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대형카페건축이 던지는 질문
'현대건축의 최전선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모더니즘의 시대와 68혁명이 사회를 뒤흔들었던 후기근대사회에 건축은 철학과 예술 제분야를 선도 혹은 동행하는 종합예술의 지위를 유지했다. 건축의 지위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패러다임이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점차 시대의 정신을 이끌던 자리에서 내려와 자본에 종속된 서비스의 건축으로 변모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현대건축의 최전선'이라는 표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간에 우리가 들어서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질문을 약간 순화해 '한국현대건축의 최전선은 어디에 서 있는지'로 바꿔보자. 다원화되는 지구화 시대에 현대건축의 보편적 가치를 묻는 질문은 막막하기 그지없는 것이지만, 우리 삶에 밀착된 지역으로 범위를 좁힌다면 어스름하게라도 답변의 형체를 갖춰 나갈 수 있다. 최전선이라면 건축 설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새로운 실험이 각축장을 벌이는 곳일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공간 언어의 실험이 활발하게 등장하고, 세간의 이목을 이끄는 곳이 어딘지 잠시 생각해 보면 금세 답변을 찾을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의 SNS 피드를 업데이트해 주며, 그 흐름을 따라가기도 벅찰 만큼 다양한 시도들이 동시다발 적으로 벌어지는 곳. 바로 대형카페건축이다. 현재 대형카페건축은 수많은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각자 갈고 닦은 솜씨를 뽐내는 각축장이 되고 있다.
한국의 대형카페건축은 일반적으로 유사한 설계 방식을 사용한다. 구법에 있어서는 마감 공사를 생략해 건축비를 최소화하면서 MZ세대들의 세련된 공간 취향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콘크리트 노출의 대대적 활용이 눈에 띈다. 이제는 지나치게 반복돼 다소 과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세를 이룬다. 건축비는 경제성을 중요시하지만, 가구에 대해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격 대비 공간 효과가 크다는 점도 있고, 부동산인 건축물과 달리 장소를 이동할 때 소지할 수 있어서 매몰 비용이 되는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 오픈하는 카페건축을 둘러보면 러프하게 마감된 공간 속에 값비싼 의자나 조명들이 콘트라스트를 이루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그러면서도 카페의 영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SNS상의 트래픽을 창출하기 위해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 디자인에 온 신경을 집중시킨다.
지금 이 시대에 대형 카페 건축이 한국현대건축의 최전선에 자리하게된 데에는 어떤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여러 입장에 따라 다른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 필자가 짐작하는 몇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카페가 도시공공공간의 대체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이는 근대적 도시계획이 정립될 여유 없이 확장되고 발전된 한국 도시 공간 구조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성장 위주의 정책에 의해 우리 도시는 이렇다 할 상징적 광장이나 공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사람들의 삶은 이에 적응해 광장을 중심으로 일상이 전개되는 서양의 그것과는 다른 양상을 지니고 있다. 대형카페가 제공하는 목적 없는 공간들은 도시공공공간이 제공해 줬어야 할 것을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둘째,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하는 건축법과 지구단위계획에 지배받는 도시 경관의 단조로움도 한몫한다. 흔히 우리 도시의 풍경을 표현할 때 무채색의 상자들로 가득하다고 관습적으로 표현하지만, 이는 반대급부로 사람들에게 비일상적 공간환경의 경험에 대한 욕구를 증대시킨다. 카페건축은 SNS에서의 화제성을 위해 독특한 테마로 치장하고, 과장된 언어를 자주 활용하게 되는데 이 점이 대중에겐 비일상적 경관의 체험으로 소구 되는 것이다.
셋째, 공간이 소비의 대상이 되는 변화에 있다. 소셜 네트워크가 일상과 사람 간의 관계를 정의하는 시대에 공간은 나의 SNS피드를 채우는 아주 중요한 매개체가 됐다. 경쟁적으로 새로운 공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포스팅하고 네트워크를 타고 기하급수적으로 퍼져나가며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카페는 그 어느 시대보다 건축의 미학적 면모를 중요한 지점에 위치시키고 있다.
물론 소셜 네트워크 속 이미지가 건축의 미학적 가능성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건축의 공간은 3차원에서 감각되며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복잡성을 지닌다. 2차원의 디지털 이미지를 위한 건축이 최전선이 되는 것은 건축이라는 단어 안에 담긴 풍성한 층위를 지나치게 평면화하는 문제를 지닌다. 대형 카페 건축이 건축을 단편화해 소비하는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 탐구하는 것이 지금 한국현대건축 최전선에 던져진 요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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