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기’ 주담대, 月 상환 부담 줄지만… 3억 빌리면 이자만 4.4억

박정경 기자 2023. 8.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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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 잇단 출시… ‘30년만기’와 득실 따져보니
소득 5000만원 DSR 40% 적용
대출한도 3.3억서 4억원으로 ↑
대출 3억 금리 4.45% 적용하면
매달 상환 151만 →124만원 줄고
이자 총액은 2.4억→4.4억 늘어
집값 하락땐 ‘빚잔치’ 가능성 커
금리도 고공행진… 잘 따져봐야
그래픽 = 전승훈 기자

최근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선보이고 있다. 정책 상품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최장기 주담대가 은행권에서 등장한 이유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영향이 크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지만 DSR 규제는 유지되다 보니 만기를 최대한 연장하는 방식으로 대출 한도를 늘리는 차주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50년 주담대는 만기가 늘어나면서 대출 한도가 올라가고, 은행에 매달 갚아야 할 돈은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늘어난 한도만큼 전체 원리금 상환액이 불어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장기적 집값 향방, 금리 수준 등도 고려해봐야 한다. 50년 만기 대출의 득실을 구체적인 대출 한도, 월 납입액과 총이자 등을 계산해 따져 봤다.

◇‘50년 만기’ 대출 상품 등장 =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한화생명이 금융권 최초로 만기 50년 주담대를 출시했고, Sh수협은행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Sh으뜸모기지론, 바다사랑대출 등 주담대 상품에 대한 최장 만기를 50년으로 늘렸다. 지방은행 중에선 DGB대구은행이 6월 말부터 주담대 만기를 최장 40년 이내에서 50년 이내로 변경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5일 주담대 상품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혼합형)의 대출 한도를 4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7일부터 하나아파트론, 하나혼합금리모기지론, 하나변동금리모기지론, 하나혼합금리모기지론(변동금리대환전용) 등 주담대 주요 상품의 최장 기간을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변경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KB주택담보대출, KB월상환액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등의 최장 만기를 50년까지 늘렸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주담대 만기 연장을 검토 중이다.

◇50년 만기 대출 한도, 30년 만기 대비 7000만 원 늘어 = 현재 연 소득이 5000만 원인 차주가 금리 연 4.45%(전국은행연합회 공시 5대 은행의 6월 원리금 분할상환 주담대 평균 금리)로 30년 만기 주담대를 이용할 경우 DSR 40%가 적용돼 최대 3억30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DSR은 연 소득에서 연간 원리금 총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은행권의 경우 4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대출 기간을 40년으로 늘리면 매월 갚는 원리금이 줄어들면서 대출 한도가 3억7300만 원으로 4000만 원 이상 늘어난다. 만기를 50년까지 늘리면 한도는 4억 원으로 2700만 원 더 늘어나게 된다. 만기 50년 주담대는 매달 은행에 내는 돈도 줄어들어 부담이 줄어든다.

◇매달 상환 부담은 줄지만 총이자는 2억∼3억 원 늘어 = 만기 50년 주담대는 매달 은행에 내는 돈이 줄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은행에서 금리 연 4.45%의 원리금 분할상환방식 주담대로 3억 원을 대출받으면 30년 만기 상품은 매달 151만1156원을, 40년 만기 상품은 133만9062원을 내야 하지만, 50년 만기 때는 월 124만7915원으로 낮아진다. 이 때문에 금리 상승기 차주들의 상환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50년 만기 대출은 이자 총액이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예컨대 3억 원을 30년간 갚을 경우(금리 연 4.45%), 이자 총액은 2억4401만 원인데 50년간 갚으면 이자 총액이 4억4874만 원으로 늘어난다. 5억 원을 50년간 빌리면(금리 연 4.45%) 이자 총액이 7억4791만 원에 달해 만기 30년(4억669만 원)보다 3억4122만 원이나 많아진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 차주가 50년 만기를 채워 상환하기보다는 원리금을 줄여 여윳돈을 모으거나 더 비싼 값에 집을 팔고 이사하며 대출금을 줄이는 경우가 많아 단순 계산으로 득실을 따지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집값 하락 시에 ‘빚잔치’ 가능성 주의해야 = 문제는 집값이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가격이 크게 뛴 집을 팔고, 남은 대출금을 갚아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다. 반면 인구 감소, 자산 가격 조정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집값이 하락하면 그야말로 원금보다 이자가 커지는 빚잔치를 하게 될 우려가 있다. 장기적인 집값 흐름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만기 선택의 득실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 금리가 계속 상승 중에 있고,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50년 만기 상품은 은행권 전체로 보편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50년 만기 대출을 선택하는 게 차주 입장에선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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