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설화 이틀만에 유감표명…"사과할 일 아니다"더니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자신의 '여명 비례 투표' 발언 논란에 대해 결국 유감을 표명했다. 혁신위 차원에서 "사과할 일이 아니다", "왜곡이자 갈라치기"라며 버텨 왔지만 점차 파장이 커지자 김 위원장 본인이 나서서 사태를 매듭지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일 오후 인천시당에서 열린 '인천시민과의 대화' 행사 마무리 발언에서 노인 폄하 논란을 불러일으킨 자신의 지난달 30일 발언에 대해 "전혀 폄하 발언으로 생각하지 않고 말씀드렸지만 혹시 마음 상하신 게 있다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고 <뉴스1>, <연합뉴스> 등이 인천발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같은 행사 앞부분에서도 한 고령의 참석자가 '노인 폄하 발언을 했다는데 진의가 뭐냐'고 묻자 "(애초 발언의) 앞뒤를 자르고 맥락 연결을 이상하게 해서 노인 폄하인 것처럼 말씀을 하는데 그럴 의사는 전혀 없었다"며 "제가 곧 60세다. 저도 노인 반열에 들어가는데 무슨 노인을 폄하하겠느냐"고 하기도 했다.
이어 "오해의 여지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여움을 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발언의 맥락에 대해 "작은아들이 중학교 때 '더 오래 살면 사는 만큼 비례해서 투표해야 하는것 아니냐'는 질문을 했고, 그게 중학생의 생각으로는 되게 논리적이라 칭찬을 해줬다"면서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는 1인1표제이니까 현실성은 없어, 그래서 참정권자가 되면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해야 해'라고 설명했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별도로 입장을 낼 계획은 없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아까 이미 말씀드렸다. '유감스럽다'고 한 것으로 된 것"이라며 "전혀 그런(폄하)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 그냥 아이의 이야기를 한 것이고, 그 뜻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2030 청년 좌담회'에서 "둘째 아들이 중학생 때 이런 질문을 하더라. '왜 나이든 사람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 평균 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자기(아들)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대비), '엄마 나이부터 여명까지'로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고 했다)"며 "되게 합리적이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1표라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1 표결을 해야 하느냐"고 했었다.
문제의 발언을 최초로 보도한 <프레시안> 기사를 보면, 앞뒤를 자르기는커녕 '청년 정치참여 강조'라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과 전체 취지를 상세히 전했고, 그가 '결론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는 대목도 최초 보도 시점부터 포함돼 있었다. (☞관련 기사 : 김은경 "'여명까지 남은 수명 비례해 투표'가 합리적"…또 설화?)
혁신위는 그러나 김 위원장의 유감 표명이 나오기 불과 서너 시간 전까지만 해도 "사과할 일이 아니다"(윤형중 혁신위 대변인)라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윤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아들의) 의견을 접하고 그에 대해서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도 같은 자리에서 "청년 세대의 정치 참여를 촉구한 발언이었고, 세대 간 갈라치기를 하지 말 것으로 국민의힘에게 촉구한다"고 했다.
혁신위는 전날 낸 입장문에서도 "아들이 중학생 시절에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 '1인 1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며 "예시로 꺼낸 중학생의 아이디어를 왜곡해 발언의 취지를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사안을 정쟁적으로 바라보는 구태적 프레임이자 전형적인 갈라치기 수법"이라고 했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인천 행사에서 김 위원장이 공개 유감 표명을 한 이후에도 "저희가 국민의힘에 사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기도 했다. 그는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잘못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느냐"며 "오해한 분들에 대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유감이라고 위원장은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이에 앞서 SNS에 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맞는 얘기"라며 "지금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 하지만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해 추가 논란을 일으켰다. 국민의힘이 해당 발언을 '노인 폄하'로 규정하고 혁신위 해체, 이재명 대표 사과 등을 주장하고 나서자 김 위원장을 감싸려 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그에게 향하는 부담을 가중시킨 꼴이 됐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상민·조응천 의원 등은 "우리 당을 도와주러 오신 분 맞나", "설화가 한두 번이 아니다",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앞뒤 상황 다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얘기해야 한다", "언론을 탓하는 건 아주 안 좋은 습관이다. 과실을 본인에게서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등 공개 비판을 했다. (☞관련 기사 : 조응천 "우리 당 도와주러 온 분 맞나", 이상민 "설화가 몇 번째냐")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인천 간담회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칭하며 직함 없이 '윤석열'이라고 이름만 부르기도 했다. 그는 "(금융감독원 부원장 시절) 윤석열 밑에서 통치받는 게 너무 창피했다", "문재인 대통령 때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임명받았다가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치욕스러웠다", "최근 학계에 무슨 일이 있냐, 윤석열이 전문가들을 다 당기고 있다. 다 꽂아 넣는 것"이라고 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50여 명의 당원들은 대의원제 폐지, 현역 의원 기득권 철폐 등을 혁신위에 요구했다. 이들 일부는 이같은 주장을 하는 과정에서 "수박 XX들 척결하고 혁신해", "이낙연과 화합하면 총선에서 져요" 등의 말을 했고, 간담회 후 참석자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대의원제 폐지' 요구에 대해 "오늘도 혁신위 회의에서 영국 노동당 사례 등을 공부하며 그 논의를 많이 했다. 아직 해외사례도 보며 더 논의를 해야한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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