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국인 주택 구입 사상최저

[파이낸셜뉴스]

외국인들의 미국 주택 구입이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1일(현지시간) 확인됐다. 2021년 6월 3일 캘리포니아주 밸리센터에서 주택 공사가 한창이다. 로이터뉴스1

미국 부동산 인기가 시들한 가운데 주택 구입에서도 외국인이 손을 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부동산 큰 손들이 미 사무실 빌딩들을 처분해 일본 빌딩들을 사들이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미 주택 구입 역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이하 현지시간) 전미부동산협회(NAR) 발표를 인용해 외국인 구매자들의 올 1·4분기 미 주택 구입 규모가 8만4600채로 1년 전보다 14% 줄었다고 보도했다.

외국인들의 미 주택 구입은 6년 연속 감소하며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외국인들이 사들인 부동산 규모는 금액으로도 전년동기비 9.6% 줄어든 533억달러였다.

이 역시 NAR이 2011년 이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저 규모다.

외국인들이 미 주택 구입을 꺼리는 이유는 미국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높은 가격, 매물 부족 속에 미 주택 시장에서 손을 털고 있다.

미 집 값은 비록 전년동기 대비로는 하락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상최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팬데믹 기간 초저금리 수준에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얻은 기존 소유주들이 급격한 모기지 금리 상승 여파로 집을 내놓지 않으면서 부동산 경기 위축 속에서도 주택 가격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집 주인들은 살던 집을 팔고 새 집으로 이사 갈 경우 훨씬 더 높은 모기지 금리를 각오해야 해 그냥 눌러 사는 경우가 많다.

로런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들도 미국의 높은 집값에 압도돼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미 주택 구입 감소폭은 그러나 미 기존주택 매매 감소율보다는 작다.

1·4분기 외국인들의 미 주택구입 감소율 14%는 같은 기간 미 기존주택 매매 감소율 23%보다 9%p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들은 모기지를 얻어 주택을 구입하는 대신 주로 현금으로 집을 사는 터라 모기지 금리 급등에 따른 미국인들의 주택 구입 감소보다 감소비율이 더 낮은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이 사는 집은 일반적인 미국인들이 구매하는 주택보다 대개 고급이었다.

NAR은 1·4분기 외국인들이 사들인 미 주택 가격 중앙값이 39만6400달러로 미국인들이 구입한 주택 가격 중앙값 38만4200달러보다 1만달러 이상 높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매수자는 중국인들이었다.

중국인 주택 구입자들은 1·4분기 중 136억달러어치 주택을 사들여 2018년 이후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외국인들이 미 주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1·4분기 전체 기존주택 매매의 2%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이들은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주택시장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지역에 수요가 몰려 이들 지역 집 값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1·4분기 중 미 주택을 구입한 외국인 절반 수준인 51%는 미국에 최근 이민 간 외국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