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통주 시장까지 넘본다”... 수제맥주사가 만든 막걸리 첫 출시

유진우 기자 2023. 8.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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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제맥주 제조사가 처음으로 전통주를 선보인다. 생존을 위해 새 먹거리를 찾는 수제맥주 업계가 전통주로 발을 넓혔다는 분석이다.

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명 수제맥주 제조사 크래프트브로스는 ‘체 바모스(Che Vamos)’ 막걸리를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크래프트브로스는 현재 시제품을 완성하고 출시에 앞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이 막걸리가 예정대로 출시되면 국내 수제맥주 제조사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통주가 될 전망이다. 앞서 일부 수제맥주 제조 경험을 가진 양조가들이 별도 농업회사법인을 차려 전통주를 만든 사례는 드물게 있었지만, 수제맥주 제조사가 직접 전통주를 만들어 시판에 나선 사례는 없었다.

크래프트브로스 관계자는 “이 막걸리는 김포 금쌀로 만든 지역특산주”라며 “맥주 효모를 막걸리 발효에 활용해 과일 풍미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전통주를 제외한 맥주 같은 나머지 주류는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없다.

다만 전통주 범주는 다소 느슨하다. 무형문화재 보유자나 식품명인이 제조한 술 뿐 아니라, 해당지역에서 나온 농산물로 빚은 특산주도 전통주에 들어간다. 전통주산업법상 농업단체 혹은 경영체가 소재지에서 재배한 농산물로 술을 만들면 이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데 문제가 없다.

지역특산주 인증을 받으면 맥주 같은 일반 주류에 비해 주세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지역특산주는 온라인 통신판매도 가능하다. 수제맥주사가 만든 막걸리 역시 온라인을 통해 판매할 수 있다. 부업이지만, 새 시장 개척하기가 본업 수제맥주보다 쉽다.

그래픽=정서희

미국양조가협회(Brewers Association)는 수제맥주 제조사를 ‘소규모·독립적인 양조자’로 규정한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서도 회원사 자격을 연간 1만킬로리터 미만 맥주를 국내에서 80% 이상 생산하는 주류 대기업 지분 33% 이하 제조사로 정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수제맥주 면허를 받은 제조사는 160여곳이다. 이 가운데 복수로 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곳을 제외하면 실제 맥주를 만드는 제조사는 약 50여곳에 그친다고 업계는 추정했다.

이들은 2010년대 후반부터 협회 차원에서 주세 할인 혜택과 온라인 판매 허용 대상에 수제맥주 제조사를 넣어 달라고 다방면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매번 개정에 실패했다.

관계 당국은 핵심 재료가 수입산이라는 이유를 들어 그동안 수제맥주를 지역 특산주에서 배제했다. 맥주는 특성상 재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맥아와 홉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국산 맥아와 홉으로 전체 수제맥주 생산량을 충당하기에는 재배 면적과 수확량 모두 충분하지 않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그나마 올해부터 외국에서 들여오는 맥아와 홉 가격이 많이 올라 이전에 만들던 맥주만 똑같이 만들어선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며 “맥주 브랜드로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생존에 더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주와 이천, 광주 같은 주요 쌀 산지에 자리 잡은 다른 수제맥주 제조사들 역시 지역특산주 면허를 추가로 취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내 맥주 시장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라는 맥주업계 양대 산맥은 점유율 경쟁에 여념이 없다. 최근에는 일본 불매 운동 열기가 식으면서 일본산 맥주까지 부활했다.

반면 지역특산주 시장을 포함한 전통주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를 합친 전통주는 한해 동안 약 1629억원 어치가 팔렸다. 2021년보다 73% 증가한 기록이다. 전통주가 전체 주류 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출고 금액 기준 1.6%로, 1년 만에 시장 점유율이 0.5%P(포인트) 올랐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국산 맥주는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면 사실상 수출길이 막혀 있지만, 전통주는 여러 수출 지원 프로그램이 매년 나오고 있다”며 “비용과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제조 설비와 발효·보관 시설 역시 전통주가 맥주보다 다소 간소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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