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쌍천만’ 김용화 감독 “왜 이번엔 달이냐고요?”
김용화 감독의 7번째 영화 ‘더 문’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의 사투를 그린다. 한국 우주 과학 기술을 현실적으로 고증하며 VFX(시각적 특수효과) 기술력으로 사실적이고 스펙터클한 비주얼을 완성, ‘체험형 영화’라는 평을 얻고 있다.
김용화 감독은 “‘신과 함께’ 2부 개봉하고 나서 작업에 들어갔다. 중간에 휴가는 갔다 왔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했다”며 “SF 영화를 하게 된 건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관객도 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서다. 그게 일치할 때도 있고,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전작은 운 좋게 부합한 거고, ‘미스터고’는 기획에 실패한 거다. 저는 보고 싶었지만 관객은 원하지 않았다. ‘신과 함께’는 지옥을 잘 구현해서 영화계에서 잘 안된다는 판타지로 성공했다. SF는 기대치가 낮은데 제가 가용할 수 있는 능력을 뽑아내면 달도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밝혔다.
‘더 문’은 VFX와 세트를 통해 달과 우주를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영화”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산안을 철저히 짜 280억 원의 제작비 중 61억 원이 VFX에 쓰였다. 적지 않은 예산이지만, 할리우드 영화 ‘그래비티’의 제작비가 1000억 원이 넘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비용이다.
김용화 감독은 “280억 원이 적은 예산은 아니지만, 저도 도전은 그만하고 싶다. 한국은 천만이 더더욱 힘든 시장이 됐다. 할리우드 영화는 자국에서 20~30%를 벌어들이면, 나머지는 전세계에서 벌어들인다. 우리는 자국에서 90%를 벌어야 한다. 아시아도 하나의 시장이 된다면 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예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처음부터 VFX 스튜디오인 덱스터에 정확한 예산을 요구했다. 4K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부하가 걸릴 때도 있었지만, VFX의 경우 샷 수를 줄이고 하나하나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베스트’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과 함께’를 하면서 배우들이 블루스크린 앞에서 아무것도 없이 연기하는 걸 보고 많이 안타까웠다. 영화를 위해서는 VFX 뿐만 아니라 리얼한 세트까지 모든 부분에서 협업이 중요했다. 우주복도 6개월 동안 13벌을 만들면서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나사 우주복도 구해서 찢어도 보고 분석하면서 만들어갔다. 스위치 하나도 자문받아 만들었다. 뭐가 먼저냐고 말하기는 어렵다. 서로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저승 다음에 달을 하게 된 이유요? 달은 양면성을 띠고 있죠. 판타지적 요소와 따뜻하고 차가운 느낌이 있어요. 그동안 달의 뒷면은 잘 다뤄지지 않았고요. 희망과 좌절, 그런 양면적인 측면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달은 벗어나지 못하잖아요. 그런 인력이 사람과의 관계 같기도 했고요. 그런 부분을 제가 좋아하는 영화로 풀어보고 싶어 도전하게 됐죠.”
‘신과 함께’에 이어 함께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 역의 도경수에 대해서는 “‘신과 함께’ 할 때도 아이돌 그룹 엑소 멤버인지, 노래를 잘하는지도 몰랐다. 순수한 이미지가 좋았다. 인지도가 높지만 잠재적 역량이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TV 드라마에서 이미 훌륭한 역할을 했지만, 이런 역할로 또 매력을 더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정말 잘해줬다. 도경수가 고생했지만 VFX 예산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능숙하게 액션 등을 소화해줬고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 올려줬다”고 칭찬했다.
전임 우주센터장 재국 역의 설경구에 대해서는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선망하는 배우다. 연기도 연기고, 그의 삶을 보면 다른 생각을 많이 안 하고 일만 생각한다. 아무래도 저 역시 계속 일하다 보니 타성에 젖기도 한다. 현장에서 선배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명받았다. 저도 계속 영화감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NASA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 문영 역의 김희애에 대해서는 “학교 선배인데 연기를 너무 잘한다. 훌륭한 배우다. 드라마를 많이 했는데, 저렇게 연기를 잘하는데 영화는 왜 많이 안 하나 싶었다. 제 영화에 모시고 싶어 시나리오를 건넸는데 재미있게 읽으셨다. 출연료도 많이 안 받으셨다. 출연자 자막에도 그리고 김희애라 나오는데 앞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한 신을 위해 다섯 가지를 준비해오셨더라. 연기를 40년 동안 한 배우가 매 작품 임할 때 신선하고 신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했다. 열정적인 두 분을 보고 직업인으로서 저 역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어렸을 때 조금 정서적으로 어려운 경험들을 했다. 부모님도 아팠다. 제게 삶이라는 건 기쁨보다 아픔이 많고 성공 환희보다 실패의 아픔이 많다. 물론 그 두 개가 공존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이 많다. 그래서 위로를 담고 싶었다. 제 고통이 가장 크다고 말할 수 없고, 뉴스만 봐도 현실에서는 저희가 생각지 못한 끔찍한 일이 많다. 그래도 우리가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제가 이 키워드에 집착하는 이유다. 영화를 그만두기까지는 이런 이야기들을 소재만 바꿔서 계속 만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신과 함께’가 쌍천만 관객을 동원했을 때와 지금은 관람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죠. 그럼에도 제가 원하는 건 관객들과 정서적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겁니다. ‘국가대표’를 만들 때 생각한 건 큰 관심을 못 받으면서도 이 나라를 대표해서 열심히 하는 스포츠인들이 지원을 더 받을 수 있길 바랐죠. 실제로 실업팀이 창단되고 좋은 일이 생겼어요. 지금 한국 우주과학 기술의 성취는 정말 놀라워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요. 제가 감히 과학자는 아니지만, 지금 힘을 실어야 하는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저희 영화로 그런 부분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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