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알고도 권력 유지 시도”…세번째 기소된 트럼프

김유진 기자 2023. 8. 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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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2020년 대선 결과를 전복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미 기소된 성추문 입막음 의혹, 기밀 문서 불법 반출 혐의에 이어 세번째 기소다. 특히 이번 건은 지난 대선을 전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위가 미국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했다고 인정한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잇단 사법리스크에도 공화당원 다수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공화당 경선 판세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연방대배심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미국 정부를 기망하기 위해 공모한 혐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인증하려는 미 의회의 공무집행을 방해하고자 모의하고 실제 방해한 혐의, 투표권 등 권리 행사 방해를 공모한 혐의 등 4개 연방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를 공모한 6명도 기소됐는데, 이름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1·6 의사당 폭동 사태 연루 의혹을 수사해온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공소장에서 “피고인(트럼프)은 선거에서 패배했음에도 계속해서 권력을 유지하기로 결심했다”면서 “부정 선거 주장이 거짓이라는 점을 알고도 이를 반복해서 유포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선거 결과 존중과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고의로 방해한 사실이 확인된 것에 이번 기소의 의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2020년 미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의회의 대선 결과 인증일인 2021년 1월6일 지지자 수천명이 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벌이도록 독려했다. 당시 이 사건으로 시위대와 경찰 5명이 사망하고 840명이 체포됐다.

스미스 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1.6 의사당 공격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전례없는 공격이었다”며 “그것은 피고인의 거짓말에 의해 부추겨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허위 사실임을 알고도 부정선거론을 퍼뜨린 것은 배심원단이 유죄 평결을 내리는데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고 NYT는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 측은 이번에도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하는 성명을 내고, 부정선거론을 퍼뜨린데 대해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들먹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 자신의 대선 출마를 막으려는 표적 수사라며 바이든 행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압박과 회유를 받다가 ‘반트럼프’ 기치를 내걸고 차기 대선에 출마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이번 기소는 누구라도 헌법 위에 군림하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중요한 점을 상기시킨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상·하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하킴 제프리스 의원도 이번 기소에 대해 “그날의 폭력이 수개월 간의 범죄 모의의 결과이자, 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거역하고 미국민의 의지를 전복하려 한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기소인부절차는 3일 오후 워싱턴 연방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기소된 성추문 입막음, 기밀 문서 유출 및 관련 증거 인멸 혐의와 함께 3건의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됐다고 NYT는 전했다. WP도 유력 정당의 선두주자가 향후 1년 동안 유세 현장과 법정을 오고가는 역사상 기이한 대선이 펼쳐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 기소 사례 이후 오히려 지지층이 결집한 데서 보듯이 이번 기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도전에 얼마나 타격이 될 지는 미지수다. NYT와 시에나대학이 최근 공화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4%의 지지를 얻어 2위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17%)를 크게 앞서고 있다.

미국에는 후보자가 유죄 평결을 받더라도 대선 출마를 제한하는 법률이 없고, 공화당 내 부정선거론을 신봉하는 이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책임을 지기보다는 정치적 공방과 분열만 가중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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