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사태 확산…“전세퇴거 통보, 이사 날짜 맞춰 놓았는데 무슨 일이래요”

김현주 2023. 8. 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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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다른 아파트 알아보고 있지만 집 못 구할 듯"
뉴시스
정부가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공공주택 단지 중 전단보강근(철근)이 누락된 15곳을 공개한 가운데, 입주가 완료된 단지 뿐만 아니라 입주를 앞두고 있는 단지까지도 날벼락이 떨어졌다. 해당 단지의 입주 예정자들은 "계약을 취소하고 싶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2일 뉴시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를 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단지 91곳 중 15개 단지에서 전단보강근 누락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들 중 5개 단지는 이미 입주를 마친 상태이고, 3개 단지는 현재 보강작업을 완료한 후 입주를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향후 입주가 완료된 5개 단지를 포함한 12개 단지에 대해 순차적으로 보강작업을 마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발표 후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입주가 진행 중인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 중에는 계약을 취소하고 싶다며 절차를 알아보는 이들까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충남도청이전신도시 RH11 국민임대 입주예정자 A씨는 "철근이 누락된 아파트의 당첨을 취소하고 싶어서 다른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는데 전세(매물이) 너무 없어 답답하다"며 "지금 전세 살고 있는 집이 안 빠졌으면 (당첨을)취소했을텐데 이미 빠져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아파트에 2년 정도는 살려고 했는데 입주 전부터 크게 계획이 어그러진 기분"이라며 "오는 24일 이사 예정인데 그 안에 다른 집이 안 구해지면 그냥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해당 단지의 또 다른 국민임대 입주 예정자 B씨는 "국민임대는 최근 계약한 이력이 있으면 다른 국민임대를 지원할 때 3년간 감점 불이익이 있고 계약금 납부 후 계약 취소를 하면 위약금도 나온다"며 "철근 없는 순살 아파트라서 취소하고 싶은 사람은 이러한 불이익 없이 취소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철근순살을 입주자가 원한 것도 아니고 뒤늦게 수리해도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지은 것과 동일 수준이 되지는 못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또한 오산세교2 A6 입주 예정자 C씨는 "입주 한 달 전인데 계약하라는 연락도 없고 철근도 90군데 중에 75개소나 누락됐다"며 "이렇게 되면 당첨 취소는 안 되는 거냐. 1년을 기다렸는데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 발표 이후 계약 취소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향후 실제 계약 취소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 중에는 이미 이사 날짜를 맞춰놓았는데 보강작업으로 입주가 지연되면 갈 곳이 없어진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었다.

인천 가정2 A1 행복주택 입주예정자 B씨는 "철근누락이라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보강공사로 입주가 얼마나 밀릴지 모르겠다. 전세 퇴거 시기와 다 맞춰 놨는데 화가 난다"며 "(LH)지역본부에 전화해서 입주가 얼마나 밀리는지 물어봤더니 입주예정 계약자들한테 통보가 갈 것이라고만 하고 아직은 정확히 모른다고 한다. 입주가 당장 다다음달인데 그 사이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미 보강작업도 끝나고 입주도 시작됐지만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수서역세권 A3(입주중)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서는 "좀 더 강하게 어필해서 증거자료나 사진이라도 확인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안전이 제일 우선시돼야 하는만큼 (안전하다는) 구두상 답변은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해당 철근 누락이 당장 안전에 위험을 끼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번에 문제가 된 LH아파트는 무량판을 적용한 지하주차장의 기둥 부위에 해당되고, 지하주차장 상부에 건물이 없어 주거 부분에 대한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번 보수 보강 역시 콘크리트 학회의 보강방법에 관한 자문을 거친 것으로, 이를 통해 안전을 철저히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토부가 전수조사에 나선 민간아파트 293개 단지 중 일부는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앞으로도 안전성에 대한 입주민들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무량판 구조는 위험하고 못쓸 방식이 아니다. 적절한 설계와 시공이 이루어지면 문제가 없다"면서도 "이번 부실공사 논란도 제도가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적절한 (구조)설계와 그에 충실한 시공, 결국 원칙을 준수하는 실행역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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