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연극·음악회… ‘열악한 북한 인권’ 국내외 알린다 [한반도 인사이트]

김예진 2023. 8. 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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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시민단체 ‘北인권 증진’ 활동 사업에 20억 지원
문화 콘텐츠 행사 줄이어
상반기 15개 민간단체, 32개 사업 진행
지난 7월 탈북민 영어 스피치·포럼 등 개최
北 실상 알리고 인권유린 아픔도 되새겨
北사회 문제 해결에 온 힘
북한인권재단, 국회 비협조로 출범 지연
증진위 만들어 인권분야 예산 확보 심혈
“北인권 개선 위한 사회적 관심·참여 필요”
통일부가 북한인권에 천착하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북한인권 실상을 알린다. 상반기에 북한인권 단체들을 지원해 대대적인 북한인권 실상 알리기에 나선 통일부는 하반기에는 국내외로 활동 반경을 넓혀 북한인권 단체들이 더욱 ‘광폭행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북한인권 운동가인 모퉁이돌선교회 대표 이삭 목사(오른쪽)가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NK어셈블리 북한인권박람회’ 행사장에서 이신화 북한인권대사(왼쪽부터), 권영세 당시 통일부 장관, 김범수 세이브엔케이 대표에게 자신의 부스를 소개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상반기 15개 단체, 32개 사업 지원

1일 통일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시민사회의 북한인권 증진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북한인권 증진활동 지원사업’을 벌였다. 3월 초 공모를 통해 15개 단체를 선정했고, 이들 단체가 3월 말부터 북한인권 증진 활동을 진행해왔다.

15개 단체가 벌인 사업은 총 32개다. 교육, 멘토링 등 활동가 양성 및 역량강화 사업이 12건, 국제회의 참석, 외국인 대상 공모전, 세미나, 전시, 토크콘서트 등 국내외 공론화 사업이 15건, 오페라, 연극, 음악회 등 문화예술 행사 5건이다.

지난 4월 사단법인 과거청산통합연구원은 북한인권 책임규명 전문가 아카데미를 열었다. 사단법인 통일아카데미의 북한인권 아카데미도 5, 6월 각각 한 차례씩 열렸다. 사단법인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의 경우 5월엔 남북 청소년 희망 골든벨 경연대회를, 6월엔 국제 청소년 콘퍼런스를 차례로 열어 북한인권 문제 공론화에 나섰다. 휴먼아시아 또한 6월 청소년 북한인권 스쿨을 개최하고 미래 세대에게 북한인권 문제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반기 행사 33건… 문화공연 풍성

하반기에도 각 단체들이 북한인권 실상을 알리기 위해 준비한 보다 많은 사업들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지난달에는 북한인권 연극 ‘진달래 마을 이야기’(사단법인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를 시작으로, 탈북민 7명의 미국 방문 영어 스피치(사단법인 프리덤스피커즈), 북한인권 단체들이 모여 토론·공모전 등을 진행하는 ‘NK어셈블리’(사단법인 세이브NK), 북한인권 오페라(사단법인 북한인권과민주화실천연합) 등이 열렸다.

연극 ‘진달래 마을 이야기’는 지난 한 달간 전국 13개 중·고교를 순회하며 진행됐다. 미국 방문 영어스피치 사업은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미 국무부와 언론사 등을 방문해 탈북민이 체험한 북한인권 주제별 연설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문화사업을 통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오페라를 공연한 북한인권과민주화실천연합 측은 “처음 선보인 오페라 ‘윤동주와 시간 거미줄’은 대규모 인원이 투입된 첫 문화예술 사업이자 첫 북한인권 오페라”라며 “관객 400명이 모였다”고 했다. 이어 “오페라 ‘윤동주’와 오페라 ‘시간 거미줄’, 두 작품을 하나로 재구성한 공연으로, 과거 민족시인 윤동주가 일제로부터 당한 인권유린을 북한 동포들이 당하고 있는 인권유린과 오버랩해 보여주면서 노래와 연기로 북한인권 문제를 표현했다“며 “탈북 무용수 함승만, 탈북민 김명주, 강수현이 합창으로 참여해 실제 북한 동포들의 아픔을 노래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오페라와 함께 북한인권국제연대와 협력한 북한인권 전시회 ‘BLACK(블랙), 인권의 색깔’에서는 일가족 15명이 함께 탈북해 화제가 되었던 장길수 소년이 크레용으로 그린 그림과 유품이 전시됐다.
◆청소년들의 관심 높이기에 주력

특히 통일 및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노력도 펼쳐진다. 남북 청소년 음악회, 토크콘서트, 논문·수필 공모전, 인권스쿨, 북한인권 체험 방탈출 프로그램 등 청소년 대상 사업도 풍성하게 마련된다.

국제회의 등 기존에 다수 열린 사업 방식을 넘어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제시돼 눈에 띈다. 사단법인 통일아카데미가 활동가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해 글로벌 MZ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및 장마당 세대(북한에서 1980∼1990년대 태어난 출생자) 30명을 선발해 북한인권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베트남·라오스 등 탈북 코스로 알려진 제3국으로 현장 견학에 나서기도 한다. 사단법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은 북한인권 문제의 국내 공론화를 위해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를 방탈출 게임 형식의 체험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인권 실상을 널리 알릴 보조사업을 추가로 공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 단체들이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단체들이 보조금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에도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꽉 막힌 北인권재단 대신 예산 풀어

북한인권을 위해 여야 합의로 설립된 북한인권재단은 야당의 이사 선임 거부로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통일부는 북한인권재단의 역할을 부처 차원에서 해나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정훈 연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북한인권증진위원회를 만들어 장관 자문기구로 가동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이 규정한 북한인권재단의 역할은 크게 북한인권 실태조사, 남북 인권 대화의 인도적 지원 추진, 북한인권 증진과 관련된 연구와 정책개발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시민사회단체들 지원도 주요 임무다. 통일부는 이 같은 단체 지원 역할도 맡는다는 계획이다. 올해 북한인권 단체들의 사업에 약 20억원이 지원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아시다시피 북한인권재단이 설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직접 일정 부분 역할을 수행하려 하고 있고, 그 가운데 하나가 민간 단체들 지원”이라며 “재단이 설립(출범)하면 그 역할을 하는 것인데, 올해 처음으로 (통일부가)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없던 예산에 공모사업을 더해 약 18억5000만원 지원이 이뤄졌거나 이뤄질 예정이고, 약 1억5000만원 지원금을 추가 공모를 통해 단체를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통일부의 다양한 민간 보조사업이 있었으나, 올해는 그 민간 보조사업들 중에서도 인권 분야를 특화해 별도의 보조 사업 예산을 추가 확보하고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북한인권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당시 북한인권재단 설립으로 책정된 예산은 100억원이 넘는다.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NK어셈블리 개회·시상식에서는 권영세 당시 통일부 장관이 이 같은 민간단체 행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모으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며 통일부 지원을 받는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에 힘을 보탰다. 행사에는 세이브NK의 김범수 대표와 이 단체 이사장을 맡고 있는 황우여 전 의원, 이신화 북한인권대사 등이 참석했다. 권 장관은 “이러한 노력이 쌓여 북한 정권이 변화하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날도 머지않아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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