어요. ‘서준맘이 좋아? 그럼 들어와서 봐’라는 편한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채널이 잘되면 좋겠다는 욕심이야 있었지만 실패, 무너짐이 싫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우먼센스> 독자 여러분! 열심히 하되 기대는 하지 말고 하세요. 뭐든 열심히 하다 보면 시작이 반이에요. 진짜.
에디터 : 송정은 | 사진 : Jacob Myers | 헤어 : 권영은 | 메이크업 : 박이화 | 스타일링 :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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