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KIA 김상현을 떠올렸던 이강철… 바뀐 물줄기, 이 선수들이 그것을 해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kt의 시즌 초반은 말 그대로 우울했다. 선수단 내내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그것도 다 핵심이었다. 타선은 6월까지 단 한 번도 완전체 라인업을 짜보지 못한 채 표류했다. 마운드에서는 소형준 주권 김민수 등 핵심 자원들이 아파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6월 2일까지 kt는 16승30패2무(.348)를 기록해 리그 최하위까지 처졌다. 시즌 전 ‘강력한 3강 후보’라는 타이틀이 무색했다. 그 시점을 전후해 kt가 두 가지 승부수를 연이어 던졌다. 롯데와 트레이드로 이호연(28)을 영입해 내야를 보강했고, 부진했던 보 술서를 일찌감치 퇴출시키고 윌리엄 쿠에바스(33)를 재영입해 외국인 카드 한 장을 교체했다.
최하위까지 처진 데다 여전히 부상자들이 많았다. 완전체 전력 구축은 요원해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두 승부수조차 뭔가를 획기적으로 바꾸기는 모자라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강철 kt 감독은 당시 은근히 기대하는 구석이 있었다. 단순히 전력의 플러스가 아니었다. 어떤 선수, 혹은 어떤 계기가 팀을 자극하고 깨우며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기대였다. 경험적으로 한 선수를 언급했으니 2009년 KIA 김상현이었다.
KIA는 2009년 좋은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간 건 아니었다. 당시 승률 계산 기준으로 5월 28일까지는 승률 5할이 안 됐다. 하지만 4월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상현이 대활약을 하면서 팀의 전반적인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다. 결국 KIA는 김상현의 대활약을 앞세워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고, SK의 시즌 막판 거센 추격을 따돌리며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더니 끝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내달렸다.
한 선수의 영입과 맹활약이 팀에 거대한 모멘텀을 만들어줬고, 야구에서 1+1은 단순히 2가 아니라는 것을 잘 증명한 사례로 남아있다. 당시 지도자로 이 상황을 지켜본 이 감독은 오랜 기간 팀에서 뛰었던 쿠에바스의 기운이 그 몫을 해내길 기대했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의 영입이 확정된 6월 13일 당시 “쿠에바스가 와서 좋아지면 팀도 반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반 외국인이 오는 것보다는 같이 해서 친했던 선수가 오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감도 있다”면서 “예전 예로 2009년 KIA가 있다. 5월 한때는 꼴지도 보고 있다가, 김상현 트레이드를 하나 했고, 거기서부터 최희섭도 살아났다. 그 다음부터 (팀이) 치고 나가는데 끝까지 그랬다”고 떠올렸다.
쿠에바스와 이호연, 그리고 김상현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감독의 말대로 팀 분위기를 바꾸고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했다. 한때 승패마진이 -14까지 처졌던 kt는 6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달리더니 8월 1일 현재 45승43패2무(.511)로 이제는 3위를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시즌 운영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이 감독은 이호연이 활약하면서 팀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었고, 쿠에바스가 나가는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탄력을 받았다고 진단한다. 이호연은 올해 39경기에서 타율 0.305를 기록했다. 쿠에바스의 올 시즌 7경기 성적은 3승 무패 평균자책점 4.58. 두 선수 기록이 특급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요소요소에서 괄목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두 선수가 만들어낸 작은 차이가 결국은 팀 분위기를 바꾸고 또 성적을 바꾼 셈이다.
이 감독은 1일 수원 SSG전을 앞두고 “쿠에바스가 성적을 내고 안 내고를 떠나 그 선수가 승리를 안 해도 팀이 이기는 경기가 있었다. 그러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했다. 실제 kt는 쿠에바스가 등판한 7경기에서 5승2패를 거뒀다. 술서를 밀고 갔다면 장담할 수 없는 수치였다. 이어 이 감독은 “또 호연이가 와서 좀 치면서 거기서도 분위기가 올라갔다. 프런트에서 역할을 너무 잘해줬다”고 선수와 구단에 고마워했다.
이제 5할 승률 위로 올라온 kt는 또 다른 시험대를 마주한다. 이 감독은 “(마이너스였을 때의) 긴장감과 지금의 긴장감은 또 다른 긴장감이다. 밑에 있을 때는 ‘하나씩, 하나씩 가자’라고 하지만, 이제는 여기서 떨어지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지켜가려고 한다”면서 8월 성적은 5할을 목표로 했다. 여유와 긴장 사이에서 kt가 지금의 물줄기를 끝까지 지켜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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