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문’ 설경구 “도경수, 맑은 눈에 대단한 걸 숨기고 있다” [인터뷰]

한국영화 최초 유인 달 탐사선 소재 SF영화 ‘더 문’ 설경구
“난 주둥이 액션뿐, 경수가 다했죠”

배우 설경구(56)와 도경수(30)가 한국영화 최초로 유인 달 탐사선을 소재로 한 영화 ‘더 문’을 통해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아득한 우주를 스크린에 그려낸다. 2일 개봉하는 영화에서 사고로 혼자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도경수)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을 연기한 두 사람은 “한국에서도 마침내 이런 훌륭한 SF 영화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 우주센터장 재국역 설경구김용화 감독 믿고 출연 결정경수 현장서 만난 건 세번뿐 나와 함께한 친구들 다 잘돼

설경구는 평소 SF 장르를 좋아하지 않았다. 유명한 할리우드 SF영화도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 그런데도 전혀 고민하지 않고 이번 영화를 택한 이유는 ‘신과함께’를 통해 쌍천만 신화를 쓴 김용화 감독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달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라는 데 어떻게 스크린에 구현될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달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으면 아무리 이야기가 좋아도 소용없으니까요. 하지만 ‘신과함께’로 저승을 그려내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김 감독이 만드는 SF물이라면 가능할 거라 확신이 들었어요. 이번에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던 SF물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도 모두 깨졌죠.”

상대 배우로 호흡을 맞춘 도경수가 와이어에 매달려 난도 높은 연기했던 것과 달리 설경구는 항공우주센터라는 비교적 편안한 장소에서 촬영했다.

그는 “고생은 (도)경수가 다했다. 나는 날로 먹은 것 같다”며 “내가 한 건 주둥이 액션뿐”이라며 웃었다.

작품마다 모든 스태프의 얼굴과 이름을 외우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이번엔 (스태프의)이름은 제대로 외우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감염증 확산 사태가 극심했던 2021년 촬영해 모든 스태프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사적인 만남도 제한돼 도경수와 직접 현장에서 만난 것도 “단 세 번뿐”이라고 돌이켰다.

“경수는 눈이 좋은 배우예요. 눈을 바라보며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꼭 다시 함께하고 싶어요. 맑은 눈 뒤에 무언가 대단한 것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거든요.”

그는 유난히 아이돌 출신 배우들과 인연이 깊다. ‘감시자들’에서 그룹 2PM 이준호와 함께 연기했고, 2017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각각 AOA 출신 설현과 제국의아이들 출신 임시완과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야차’에서는 갓세븐 진영과 연기했다. 그는 “캐스팅에 관여하는 건 아니지만 나와 함께 한 친구들은 모두 잘됐다”며 웃었다.

“그 친구들이 저를 ‘동네 아저씨 같은 선배’라고 표현하더군요. 물론 처음에는 조금 어려워할 수 있는데 나중에는 거의 자기 아래로 보죠. 하하! 그 친구들을 굳이 편하지 않게 대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제가 뭐라고. 연기에는 선후배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