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전국 ‘현수막 무차별 난립’ 눈살 [밀착취재]
기한 내 선거법 개정안 합의 불발
원색적 문구·선전선동 제재 못해
구청장 보선 앞둔 강서구 ‘난장판’
민주 법사위 “김도읍 위원장 책임”
국힘 측 “사실관계 왜곡 말라” 맞서
與野, 8월 중 법안 처리할 방침
‘빚 걱정 없는 대한민국’, ‘수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들만의 정부’ 등등.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등촌동 발산역사거리에 정당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렸다. 선거법상 현수막·벽보·인쇄물 금지 조항들이 이날부터 효력을 잃으면서 신호등, 전봇대, 폐쇄회로(CC)TV, 가로수 등 세워진 구조물만 있으면 앞다퉈 매달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10월 11일 구청장 보궐선거가 예정된 강서구는 그야말로 무법천지 상태였다. 이미 난장판 선고는 예고됐던 터였다. 어느 쪽을 둘러봐도 모든 방향으로 각종 정당 현수막이 보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가까운 지하철 5·9호선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광주에서는 ‘윤석열 지우는 게 국익’, ‘일본의 힘이 진짜 반국가 세력’ 등의 원색적인 현수막을 진보당이 게시하기도 했다. 충북 청주에서는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민주당 충북도당이 국민의힘 소속 김영환 지사를 타깃으로 삼아 ‘김 지사는 도민 생명보다 땅이 더 소중합니까’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자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은 도정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란 글로 반격했다.
지난달 12일 지자체 조례를 고쳐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당현수막 철거에 나섰던 인천도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700여개를 정비했지만 추가적으로 내걸리는 물량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실적 여건이 녹록지 않다.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과 충돌하는 데다 각 정당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서 일선 공무원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앞다퉈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선거법 개정안 불발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민주당 법사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공직선거법 입법 공백은 전적으로 국민의힘과 김도읍 법사위원장의 책임”이라며 “여야 이견이 없는 부분이라도 통과시키자는 민주당의 간곡한 제안 또한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의원들은 “법사위 본연의 체계, 자구심사 과정에서 여러 위원들의 이견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무작정 법안 심의를 마무리할 수 없었다”며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법안 심사를 제대로 하지 말라는 것으로 명백한 월권이자 직권남용, 갑질 행태”라고 반박했다. 여야는 이달 중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법안을 최종 처리할 방침이다.
강승훈·조병욱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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