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CTO "SEC 소송 결과, 원했던 결론…3년 내 코인 적극 활용될 것"
한일 코인 산업 차이 두고 "日 규제 우호적, 韓 수용력 뛰어나"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2020년 12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랩스를 기소하면서 XRP는 최근까지도 줄곧 가상자산(암호화페) 생태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코인이자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자리잡아왔다. XRP는 리플의 서비스와 결제 네트워크에 활용되고 있는 가상자산이다.
마침내 이달 중순, 30개월 여의 시간이 지나서야 XRP의 증권성에 관한 미국 법원의 공식적인 시각이 최초로 공개되자 다시금 XRP 가격의 상승뿐만 아니라 리플이 펼치는 가상자산 생태계의 비전 등에 관해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리플랩스는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결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 탈중앙화된 개방형 블록체인인 XRP 레저를 자사 솔루션에 활용하고 있다. XRP 저에는 기본적인 개인 결제뿐만 아니라 기관 및 기업들 간의 결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한 기능을 갖췄다.
나아가 XRP 레저에는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인 CBDC 등의 개발 플랫폼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리플은 통화 및 결제 기능 문제를 겪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하는 기업이다.
다만 리플은 자사를 기업용 가상자산 솔루션 기업이라 홍보하고 있는 만큼, 일본 기업들의 결제 솔루션 제공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에 데이비드 슈워츠 리플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비롯해 리플의 핵심 인사들이 24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 최대 웹 3.0 콘퍼런스인 웹엑스(WebX) 현장을 찾기도 했다.
<뉴스1>은 이번 웹엑스 현장 속 리플 부스에서 26일 데이비드 슈워츠 CTO를 만나 최근 나온 XRP의 증권성과 관련한 미 법원의 약식 판결 결과에 대한 의견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가상자산 시장의 차이점, 리플이 바라보는 웹 3.0 생태계의 미래 및 리플의 비전 등에 관해 물었다.
◇ 리플 CTO "美 법원 약식 판결, 우리가 원한 결과와 꽤 가까워"
우선 데이비드 슈워츠 리플 CTO는 이달 중순에 나온 SEC와의 소송 약식 판결 내용에 대해 만족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그는 리플 약식 판결 내용과 관련해 "100% 우리가 승리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면서도 "'XRP 자체가 증권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명시된 것은 우리가 (판결에서) 나오길 바랐던 내용이기 때문에 우리가 원한 결과에 꽤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이자 판결의 주요 포인트는 'XRP가 그 자체로 증권이냐 아니냐'였다"며 "이 (판결) 결과로 인해 XRP 증권이 아니란 점이 확실해졌기 때문에 만족스럽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아가 이번 약식 판결이 향후 가상자산과 관련된 소송에 있어서 이정표이자 도움이 될만한 중요 근거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슈워츠 CTO는 "이번 소송전은 가상자산 커뮤니티가 함께 모여 어떤 하나의 의제와 관련해 뜻을 같이 한 드문 사건"이라며 "확실히 개인적 생각으로 꽤나 큰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미국에서도 이번 판결 결과가 나온만큼 미국 기업이나 미국 시장과의 소통 과정도 이전보다 원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번 판결 결과가 앞으로 미국에서의 교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약식 판결 결과가 나오기 전과 후, 리플의 프로젝트 운영 방식 및 비전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리플은 이번 약식 판결 결과의 내용과 별개로 계속해서 가상자산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비전을 계속해서 계획대로 운영할 예정이었다.
슈워츠 CTO는 이와 관련해 "이번 약식 판결이 리플의 상황을 크게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며 "이전과 같은 리플의 전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도 리플은 규제와 제도 채택에 초점을 맞추면서 프로젝트를 운영할 것"이라며 "이것이 초장기부터 리플이 생각해왔던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 가상자산 시장 놀랍지만, 규제 환경은 일본이 좀 더 우호적"
일본 웹엑스 콘퍼런스에 방문한 만큼 슈워츠 CTO는 일본의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시각도 공개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일본의 가상자산 규제 환경에 대해 "'매우 건설적'이면서도 '우호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본은 여러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지만 이용자들에게 합법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기에 필요한 규제를 잘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각 나라의 규제 환경에 대한 평가 기준을 '얼마나 건설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가'로 보는데, 일본은 꽤나 건설적인 소통인 가능한 커뮤니티를 갖췄다는 것이다.
슈워츠 CTO는 "특히 일본은 개발자와 개발자 사이, 그리고 산업 및 규제 당국 간에 건설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규제 환경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가상자산 규제 환경에 대한 비교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최근 들어 특히 일본의 가상자산의 규제 환경이 훨씬 더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으로 '활발한 개발자 커뮤니티'를 뽑았다. 그는 "한국과 일본 모두 활발한 블록체인 개발자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다"며 "이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확장 및 가상자산 산업을 건설하기에는 좋은 환경이다"고 강조했다.
◇ 韓서 리플이 사랑받는 이유는? CTO "韓 커뮤니티, 기술에 대한 수용력 뛰어나"
슈워츠 CTO는 그러면서 규제 환경과 별개로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평가도 이어갔다. 그는 우선 한국에서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 중 XRP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국에 갈때마다 느끼는 부분"이라며 "한국이 오랫동안 리플의 프로젝트와 XRP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시장이 XRP 저의 기술을 얼마나 수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면 굉장히 놀랍다"며 "이것은 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초기부터 다져온 사실이다. 이에 우리도 한국 커뮤니티에 대한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리플랩스에 따르면 리플은 우리나라 대학 중 한양대학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리플 커뮤니티 육성을 실행하고 있다.
리플은 일본에도 개발자 커뮤니티 확장하기 위해 재단이 마련한 다양한 그랜트 프로그램을 적용할 계획이다. 리플은 앞서 △XRP 그랜츠 △APEX 개발자 서밋 △XRP 레저 해커톤 △소프트웨어 버그 바운티 프로그램 △리플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 리플 CTO가 본 최근 블록체인 생태계 트렌드는?…"상호운용성 확보"
리플은 지난 10여년 간 블록체인 생태계 안에서 결제 서비스 기능으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XRP 레저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CBDC 솔루션 제공 외 실물자산의 토큰화, 탈중앙화금융(디파이), 분산ID(DID) 등 생태계 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해왔다.
슈워츠 CTO는 이 같이 XRP 레저가 수년간 통화 및 국제 결제 기능을 제공하는 동안 블록체인 환경 전반이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합의 메커니즘이나 확장성 솔루션 및 프라이버시 프로토콜의 발전으로 인해 초기에 (블록체인이) 직면했던 문제를 해결해오고 있다"며 "이전보다 블록체인의 견고함과 효율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의 기술 발전 외 최근 블록체인 산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기관의 참여 증가'를 뽑았다. 이와 관해 그는 "주요 금융 기관과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깨닫고 있다"며 "점점 더 시장에 참여하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블록체인 솔루션의 인지도, 투자, 채택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슈워츠 CTO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최근 가장 큰 최대 화두는 '상호운용성'이라고 강조했다.
상호운용성이란 서로 다른 블록체인이 브릿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데이터와 자산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성질로, 이를 확보할 경우 타 체인과의 연결 및 협력이 가능해져 최근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들 사이에서는 생태계 확장을 위한 필수적 요소로 불리기도 한다.
슈워츠 CTO는 "최근 여러 프로젝트들과 프로토콜이 이 같은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면서 원활한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상호운용성이 발전할수록 (체인 간의) 협력을 촉진할 것이며 그럼으로써 커다란 생태계가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플도 이와 같은 블록체인 트렌드에 맞춰 현재 개발 이더리움 가상머신(EVM) 사이드체인을 개발 중이다. 리플에 따르면 해당 사이드체인을 통해서는 개발 언어 중 하나인 솔리디티의 개발자들이 XRP 레저 네트워크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를 구축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해당 업데이트는 개발자가 더 이상 XRP 레저와 EVM 호환 블록체인 중 하나만을 선택할 필요 없이 두 블록체인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 "향후 3년 내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사회에 막대한 영향 끼칠 것"
슈워츠 CTO는 블록체인의 기술 발전 외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최근 리플이 발간한 '뉴 밸류 리포트' 내용을 인용하면서 "전 세계 금융 의사결정권자의 88% 이상은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이 향후 3년 내 비즈니스, 금융 및 사회에 상당한 또는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트렌드로는 자산의 토큰화를 뽑았다.
그는 "이 분야의 의사결정권자 대부분은 CBDC, 스테이블코인, NFT와 같은 토큰화된 자산이 비즈니스, 금융, 사회, 특정 사용 사례 또는 산업에 걸쳐 의미 있는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며 "특히 글로벌 금융 리더의 80% 이상은 향후 3년 내에 가상자산, CBDC 또는 스테이블코인을 비즈니스에 활용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거나 매우 높다고 답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 코인산업 발전 위해선?…"명확한 규제와 중앙화·탈중앙화 균형 필요"
그는 다만 이 같이 블록체인 기술이 적극 실생활, 특히 금융 시장에 변혁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여러 도전 과제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규제와 관련해 "이미 영국, 유럽연합(EU), 싱가포르, 일본, 아랍에미리트(UAE)와 같은 국가는 건전한 암호화폐 시장 조성을 위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다"면서도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명확한 규제 확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실생활에 체감이 되는 웹 3.0 생태계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그에 밑바탕이 되는 적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그는 또 다른 과제로 블록체인 기술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채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단순히 기술 애호가뿐만 아니라 은행, 기업, 정부, 그리고 일반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혁신 기술을 수용하고 채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블록체인 생태계 안에 있는 프로젝트들도 단순히 탈중앙화만을 추구하진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탈중앙화'의 신념을 가진 프로젝트들이 존재하고, 대다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탈중앙화를 지향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의 중앙집중화적 성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는 "완전한 탈중앙화의 약속은 매력적"이라면서도 "중앙집중화와 탈중앙화의 균형을 맞추는 하이브리드 접근 방식은 보다 공평한 디지털 미래로의 전환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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