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립에 ‘특별법’ 국회서 낮잠… ‘한국판 나사’ 연내 출범 불투명 [Who, What, Why]
과기정통부, 특별법 국회 제출
여야 정쟁 속 3개월째 계류 중
장관급 - 차관급 위상싸고 이견
안건조정위원장 선임도 파행
청사 설립지는 경남 사천 유력
인력 300명 · 예산 7000억 예상
여야 부칙개정 합의땐 연내 개청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한국판 나사(미 항공우주국)’라 불리는 우주항공청이 연내 출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이 8월 내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우주항공청특별법)을 통과시켜 준다면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과방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치는 등 국민의힘과 정부가 총력전에 나섰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우주항공청특별법은 부칙에 ‘시행은 공포된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라고 명시하고 있어 현 법안에 따르면 연내 개청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여야가 법안 심사 과정에서 부칙을 개정해 경과 규정을 3개월로 단축하면 연내 개청이 가능해진다.
◇국회에서 3개월째 공전 중인 특별법 논의=2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주항공청특별법은 지난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에 제출했다. 애초 6월 국회 의결과 12월 임시청사 개청을 목표로 했으나 3개월째 법안이 국회 과방위에 계류 중이다. KBS 수신료,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처리수 문제 등 여러 이슈를 두고 여야가 대치하면서다. 여야 모두 우주항공 분야 정책과 연구개발, 산업 육성 등을 총괄할 전담 기관 신설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조직의 소속과 위상 등을 두고는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과기정통부 외청 차관급 기구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 국가우주위원회 산하 장관급 기구(우주전략본부)를 신설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우주전략본부설치법)도 대체 발의해둔 상태다.
여야는 수차례 의사일정 협의에 나섰지만 무산됐다. 장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우주항공청 설립 논의를 미룰 수 없다며 직권으로 과방위 전체회의를 개의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는 일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원 불참하면서 장 위원장이 위원장 취임 두 달 만에 처음으로 연 과방위 전체회의는 ‘반쪽’에 그쳤다. 장 위원장은 “우주항공청 설립이 늦어져서 우주항공 분야의 무한 경쟁 시대에 대한민국이 묻힌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이 져야 할 것”이라며 조건 없는 복귀를 민주당에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은 과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장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의사일정을 정했다면서 우주항공청특별법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안건조정위원장 선임 문제로 충돌=장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이틀 연속으로 과방위 전체회의를 직권 개의했다. 그는 민주당 요구에 따라 우주항공청특별법 등을 안건조정위로 넘긴 뒤 “이제 핑곗거리는 0.1도 없어졌다”며 “더는 조건을 달지 말고 법안을 통과시켜라”고 촉구했다. 안건조정위는 이견 조정이 필요할 경우 설치되는 기구로, 최장 90일까지 법안 심사를 할 수 있다. 다만, 위원 6명 중 4명이 찬성하면 법안을 바로 통과시킬 수 있다.
여야 간 안건조정위 구성 협의는 위원장 선임 문제를 두고 파행됐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은 조승래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하려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우주항공청이 아닌 우주전략본부설치법을 발의한 조 의원이 위원장을 맡는 건 안 된다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은 “조 의원의 경우 관련 법안을 낸 데다, 우주항공청을 가장 반대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본인 지역구라 이해관계도 얽혀 있다”며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낸 전문성 등을 고려할 때 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위원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회법 제57조의2 5항은 ‘조정위원장은 조정위원회가 제1 교섭단체 소속 조정위원 중에서 선출해 위원장이 의장에게 보고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선출 방식이 없는 만큼 현재 국회 의안과에서는 해당 조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검토하고 있다. 이에 조 의원은 “황당하다. 제1 교섭단체에 있는 사람들이 합의했는데 (여당에서) 비토를 했다”고 반박했다.
◇청사진 공개한 과기정통부=우주항공청은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면서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우주항공청 설립지는 경남 사천이 유력한 상황이다. 경남은 우리나라 항공 분야 생산액의 70%, 우주 분야는 40% 이상을 책임지는 항공우주산업 집적지이자 생산의 중심지다. 박완수 경남지사도 지난달 27일 국회 과방위를 찾아 “우주항공청 설치는 국가 발전 전략에 있어서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 요건”이라며 “이것을 반대하는 것은 우주 강국 실현을 가로막는 일이고, 국민의 염원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당정은 우주항공청 연내 개청을 위해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우주항공청 설립 운영 기본 방향에서 연내 개청 의지를 확인했다. 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등 기존 우주 연구개발 조직의 흡수는 없을 것이라며 반대 여론 달래기에도 나섰다. 우주 관련 연구·개발(R&D)을 담당한 기존 외부 조직을 흡수하는 대신 우주항공청 내 우주항공 임무본부가 외부 조직에 임무를 맡겨 성과를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우주항공청은 범부처 정책 수립과 R&D, 산업 육성, 국제 협력 등을 담당한다”며 “컨트롤타워인 국가우주위원회의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해 부처 간 조정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우주항공청 인력은 300명 이내 최소 규모로 시작해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예산은 약 7000억~7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관련 전문기관 우주항공 분야 기능과 인력은 우주항공청으로 이관한다. 청은 전문 인력이 일하는 임무 조직과 이를 지원하는 기관 운영 조직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항우연 노조는 우주항공청 설립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항우연 지부는 입장문을 통해 “과기정통부 안대로 우주항공청이 설립된다면 항우연과 천문연은 임무센터라는 명목으로 쪼개져 해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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