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뭔데? 겸손 아니다" 타격관 흔들, 자존심 내려놨다…'87순위' 루키에게 배우는 '100억 타자'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내가 뭔데?"
NC 다이노스 박건우는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9차전 원정 맞대결에 우익수,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4안타 2타점 1득점 1볼넷으로 펄펄 날아오르며, 3연패에 빠진 팀을 구해내는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원맨쇼' 활약이라고 봐도 무방한 경기였다. 박건우는 1회 2사 주자 없는 첫 번째 타석에서 롯데 선발 애런 윌커슨을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며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운'까지 따랐다. 0-3으로 뒤진 4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친 평범한 우익수 뜬공 타구를 롯데 안권수가 놓친 것. 박건우는 포기하지 않고 2루 베이스를 향해 전력으로 내달렸고, 2루타를 만들어냈다. NC는 행운이 뒤따른 찬스를 놓치지 않고 득점까지 연결시키며 2-3로 롯데를 턱 밑까지 추격했다.
박건우의 방망이는 계속해서 불타올랐다. 박건우는 2-3로 뒤진 5회말 2사 1루에서 다시 한번 윌커슨과 맞대결을 펼쳤고, 2구째 슬라이더를 공략해 사직구장 가운데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동점 2루타릍 터뜨렸다. 그리고 8회 네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낸 뒤 연장 11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다시 한번 2루타를 터뜨렸고, NC는 3점을 뽑아내 균형을 무너뜨리고 6-3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손에 넣었다.
박건우는 1일 사직 롯데전에 끝난 후 "감독님께서 일요일(7월 30일) '힘든 7월이 지나갔으니, 다시 한번 8월에 집중을 해보자'고 하셨는데, 선수들이 좋은 집중력을 가졌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무조건 연패를 끊고, 8월 스타트를 잘 끊어야 하기 때문에 쉬다가 온 만큼 더 잘하려고 노력했다"고 승리의 기쁜 소감을 밝혔다.
안권수가 놓친 타구에 방심하지 않았던 박건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두산 베어스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경험에서 나왔던 행동. 박건우는 "(안)권수가 나랑 친하기도 하고, 원래 그런 잔 플레이를 잘한다. '안 보인다'고 하는 것을 많이 겪어봐서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대가 (해가 지면서 공이 안 보이는) 그 시간대여서 빨리 뛰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8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 중인 박건우는 올해 개인적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박건우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 4월 타율 0.270으로 부진한 스타트를 끊었다. 5월에는 타율 0.303, 6월 타율 0.293을 기록하며 감을 회복하는 듯했으나, 올스타 브레이크에 앞서 '태도' 문제로 인해 1군 전력에서 제외되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여전히 회복되지 않는 타격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건우는 "야구를 하면서 올해가 가장 많은 공부가 되는 한 해인 것 같다. 이렇게 안 될 때도 많았는데, 좋은게 길게 가지 못한 시즌이 없었다"며 "좋은게 길고 슬럼프가 짧게 왔었는데, 올해는 이틀 정도 좋고, 일주일이 안 좋은 것이 많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인 것을 많이 내려놓았다. 사실 오늘(1일)도 어떻게 안타를 쳤는지 모르겠다. 최근에는 어린 선수들의 폼, 좋아하는 선수들의 폼을 많이 따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건우의 평소 타격폼은 큰 레그킥으로 타이밍을 잡은 후 타격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박건우는 레그킥 과정에서 변화를 주는 등 잔 동작을 많이 가져갔다. 어떻게든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에서 나왔던 '벤치마킹' 때문이었다. 최근 박건우는 팀 후배 서호철의 타격폼을 보며 많은 연구를 해 나가고 있다. 서호철은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9라운드 전체 87순위로 NC의 선택을 받았고, 올해 주전으로 도약해 73경기에서 79안타 2홈런 타율 0.307을 기록 중이다.
그는 "최근 경기를 보면 내 레그킥이 계속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토(Toe)탭도 해보고, 최근에는 서호철의 타격폼도 따라 하고 있다. 원래 나의 가장 큰 장점이 타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며 "내가 어떤 선수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뭔데?'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물론 몇 시즌 동안 3할도 치고, 좋은 기록을 많이 가져가고 있지만, 아직 나만의 색깔이 부족한 것 같다. 예전에 갖고 있던 2루타 색깔도 많이 없어졌다. 겸손한 것이 아니다. 타격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그게 흔들린다는 것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계속해서 "원래는 다리를 들었다가 치는 스타일인데, 오늘 1~2번째 타석에서는 발로 바닥을 찍었다가 치는 게 나올 것이다. 너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구를 노렸는데, 직구에 방망이가 나가지 않더라"며 "올해 유난히 서호철이 어떻게 치는지를 많이 보고 있다. 그래서 한 번은 '형이 맛있는거 한 번 사줄 테니, 타석 들어갈 때부터 끝날 때까지와 훈련할 때의 루틴을 부탁한다'고 말했더니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주더라. 좋은 선수들도 많지만, 가장 가깝고 많이 성장한 선수들의 비결을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급기야 박건우는 서호철의 타격폼에서 깨우침을 얻기 위해 배팅볼을 직접 던져주기도 했다. 그는 "날아오는 공에 가장 빠른 스윙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서호철이 거의 탑이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에는 배팅볼도 던져봤는데, 장난이 아니더라. 풀타임 첫 시즌이라서 많이 힘들 텐데 에버리지(타율)도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서)호철이를 보면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야구가 잘 풀리지 않으면서 후배들에게 힘이 되어 주지 못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박건우는 "야구가 잘 되고 있었다면 (김)주원이를 많이 신경 썼을 것이다. 주원이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고, 앞에서 눈물도 많이 보였다. 그런데 조언을 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더라. 내가 못하고 있고, 안 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도 못하고 있지만'을 전제로 한 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김주원은) 앞으로 더 좋은 선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응원을 빼놓지 않았다.
"야구는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까지 모두가 하는 것이다. 나 혼자 잘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게 야구다.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얼마 전 '태도' 문제로 2군을 다녀온 뒤 많은 것을 깨달은 모양새. 어떻게든 폼을 되찾고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보이지 않게 많은 노력을 쏟아내고 있는 박건우다.
[NC 다이노스 박건우, 서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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