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물 만난 주지훈, 즐거움의 연속
넷플릭스 '킹덤' 김성훈 감독과 재회
"철저한 작업 최고 수준…감탄 나와"
배우 하정우와 버디 케미 "행운이다"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영화 '비공식작전'의 주지훈(41)은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롭다. 과장되게 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한 끗 차이로 능글맞게 그리고, 서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아도 감정의 깊이를 가늠하게 한다.
주지훈은 이런 캐릭터의 완성도의 공을 자신에게 돌리지 않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과 '비공식작전'을 함께한 김성훈 감독에게서 자부심을 느꼈고, 영화 '신과 함께'에 이어 호흡을 맞춘 배우 하정우를 신뢰했다.
'비공식작전'은 1987년 레바논을 배경으로 하는 국내 최초 외교관 납치 사건을 다루는 논픽션 영화다. 외교관 민준(하정우)과 현지 택시 기사 판수(주지훈)의 케미가 흐름의 핵심으로, 캐릭터가 확실해야 했다.
"판수는 월남전을 다녀와서 한국에서 이런저런 일이 있고 레바논으로 흘러온 배경이에요. 거긴 지금도 동양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거든요. 그 시대는 더 했을 거예요. 호객행위를 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눈에 띄어야 해서 외관이 화려한 것을 선택했을 거고요. 체구나 외관에서도 꿀리지 않으려는 욕구가 있을 거 같아서 몸도 많이 불렸어요."
'돈 밝히는 사기꾼 기질의 소유자'라는 캐릭터는 확실하지만 그 외 설정이 자유롭기 때문에 배우로서 재미가 가득했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 바탕에는 김성훈 감독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다.
"제가 존경하는 분 중에 한 명이에요. 제가 알기론 지방이나 해외를 갈 때 제작팀에게 요구하는 게 하나뿐이에요. '내 방에 책상을 놔달라'고요. 모든 감독님이 (디테일한 작업을) 하지만 김 감독님은 같이 작업한 감독님 중 최고 수준이에요. 감탄이 나와요."
긴박함과 쫀쫀한 긴장감을 살린 카체이싱도 김 감독의 연출 덕분에 산 장면이다. 특수 요원이 아닌 캐릭터가 뛰어난 액션으로 쾌감을 보여줄 수 없을 때 빛을 발하는 건 감독의 집요함과 노고라는 게 주지훈의 설명이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명확하게 요구하는 김 감독과의 작업에서 의심할 만한 건 없다. 어렵고 힘든 요구를 해도 밉지 않은 이유다. "으악 할 만큼 힘든 장면이 많은데 그때를 떠올려보면 즐거웠어요. '킹덤' 때도 손가락이 부러지기도 했는데 즐거운 기억만 있어요. 그렇게 만드는 힘을 가진 감독님이에요."
하정우와는 영화 작업에 이어 티빙 예능 '두발로 티켓팅'까지 함께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다. 연기를 대하는 스타일은 달라도 마음이 잘 맞기 때문에 언제나 든든하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장애물과 해외 로케이션(모로코)이라는 조건에서 말하지 않아도 표정과 눈빛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선배가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서로 비빌 언덕이에요. 그래도 너무 신뢰하니까 내가 툭 던져 봤는데 정우 형의 생각이 확고하면 거기에 맞춰 생각해 봐요. 그러면 틀린 건 없어요. '저 해석 되게 재밌네'하고 일단 받아들이고 해보죠. 그럴 때 '우와' 했던 장면이 많았어요. 배우로서 넓어지는 장면들이요."
주지훈은 이 모든 걸 즐기고 있다. 올여름 빅4 영화 두 번째 주자로 나서는 소감을 묻자 "쫄리죠 뭐"라고 담담하게 내뱉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는 말의 의미와는 다르게 작업 자체에 설레고 행복한 마음이 더 크다.
"(빅4 영화 제작진, 배우들이) 다 친한 사람들이에요. 이번 여름을 떠나서 코로나 이후로 영화를 작업하는 배우로서 한국 영화계가 조금 더 힘을 얻었으면 해요. 어떻게 하면 기여할 수 있을까 싶었죠. 다른 작품이 잘 되면 배 아프고 시기 질투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없어요. 관객들에게 모든 작품이 감동을 선사해서 한국 영화계 자체가 건강해졌으면 해요."
배우로서 퍼즐을 맞춰 가는 것에 대한 기쁨을 알아가고 있는 때다. 캐릭터를 분석하고 감독의 기획과 시선을 따라가고, 작품 속에서 이야기하는 게 그저 즐겁다. 한자리에 앉아 10시간씩 하는 회의도 일이 아니라 재미로 느껴진다.
"감독님이 집주인이고 배우들은 세 들어 사는 거거든요. 세계관을 창조하는 건 감독님이잖아요. 어떨 때는 내 생각과 다르게 내려놓고 연기해야 할 때도 있는데 어쩔 수 없어요. 내가 창조한 게 아니기 때문에 기획 의도와 다른 연기를 밀어붙이면 이상하고 튀죠. 이 집 인테리어를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느냐를 상의하는 것이 작업 중 하나예요. 해석하고 표현하는 것 자체로 극을 이끌어갈 수 있으니까 재밌어요."(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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