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방탄’ 시험대 오른 민주… ‘책임 정치’ 선택의 시간 [세상을 보는 창]

원재연 2023. 8. 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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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사법리스크’ 깊어지는 고민
“李에 방북비용 대납 보고” 이화영 진술
檢, 8월 임시국회 때 李 영장 청구 전망
혁신위 요구에 불체포 특권 포기한 민주
기명 투표론 돌출… “비명 압박 꼼수” 내홍
국회 ‘제명 권고’ 김남국 징계 수위도 고심
與 지지율 35%·민주 29%… 격차 더 커져
2024년 총선 앞두고 쇄신 기회 잡을지 촉각
이재명 대표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8월 중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두 번째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민주당으로선 가결하기도 부결하기도 어려운 까닭이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기로 한 상황이어서 또 다시 이 대표 방탄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이 대표는 지난 6월19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저를 향한 정치적 수사에 대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도 지난달 18일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전제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의결했다. 그러고도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 당의 면모를 일신하겠다는 약속은 물거품이 되고 20%대로 추락한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당내 계파 갈등은 더욱 격화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구속될 위험성을 무릅쓰고 가결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난 6월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또다시 불거진 이재명 사법리스크

민주당은 쌍방울그룹 대북불법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수원지검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의 키맨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당초 입장을 바꿔 “2019년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이 대납한다는 사실을 이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대표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으로부터 대북 사업을 도와 달라는 청탁을 받고 북한 측이 방북 대가로 요구한 300만달러를 대신 내게 했다면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수원지검은 지난달 27일 이 대표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불러 조사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25일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대표 소환이 임박했다는 신호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 시점이 8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오는 16일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회가 열리지 않는 15일 안에 영장을 청구하면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곧바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부각시키고 민주당 내 자중지란을 일으키기 위해 검찰이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민주당 시각이다.
◆불체포특권 포기와 배치되는 민주당 행보

최근 당내에선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약속과는 배치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무기명투표에서 기명투표로 바꾸자는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제안이 그렇다. 이 대표는 혁신위 제안에 대해 “투표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게 필요하다”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쌍방울 대북불법송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다.

비명계에선 지난 2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민주당에서 대거 이탈표가 나오면서 가까스로 부결된 만큼 2차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비해 비명계 의원들을 압박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한다. 체포동의안 표결이 기명으로 바뀌면 비명계 의원들이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을 의식해 소신 투표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체포동의안에 찬성(표)을 던지는 사람들을 다 수박(민주당 비명계를 뜻하는 은어)으로 낙인찍을 텐데 그러면 국민이 뭐라고 바라보겠나”라면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완전히 꼼수였다고 보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박범계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4명이 지난달 24일 쌍방울 대북불법송금 연루 의혹을 받는 이 대표를 수사하는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한 것도 주목된다. 이들은 검찰을 향해 “부당한 압박과 회유 등 반인권적 행태와 사실 조작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이 조작 수사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체포동의안 부결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정당한 영장 청구’를 조건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기 때문에 이 대표 수사가 부당하다는 논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대로 추락한 지지율

지지율 하락세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5%로 전주보다 2%포인트 오른 반면 민주당은 1%포인트 하락한 29%를 기록해 양당 격차가 6%포인트 수준으로 벌어졌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49개 지역구가 있는 서울 지역에선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밖에서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총선을 8개월 남짓 앞둔 시점에서 지지율 하락세는 결코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 작은 표 차로 총선에서 승부가 갈리는 서울 지역 의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도덕성 문제 탓이라는 진단이 많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비롯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코인) 보유·거래 의혹 등에 실망한 유권자가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위의 불체포특권 포기 제안 거부 논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의총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등을 요구한 혁신위의 1호 혁신안을 사실상 거부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마지 못해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전제 조건을 달아 수용했다. 이 때문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과 관련해 대정부 공세를 펴고 있는데도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대표 ‘10월 사퇴설’이 나오는 것도 민주당 지지율이 추락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김남국 제명 여부도 도덕성 시험대

이 대표가 실제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할지와 함께 김남국 의원 징계 문제도 민주당의 도덕성을 가늠할 시험대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는 민주당을 탈당한 김 의원을 제명할 것을 윤리특위에 권고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김 의원 제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열쇠는 민주당이 쥐고 있다. 윤리특위가 자문위 권고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민주당도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윤리특위에서 자문위 권고보다 낮은 수위의 징계가 결정되면 민주당을 향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으로선 김 의원 코인 의혹에 매우 비판적인 청년층의 표심에 끼칠 영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윤리특위가 자문위 권고대로 제명을 의결한다고 해도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므로 168석의 민주당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 본회의 표결 결과에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방탄이냐 민심이냐, 민주당 선택은

민주당이 위기에 빠진 원인을 책임정치의 실종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이재명 사법리스크’에서 비롯된 이 대표의 신뢰 위기가 돈봉투 의혹과 코인 투기 논란을 거치면서 민주당 전체의 신뢰의 위기로 확산했는데도 누구 하나 반성하거나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려 ‘검찰 탓’만 하면서 위기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재창당 각오’를 언급하며 혁신위를 꾸렸지만 쇄신은커녕 당내 분란만 커지고 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또 넘어오면 민주당이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킬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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