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알면 안 들어왔다", "이사 고민돼"…철근 누락 아파트 입주민 분통
"이사 갈 생각까지…아이들도 있는데 너무 불안해"
(서울·남양주=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철근 없는 집인 줄 알았으면 여기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많이 불안하죠."
1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자곡동 '디아크리온 강남(수서역세권 A-3BL)'에는 이삿짐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단지 앞마다 이삿짐 센터 직원들이 냉장고와 가구 등 크고 작은 짐을 내리고 있었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입주민들도 오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명찰을 단 근로자들은 단지 내부를 쓸고 닦고 있었으며, 곳곳에 안전모가 놓여있는 등 막바지 공사도 진행되고 있었다.
새집에 들어가는 날이지만 주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날 만난 입주민 A씨는 "애들도 키우고 있는 만큼 안전 문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몇번 더 확인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 단지는 전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철근 누락 단지에 이름을 올렸다. 총 345개의 무량판 기둥 중 5개의 전단보강근(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LH는 지난 6월 철근이 빠진 기둥 5개에 대한 보강 공사를 완료했고, 안전 검사를 거쳤다고 밝혔다.
무량판 구조는 대들보 없이 기둥 위에 지붕을 바로 얹는 방식으로 건설 비용·시간이 적게 들지만, 기둥과 맞닿는 부위에 압력이 몰려 완충 역할을 하는 전단층을 넣고, 이를 보강하기 위한 철근을 시공해야 한다.
또 다른 입주민은 "입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검사를 다시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입주 16개월 지나 알게된 '철근 누락'…"이사 고민도"
이어서 방문한 경기 남양주시 '남양주퍼스트포레(남양주별내 A25)'의 입주민들도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곳은 무량판 기둥 302개소 중 126개소가 배근도 이해 및 도면검토 부족으로 빠졌다. 입주민들은 철근이 누락된 사실을 입주 1년4개월여가 지난 시점에서 알게 됐다.
40대 남성 C씨는 "입주를 작년에 했는데, 그동안 철근이 이렇게나 부족한 집에서 살았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아이들도 함께 있는데 불안할 따름이다. 가족들과 이사를 해야하나 얘기도 나눴다"고 했다.
지하 주차장 곳곳에는 전날 시공사인 SM삼환기업이 설치한 잭서포트가 빽빽했다. 잭서포트는 하중을 많이 받거나 무너질 우려가 있는 곳에 설치하는 보강 지지대다.
해당 기둥에는 주민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LH 경기지역본부장 명의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잭서포트는 구조물의 붕괴우려 때문에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보강공사에 앞서 입주자 여러분의 안전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한 임시 가시설임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이다.
30대 여성 D씨는 "걱정하지 말라면서 결국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잭서포트를) 설치한 것 아니냐"며 "처음부터 잘 지었으면 이런 기둥을 설치할 필요도 없었다. 문제를 만든 사람을 찾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문제를 언급하기 싫어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몇몇 입주민들은 "철근"이라고 말을 꺼내자 "할 말이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전국 91개 단지 중 15곳이 문제…이달 중 민간 아파트 조사도
한편 국토부는 전날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전국 91개 단지를 점검한 결과 철근이 누락된 단지는 총 15곳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는 총 5곳이었다. △파주운정(A34) △남양주별내(A25) △아산탕정(2-A14) △음성금석(A2) △공주월송(A4) 등이다.
미입주 상태지만 공사는 마친 단지는 △충남도청이전신도시(RH11) △수서역세권(A3) △수원당수(A3) △오산세교2(A6) 등 4곳이다.
공사를 진행 중인 단지는 △양주회천(A15) △광주선운2(A2) △양산사송(A2) △양산사송(A8) △파주운정3(A23) △인천가정2(A1) 등 6곳이다.
국토부는 이달 중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2017년 이후 준공된 전국 민간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철근 누락 전수조사 계획을 밝힐 계획이다. 대상은 총 293개 단지며, 전수조사는 3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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