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가 첫눈에 알아본 K-스타트업, 벤츠도 손잡았다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의 간판코너인 '스타트UP스토리'를 통해 한차례 소개됐던 기업 대표를 다시 만나 그간의 경험과 시행착오,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던 노력 등의 경영스토리를 들어봅니다.
분광학 기반 성분 검출·측정 장치를 개발하는 파이퀀트(PiQuant)다. 분광학은 반사·산란·확산·투과되는 정도가 제각기 다른 빛의 특성을 통해 물질의 고유 속성을 알아낸다.
게이츠재단은 파이퀀트가 개발한 휴대용 수질 측정기 '워터스캐너'에 주목했다. 워터스캐너는 물속 세균과 바이러스·중금속 등을 검출할 수 있는 장치로, 기존 PCR 방식(유전자 증폭 검사법)의 검사 시간을 1440분의 1로 단축하고 비용은 50분의 1수준으로 낮췄다.
게이츠재단은 워터스캐너가 개발도상국의 식수 안전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파이퀀트는 게이츠재단과 2차 파트너십도 맺고 연구비를 지원받아 다양한 국가와 협업하며 수질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5년 7월 설립된 파이퀀트는 지난해 5월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의 간판 코너인 '스타트UP스토리'에 소개된 이후 사업화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7월 미국 상무부가 공식 운영하는 투자 촉진 프로그램 'SELECT USA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올해 초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적도 성장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부터는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했다. 그동안 연구개발(R&D)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빠른 사업화를 통해 내년 매출액 1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서울경제진흥원(SBA)의 대·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사물인터넷(IoT) 기반 실내외 공기질 측정 장치인 '에어퀀트'를 건설 현장 공기질 모니터링을 위한 솔루션으로 기능을 확장했다. 이 솔루션의 기술검증(PoC)을 현대건설과 진행했고 현재 납품 계약을 준비 중이다. 디에이치(THE H)와 같은 고급 아파트 브랜드의 경우 지하 주차장이 많아 공기질 모니터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에서 에어퀀트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주고 있다.
-어떤 기술적 특성이 있나
▶IoT와 빅데이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공기질을 측정한다. 온도·습도·조도 측정 및 제조 데이터 분석은 물론 건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유해가스와 초미세먼지,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들로 구성됐다. 모니터와 연결해 원격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에어퀀트를 이동형 기기에 탑재하면 사람이 직접 공기질을 측정하기 어려운 여러 장소의 환경을 실시간 파악함으로써 현장 작업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산재를 예방할 수 있다.
-왜 이 기술이 필요한가
▶기존 계측기는 사람이 직접 들고 가서 일회성으로 검사를 해야한다. 계측기 자체도 비싼데 데이터 통신이 되지도 않는다. 유해 요소를 측정하기 위해 사람이 밀폐 공간에 들어가는 것은 질식 사고의 위험이 크고 물리적인 제약도 있다. 겨울철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의 질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는 콘크리트 양생(경화되기까지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을 위해 난로를 때우는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작업자들이 유해가스와 분진에 노출될 위험이 있음에도 단순히 환풍기 등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사고 예방을 위해 반드시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적정 공기 상태를 확인한 후 작업해야 한다.
▶기업이 준수해야 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위반하지 않도록 예방을 돕는다. 건설 현장용 에어퀀트를 도입하면 이 규칙 제19조(경보용 설비), 제273조(계측장치 등의 설치), 제614조(분진의 유해성 등의 주지), 제619조(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의 수립·시행)에 각각 규정돼 있는 업무의 수행을 지원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손가락 접촉만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SBA의 중개를 통해 메르세데츠벤츠코리아와 함께 이 기술을 활용한 음주운전 차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술을 마신 사람이 손가락으로 시동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안 걸리게 하거나 자율주행 모드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음주운전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한다. 현재 벤츠와 PoC를 진행하고 있다.
-기술에 대한 수요가 있나
▶미국·유럽의 경우 술을 마시면 시동 자체를 걸지 못하도록 하는 각종 안전 장치들이 주목받고 있다. 벤츠 외에 다른 대형 해외업체와도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음주운전을 봉쇄하는 기술을 의무화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도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에 탑재하는 솔루션으로 완성이 되면 비즈니스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정부에서 지원을 받고 있나
▶정부의 딥테크 스타트업 지원사업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서 13.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원기업에 선정됐다. 창업진흥원이 사업을 수행하고 서울대와 성균관대 등이 기술사업화 주관기관, 한국표준협회가 글로벌 협업 주관기관을 맡은 초격차 분야 유망 스타트업 육성 사업이다.
-앞으로 사업 계획은
▶분광 분석이 일상화되면 자신 주변의 모든 것들을 분석해 그 데이터를 기준으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들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구글 검색의 다음은 '분석'의 시대다. 파생 기술을 바탕으로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겠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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