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기소에도 트럼프가 공화 1위인 이유…'37% 마가 지지층'[딥포커스]
세 개로 쪼개진 공화당…'맞수' 디샌티스도 매력 없어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내년 11월 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간 리턴 매치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인물 모두에게 피로감을 느끼고 제3후보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의 난공불락 같은 존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기 힘든 이유로 △탄탄한 지지층 △분열된 공화당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의 매력 포인트가 떨어진다는 점 등을 꼽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발표된 타임스/시에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4%를 얻으며, 2위인 디샌티스 주지사보다 37%포인트(p)앞섰다.
NYT는 대선을 이정도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경쟁자보다 20%p 차이로 앞선 후보 중 경선에서 떨어진 사람은 없다고 부연했다. 물론 지금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많은 기소와 수사에 직면한 인물도 없었다.
매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필연적으로 당선될 것으로 보는 것은 실수일 수 있지만, 이번 여론조사는 그가 겉보기에는 흔들리지 않는 충성스러운 지지자 기반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지지만으로는 트럼프가 경선에서 승리하기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역시 그가 패배하기도 극도로 어렵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줄인 말)의 강한 지지를 등이 업고 있다. 블루칼라(육체노동자) 중심의 보수적인 포퓰리스트로 분류되는 이들은 공화당 유권자의 37%를 차지한다. 그리고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그에게 매우 호의적이다.
NYT는 "마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결점이 있다고 믿지 않고, 그래서 그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가 이들의 지지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마가 여론조사 응답자 319명 중 '트럼프가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응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최근 기소된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의혹과 관련해서도 '트럼프가 무엇인가 잘못했다'고 답한 비율은 2%에 불과했다.
마가 외에 공화당 유권자는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지는 않지만, 다른 대안보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택하는 유권자 그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 그룹이다. 각각 37%와 25%를 차지한다.
NYT는 "(마가 외의) 이 공화당 유권자들은 트럼프 지지 여부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적인 군사적, 경제적 지원, 이민 개혁, 낙태 문제 등에서도 엇갈린 의견을 보인다"고 전했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기 위해서는 이 두 그룹을 하나로 묶어야 하는데, 유권자들이 세부 안건을 두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어 통합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맞수'로 평가받던 디샌티스 주지사가 생각보다 힘을 내지 못한다는 점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NYT는 "연초에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에 대한 보수적 회의론자와 온건 회의론자 모두를 사로잡는 방법을 알아낸 것 같았다"며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디샌티스는 온건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혀 지지하지 않는 '네버 트럼프' 유권자 그룹 중에서 디샌티스는 16%의 지지율을 얻으며, 2위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주지사보다 단 3%p 앞섰다.
특히 디샌티스 주지사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정책으로 플로리다 주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이유로 공립학교 대면 수업 개시, 백신접종 증명서 폐지, 마스크 의무화 금지 등 선도적으로 방역 조치를 철폐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며 디샌티스 주지사의 매력도 떨어졌다는 게 NYT의 평가다. NYT는 "코로나19는 이제 정치적으로 관련성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어 "디샌티스가 보수적 회의론자들에게 호소하기 시작한다면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반(反)트럼프적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공화당의 주류 보수 중도층을 소외시킬 수 있고, (지난 대선 경선에서 나가떨어진)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주지사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같은 결말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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