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수컷 나방, 식물성 최음제 성분으로 암컷 유혹한다"

美 연구팀 "수컷 페로몬 속 살리실산 메틸이 짝짓기 성공률 높여"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수컷 나방이 짝짓기를 위해 암컷에게 구애할 때 여러 화학물질이 혼합된 페로몬을 사용하며 특히 식물에서 생성되는 최음제 성분을 활용해 암컷을 유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회색담배나방 회색담배나방(Chloridea virescens) 같은 나방들은 페로몬 신호를 사용해 짝을 찾는다. [Kai Squires 제공. CC BY 4.0.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코비 샬 교수팀은 2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회색담배나방(Chloridea virescens) 수컷의 구애 페로몬은 3가지 주요 성분으로 구성돼 있고 그중 식물이 만드는 살리실산 메틸(MeSA)은 짝짓기 성공률을 높이는 최음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나방의 짝짓기는 암컷이 페로몬을 방출해 멀리 있는 수컷에게 자신을 알리면서 시작된다. 이를 감지한 수컷은 암컷에게 가까이 날아와 자신만의 페로몬 혼합물을 방출하고 암컷은 수컷의 페로몬을 평가해 짝짓기 여부를 결정한다.

연구팀은 수천 종의 나방이 장거리 통신을 위해 방출하는 페로몬에 대한 연구는 수십 년간 많이 이루어졌으나 수컷이 구애 행동을 할 때 방출하는 단거리용 성페로몬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가스 크로마토그래피로 수컷이 암컷에게 접근해 구애 행동을 할 때 방출하는 페로몬 혼합물의 성분을 분석, 크게 세 가지 종류의 화합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나는 암컷의 방출물과 유사한 생합성 알코올·알데히드·아세테이트·카르복실산 등이고, 하나는 지방족 다중 불포화 탄화수소 등 새로 확인된 수컷 고유의 페로몬 물질, 다른 하나는 MeSA를 포함한 식물 이차 화합물 및 호르몬 파생물이다.

연구팀은 수컷은 구애하는 동안 여러 가지 기능을 할 수 있는 서로 다른 기원의 모자이크 페로몬 혼합물을 사용한다며 특히 이 가운데 식물에서 합성되는 MeSA는 짝짓기 성공률을 높이는 최음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MeSA는 식물이 초식동물 등의 공격을 받을 때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또는 공격하는 초식 동물의 천적을 부르기 위해 방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MeSA는 나방 몸에서 합성되지 않는 점으로 미뤄 나방은 식물성 먹이 속에 든 MeSA를 체내에 축적했다가 페로몬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암컷 나방은 더듬이에 MeSA에 민감한 냄새 수용체 2가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암컷은 이를 이용해 수컷이 방출하는 페로몬 혼합물 속에 들어 있는 미량의 MeSA를 감지해 반응한다.

연구팀은 수컷의 페로몬 혼합물 속 MeSA 양을 줄이자 짝짓기 성공률이 떨어졌으며 수컷에게 소량의 MeSA를 투여하자 짝짓기 성공률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면서 이는 MeSA가 짝짓기 성공률을 높이는 최음제 기능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샬 교수는 "MeSA는 초식동물의 공격을 받은 식물에서 방출되기 때문에 암컷 나방의 후각 시스템은 오래전부터 이 물질에 맞춰져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수컷은 암컷의 이런 감각을 짝짓기에 이용하기 위해 식물 MeSA를 활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