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류현진, 관록투로 'AL 승률 1위' 볼티모어 꺾어라

2023. 8. 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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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부상의 터널에 갇혀 1년 이상 공백기를 거쳤다. 어느덧 나이도 30대 중반이다. 구속은 예전만 못하고, 경기 감각 문제도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팀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신뢰를 보인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이 큰 기대를 안고 빅리그 마운드에 다시 오른다.

야구에서 '느림의 미학'이라는 표현을 쓸 때가 종종 있다. 모든 구기 종목이 마찬가지지만 기술이 빠르고 날카로우면 유리하다. 하지만 빠르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정확도가 떨어진 스피드는 무용지물이기 마련이다. 특히, 상대와 수 싸움을 펼치는 야구에서는 느림이 빠름을 이기는 경우가 곧잘 나온다.

사실 류현진이 원래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한국 KBO리그 투수들의 평균 구속 차가 꽤 나긴 한다. 그래도 류현진은 수준급 스피드의 패스트볼을 뿌리는 투수였다. 시속 150km를 넘는 구속으로 '좌완 파이어볼러'로 분류됐다.

그러나 빅리그 진출 후에는 스피드로 내밀기 어려워졌다. 시속 150km를 넘어 160km를 상회하는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살아남아 특급 투수로 인정받았다. 핀 포인트 제구를 바탕으로 상대 타자들을 잘 요리하면서 클래스를 뽐냈다. 부상으로 구속은 떨어졌지만, 커맨드가 더 좋아지면서 더 무서운 투수로 업그레이드 됐다.

이제 관록(貫祿)을 던진다. 관록이란, 어떤 일에 대한 상당한 경력으로 생긴 위엄이나 권위를 뜻한다. 2013년 빅리그 마운드에 처음 올라 11년째를 맞이한 류현진이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며 다시 빅리그 마운드를 점령할 준비를 마쳤다. 부상과 부진으로 좌절감을 맛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일어서 또 다른 출발선에 선다.

복귀전 상대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선두 볼티모어 오리올스다. 올 시즌 토론토에 1승 6패의 치욕적인 성적을 안긴 팀이다. 현재 65승 41패로 아메리칸리그 15개 팀 가운데 최고 승률(0.613)을 마크하고 있다. 코리안 몬스터가 2일(한국 시각) 홈 구장 로저스 센터 마운드에 올라 최강 전력의 팀을 상대한다.

토론토는 59승 48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3위에 머물러 있다. 최근 2연패를 당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번 볼티모어와 4연전 가운데 첫 경기에서 지면서 격차가 6.5게임으로 더 벌어졌다. 위급한 상황에서 '돌아온 에이스' 류현진에게 중책을 맡겼다. 류현진이 특유의 관록투로 '최강 전력' 볼티모어를 요리해야 한다.


[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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