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국회 기후특위 위원장 “오송참사, 집중호우 아닌 기후변화 때문이란 걸 직시해야” [세계초대석]

김승환 2023. 8. 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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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명백한 인재
지자체·경찰 조치 미비는 직무유기
제2 참사 막으려면 근본원인 알아야
국가재난시스템 ‘업그레이드’ 절실
특위, 상설화·입법권 있어야 제 역할
임기 최소 21대 국회까지 연장해야
尹정부, 기후위기 대응 너무 안이해
태양광 산업 장려·RE100 가속화해야
“참사에 대한 대책이 책임을 따지는 데서 그쳐선 안 됩니다. 그 근본적 원인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김정호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해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참사가 인재란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그 이면에 놓인 전 지구적 재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참사가 단순히 장마철의 우연한 집중호우 때문이 아니라 반복, 격화하는 기후변화 때문이란 걸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제2, 제3의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막기 위한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었다. 입법부에선 김 위원장이 이끄는 기후특위가 그 역할을 해내야 할 것이다. 기후특위는 여야가 지난해 11월 그 구성에 합의하고 올 2월 정식 출범했다. 김 위원장은 “기후특위는 올 하반기 국가의 기후위기 적응 계획을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을 시급히 보완하도록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후특위는 임기가 11월 말까지로 한시적인 데다 입법권 또한 없어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 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 “국회의장과 각 당 지도부에 기후특위 상설화와 독자적 입법권 부여를 강력하게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어떻게 봐야 하나.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이 참사가 진짜 천재지변인가, 아니면 피할 수 있었던 인재인가 하는 것이다. 직접적 원인이야 역대급 집중 폭우와 미호강 범람 때문이라 할 수 있지만, 이건 분명 인재라 봐야 한다. 기상청 호우경보·금강홍수통제소 통보가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경찰 등 조치가 미비했던 게 드러났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그러나 이런 시각에만 갇혀선 안 된다. 이번 참사에 대한 담론이 책임 공방에 그쳐선 안 되는 것이다. 그 근본 원인이 지구 온난화란 걸 분명히 해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100여년 동안 지구 온도가 1.1도 올랐다.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하면 지구 지표면에서 물이 7% 정도 증발한단다. 결국 우리 인류가 머리에 물 폭탄을 이고 사는 형국이 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정호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월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 기후특위 활동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기후특위 상설화와 독자적 입법권 부여를 위해서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최상수 기자
―우리 사회 재난 매뉴얼이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분명 우리 정부가 재난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워낙 기후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전례 없는 기후재난이 속출하니깐 예방이나 사후 수습 등 측면에서 우리 국가재난시스템이 실제 재난과 괴리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국가재난시스템을 분명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기존에 천재지변에 따른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수동적,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이제 능동적, 적극적으로 방재 시스템을 격상하고 전면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나선다면 우리 특위도 국회 차원에서 뒷받침할 것이다.”

―기후특위가 특별히 들여다보고자 하는 게 있나.

“기후특위가 사실 공식 출범한 건 올 2월이다. 짧은 기간인데 그런 중에 올 상반기에는 주로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과 감축 수단, 연도·분야별 감축 계획에 대해 부처별로 보고를 듣고 현안 위주로 점검했다. 하반기부터는 이번 수해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적응 계획을 챙겨 보려고 한다. 단기적으로 당장 발생하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을 할 것인지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차원에서 맹점이 있는 게 바로 지자체다. 계획을 세워 놓고 실행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자문단도 이번에 구성이 됐다. 지자체 단위와 함께 공공기관까지 적응 계획을 수립하고 실제 현장에서 이행되도록 점검하려고 한다. 또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법안이 여러 상임위에 산재해 있다. 제가 속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만 해도 풍력발전보급촉진법, 에너지전환지원법 등 재생에너지 중심 시스템으로 가기 위한 주요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이들 입법 속도가 날 수 있도록 기후특위가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기후특위 무용론이 그간에 계속 있었는데.

“위원장으로서 가슴 아프지만 적절한 지적이다. 기후특위가 제 역할을 하려면 상설화와 입법권 확보가 꼭 필요하다. 이런 한계 때문에 정부 부처도 형식적으로 특위 회의에 참여하고 자료 제출도 부실하고 매우 무성의하다.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만 해도 정부가 애초 국회 논의를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사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국무회의 의결 이후 기후특위에 보고했을 정도다. 국회의장과 각 당 지도부에 기후특위 상설화와 독자적 입법권 부여를 강력하게 요청하겠다. 당장 기후특위 활동 기간을 기존 올 11월 말에서 적어도 21대 국회 임기까지는 연장해야 한다. 나아가 감축, 적응 관련 예산에 대한 심의 편성 권한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기후특위가 실질화해야 각 상임위로 산재해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기후 사안을 국회 차원에서 조율할 수 있다고 본다.”

―윤석열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올 4월에 발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뜯어보면 실질적으로 감축 계획을 후퇴시킨 걸로 보인다.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는 40%로 유지해 전 정부 목표를 수용했지만 재생에너지 목표 비율은 대폭 낮췄다. 문재인정부 비율이 30.3%였는데 윤석열정부는 18.6%로 줄였다. 화석연료를 줄이는 게 제일 시급한데 감축 계획에서 이 부문이 후퇴한 건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감축 책임을 미래 세대에 전가하고 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줄이겠다고 했지만 윤석열정부 5년 임기 동안 감축 목표는 25%다. 연평균 감축률이 2%에 불과하다. 다음 정부 3년 동안 감축량이 75%, 연평균 감축률은 9.3%에 달한다. 이런 건 기후위기 대응을 지나치게 경제적 비용의 문제로만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부문별 감축량을 조정한 것만 봐도 그게 보인다. 산업 부문 감축률만 해도 14.5%에서 12.4%로 완화했다. 이게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보면 800만t 정도 된다. 이 부담이 발전에 400만t, 나머지는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과 국제감축 등에 분산했다. CCUS는 현재 연구개발(R&D) 단계로 2030년이 지나야 경제성이 확보될 것이란 게 대개의 평가다. 해외에서 우리나라가 감축할 수 있는 시장 규모도 2030년까지 계속 줄어드는 실정이다. 기후위기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인데, 현 정부는 너무 안이한 것 같다.”
―태양광 사업 감찰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다. 문재인정부가 적극적으로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겠다고 도전적으로 목표를 설정한 것도 그래서다. 이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전력기금 부정 이용이나 부정 집행이 있었을 것이라 본다. 문제가 있는 건 당연히 적발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되면 안 된다. 빈대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울 순 없는 일이다. 감찰은 감찰대로 하되 태양광 발전 산업이 전체적으로 위축되거나 줄어선 안 된다. 태양광 산업 위축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올리지 않으면 우리 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충족이 불가하다. 해외 진출에 제약이 생기니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 정부는 CF100(무탄소전력 100% 사용)를 표준화한다는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정보기술)기업들이 CF100에 동참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미 RE100을 하고 있고 밸류체인 전반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CF100까지 도전한 것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RE100이 부담되기 때문에 CF100을 달성하겠다는 식으로 발언했는데 그건 본질을 호도한 것이라 본다. 우리나라가 CF100을 한다고 해서 다른 데가 따라오겠나. 애초에 민간의 자발적 캠페인인데 이걸 정부가 나서서 띄운다고 띄워지겠냐는 말이다. RE100을 더 가속화해야 하는데 괜히 헛심을 쓰는 거다. 결국 국제사회에서 우리 정부가 OECD 최하위 수준인 재생에너지 보급률을 가리려고 CF100을 외치는 모양새 이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올 11월 두바이서 열리는 COP28엔 참여하나.

“COP28(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는 당연히 정부 대표단뿐 아니라 국회 대표단도 참석해야 한다. 지난해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COP27에는 당시 기후특위가 없던 터라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장 자격으로 갔다. 그때 국회 연구 단체인 그린뉴딜연구회 소속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함께했다. COP28에는 기후특위가 국회 대표성을 갖고 참석해야 한다고 보고 관련 준비를 해 나갈 것이다.”

◆김정호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960년 출생 ●부산남고, 부산대 경제학과 졸업 ●전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 기록관리비서관 ●전 농업회사법인 ㈜봉하마을 대표 ●전 더불어민주당 가덕신공항특별위원회 부위원장·경남도당 위원장·원내부대표·사회적경제위원회 위원장 ●현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현 국회 한·이란 의원친선협회 회장 ●제20·21대 국회의원(경남 김해을)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2023.6∼)

대담=이천종 정치부장, 정리=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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