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변동성 장세, 은행주로 피신은 어떨까?

정해용 기자 2023. 8. 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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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주가가 눌려있으면 오히려 좋죠. 아마 자사주를 소각하기에는 최적의 시기일 것입니다.”

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은행(금융지주)주의 주가가 낮은 지금이 오히려 은행주를 눈여겨봐야 할 시기라고 했다. 최근 들어 일부 행동주의 펀드가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에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주가가 낮은 상태를 유지하면 이런 요구에 은행들이 쉽게 화답할 수 있고 그 효과도 커진다는 얘기다.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 뉴스1

그는 “예를 들어 KB금융의 경우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했는데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4배에 불과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배에 그친다. 결국 3000억원으로 장부가액으로 치면 거의 1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소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PBR은 주가가 순자산(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지표다. PBR이 1이면 특정 시점의 주가와 기업의 1주당 순자산이 같은 경우이고 1 미만이면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BPS‧book value per share)로 나눠서 구한다.

KB금융의 PBR이 0.4배까지 떨어진 상태라는 의미는 기업의 순자산가치의 40%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주가가 낮을 때 주식을 사서 소각하면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주식을 매입할 수 있고 전체 주식 수도 더 많이 줄어들어 1주당 돌아가는 이익, 배당금은 늘어난다. 주가가 낮을 때 주주환원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셈이다.

주요 금융지주사의 주가는 실제 많이 하락한 상태다. KB금융은 지난 1일 5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지난 1월 17일 기록한 52주 신고가(6만700원)보다 13.01%(7900원) 낮다. 하나금융지주(25.1%), 신한지주(19.9%), 우리금융지주(13.3%) 등 주요 지주사들도 1일 종가를 보면 지난 1월에 기록한 52주 신고가와 견줘 25~13% 정도 낮은 상태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최근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공개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달 25일 2분기 실적 발표를 하며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결정했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 자사주 소각 발표다. 2분기 배당금도 주당 510원으로 결의했다. 지난달 26일 실적을 발표한 JB금융지주도 이날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약속했다. 올해 4분기 중 신탁계약을 체결해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할 계획이다. 같은 날 BNK금융지주도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계획을 공개했다. 384만6808주(약 230억원)가 소각된다.

KB금융을 필두로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적극적인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면서 이런 주주환원책 강화 움직임은 전 금융지주와 은행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증시는 이차전지 관련 기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한 투자 쏠림 현상으로 변동성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에 대한 투자 쏠림 현상으로 코스닥지수가 1시간 만에 6%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의 포스코홀딩스는 오전만 해도 16.11% 오른 76만4000원을 기록했지만 불과 50분 후에 8.97% 떨어진 59만9000원으로 주저앉는 등 널뛰기를 했다. 시총 50조가 넘는 유가증권시장 대표 종목이 특별한 거시경제‧금융의 변수가 없이 수급만으로 이 정도까지 움직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최근 시장은 이차전지 관련주로의 쏠림현상이 다소 해소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언제라도 이런 현상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경고한다. 개인 투자자들의 유동성(여윳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차전지 또는 다른 테마에 편승한 투자가 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의미다.

낮은 주가에 적극적인 주주환원책까지 내놓고 있는 금융지주들을 변동성이 커진 증시에서 잠시 피난처로 삼는 것은 어떨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환원책으로 EPS(주당순이익)가 높아지고 PBR이 낮아지면 금융지주들의 주가도 계속 눌려있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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