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호텔, 새 CEO에 주어진 과제는

2023. 8.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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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신 전 롯데호텔 대표, 취임 7개월 만에 사임
신임 대표는 내부에서…김태홍 롯데호텔 리조트·CL본부장 승진
실적 개선·해외 사업 확대에 주력할 방침
롯데호텔. (사진=롯데호텔)
롯데그룹 내에서 롯데호텔의 위상은 남다르다. 1973년 본점 완공으로 ‘소공동 시대’가 열렸고 이를 기점으로 롯데그룹은 식품에서 유통으로 그룹의 주력 사업을 바꾸기 시작했다. 지배 구조에서도 호텔롯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지주와 다양한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어 지배 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로 불린다.  

이런 위상과 달리 롯데호텔이 처한 처지는 열악하다. 코로나19 사태로 관광 산업이 타격을 받으며 수익성이 악화했고 최근에는 갑작스럽게 대표가 사임하는 일까지 생겼다. 앞길이 순탄하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호텔은 1주일 만에 새 대표를 임명했다. 새로 선임된 최고경영자(CEO)에게는 풀기 어려운 다양한 숙제가 주어졌다.

 갑작스러운 경질 왜? 

롯데호텔은 최근 새로운 CEO를 선임했다. 지난해 12월 선임된 이완신 전 대표가 갑작스럽게 사임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2023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롯데그룹 호텔군 HQ 총괄대표 겸 롯데호텔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1987년 롯데백화점 상품·영업 부문으로 입사해 2017년 롯데홈쇼핑 대표로 승진했고 올해 롯데호텔로 자리를 옮겨 롯데의 호텔 사업 전반을 총괄해 왔다.

이 전 대표에 대한 기대는 컸다. 롯데홈쇼핑을 6년째 이끈 ‘최장수 대표’이자 성과도 좋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롯데홈쇼핑 대표로 재직할 당시 캐릭터 지식재산권(IP) ‘벨리곰’을 개발해 롯데의 대표 브랜드로 키웠고 메타버스,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사업을 적극 전개하며 영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이 전 대표가 7월 12일 취임 7개월 만에 사임을 결정했다. “건강 문제로 인한 사임”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롯데 주변에 거의 없다. 다양한 설들만 나오고 있다. 

롯데는 급하게 후임 인사를 물색, 이 전 대표가 사임한 지 1주일 만인 7월 20일 김태홍 롯데호텔 리조트·CL본부장을 신임 대표에 선임했다. 김 신임 대표는 199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30년간 호텔 내 재무·기획·영업 등 핵심 직무 경험을 두루 쌓아 온 호텔 전문가다. 롯데호텔 러시아 법인 대표이사와 롯데호텔 국내영업본부장, 롯데스카이힐CC 총괄부문장 등을 지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한국 각지의 호텔은 물론 해외 호텔과 리조트, 골프장의 운영에 이르기까지 호텔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호스피탤리티 분야를 섭렵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며 “올 초 분리됐던 호텔사업부와 리조트사업부를 일원화해 재출범한 롯데호텔의 통합 시너지를 창출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 선임을 계기로 시니어 레지던스·소프트 브랜드 등 신사업을 더욱 체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애셋 라이트 전략에 기반해 해외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호텔군 HQ 총괄대표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호텔군 HQ 총괄대표는 롯데호텔 사업 외에도 면세점·리조트·관광·서비스 등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주요 사업군(식품·쇼핑·호텔·화학)을 HQ 조직으로 정비하고 면밀한 경영 관리를 위해 1인 총괄 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이번에 선임된 김 대표는 이 전 대표 체제와 달리 롯데호텔만 관장한다.  
김태홍 롯데호텔 신임 대표이사. (사진=롯데호텔)
신임 CEO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럼에도 김 대표의 임무는 막중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7월 18일 하반기 사장단 회의(VCM)에서 과거 경험에서 벗어난 차별적 성공 방식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환경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고집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유연한 생각으로 현재의 환경에 부합하는 우리만의 차별적 성공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형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비전과 전략에 부합하는 투자, 선제적 리스크 관리 등 세 가지 경영 방침을 당부했다. 그는 “고성장·고수익 사업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부합하는 사업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로 전환해 달라”며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창출된 이익으로 미래 신성장 동력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호텔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실적 개선이다. 롯데호텔의 사업부문은 호텔·면세·유원지·골프&리조트 등 총 4개다. 이 가운데 매출의 약 80%는 면세에서 발생하고 호텔의 매출 비율은 15%에 그친다. 지난해 기준 면세의 매출은 5조300억원이지만 호텔은 5분의 1 수준인 1조189억원이다. 영업이익은 65억원이다. 

호텔의 주요 고객은 외국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방한 외국인 수는 지난해 기준 320만 명으로 2019년(1750만 명) 대비 81.7% 급감했다. 이로 인해 식음료·레저와 같은 부대 시설 수입 비율이 높은 특급 호텔을 중심으로 매출 감소 충격이 크게 나타났다. 

롯데호텔이 당장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호텔은 이용객 소득, 국내외 경제 여건에 따라 산업 실적의 탄력성이 높은 산업에 속한다.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미·중 간 경제 갈등 등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지고 있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의 매출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부대 시설의 매출 회복 속도가 더디다. 객실 매출은 2021년 2조800억원을 기록해 2019년(2조60억원) 매출을 넘어섰지만 부대 시설 매출은 1조4900억원으로 2019년(2조500억원) 대비 27.3% 줄었다.

롯데호텔은 집객을 위해 객실 서비스 외에도 의료·외식·쇼핑(면세점·고급 아울렛)·문화 패키지 등 다양한 산업과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주력해 온 해외 사업도 확장해야 한다. 롯데호텔은 2010년 러시아 모스크바를 시작으로 ‘글로벌 체인 호텔’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획된 일정이 연기되는 등 빠르게 사업을 확대하지 못했다.

특히 해외 사업은 김 대표가 성공시켜야 하는 중점 과제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롯데호텔의 해외 사업 확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4년간의 롯데호텔 러시아 법인 대표이사 경력을 포함한 8년간의 해외 근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김 대표의 해외 경력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풍부한 국내외 호텔 경영 및 관리 경험을 근거로 향후 롯데호텔의 내실 있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동빈 회장이 주문한 미래형 신사업도 찾아야 한다. 롯데호텔은 ‘문화·관광 콘텐츠 기업’이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초 여행 팬덤을 구축하기 위해 NFT를 발행하고 골프 연관 패키지를 꾸준히 선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김 대표는 숙박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검토할 예정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향후 롯데호텔은 호스피탤리티를 넘어 고객의 경험 가치를 충족시키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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