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약개발, 성과 내려면 필요한 것
정부 주도 오픈이노베이션 마련 필요
역량 갖춘 '전통 제약사' 비중 확대해야
정부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국가신약개발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신약 개발이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바이오벤처의 오픈 이노베이션 장을 정부 주도로 마련하고, 신약 개발 역량이 있는 전통 제약사의 지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은 제약기업과 학·연·병(대학·연구소·병원)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바탕으로 후보물질 도출, 임상, 허가 등에 이르기까지 신약개발 전주기를 지원하는 범부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이다. 2011년 출범한 국가신약개발재단(KDDF)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3개 부처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다.
앞서 KDDF은 지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범부처신약개발사업'을 통해 신약 R&D를 지원했다. 이 사업이 바로 국가신약개발사업의 모태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에는 9년간 국비 2632억원의 지원금이 투입됐다. 총 162개 과제를 선정해 지원했으며 이 중 해외 28건, 국내 31건 등 총 59건의 과제가 기술이전(license out)에 성공했다. 다만 3건 이상이 목표였던 글로벌 신약 개발(미국 식품의약국 승인 1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1건)은 1건에 그쳤다.
바통을 이어 받은 국가신약개발사업은 지난 2021년부터 10년 동안 총 2조1758억원(국비 1조4747억원, 민간 7011억원)을 투입해 연매출 1조원 이상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1건, 미국식품의약국(FDA) 혹은 유럽의약품청(EMA) 신약 승인 4건, 1000억원 규모 이상의 글로벌 기술이전 35건 등의 성과 창출을 목표로 한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의 연간 정부 지원금은 약 300억원이었지만 국가신약개발사업은 약 1500억원으로 5배가량 늘었다.
정부가 지원금을 대폭 늘리며 신약 개발 의지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진정한 글로벌 신약 개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정부 지원 신약 과제 기관은 대부분 바이오벤처가 차지하고 있는데 내부 인력이 소수 연구자들로 구성된 곳이 많아 R&D 외에 오픈 이노베이션은 취약해서다.
실제로 2일 비즈워치가 지난해 국가신약개발사업의 기관별 협약과제 건수를 파악한 결과 바이오벤처의 과제가 81건으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대학병원 18곳, 연구소 10곳, 제약사 7곳이었다. 협약 비중으로 보면 바이오벤처가 69.83%, 대학병원 15.52%, 연구소 8.62%, 제약사 6.03%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벤처는 기술유출 등을 우려해 공동개발을 꺼리는 곳들도 다수 있다. 신약 개발은 평균 1조원 이상의 비용과 10~15년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가 작은 바이오벤처로서는 공동개발과 기술수출 등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신약 개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가신약개발사업의 핵심 목표인 글로벌 신약 개발이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바이오벤처 외에 대형 및 전통 제약사들의 지원 비중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바이오벤처는 신약 개발을 완주하기 어려워 기술이전 시 글로벌 제약사에 모든 권리를 이전하지만, 규모가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일부 권리만 이전하거나 신약 개발을 자체적으로 완주할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 지원과제 총 162건 중 글로벌 신약으로 성공한 단 1건의 사례 역시 2019년 11월 FDA 허가를 받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정)'였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벤처는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지만 내부에 오픈 이노베이션 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부 차원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의 장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면서도 "기술이전 성과를 내는 것도 의미있지만 '글로벌 신약 개발' 역량이 있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 비중이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에코프로비엠 등 '불법 공매도' 수두룩.. 이유는 죄다 착오?
- '미국 엄마차 '하이랜더 타보니…이 덩치에 연비 15km/ℓ
- '매력은 있는데…' HMM 인수 후보들의 고민
- 하림지주, 또 수혈…하림산업 가동률 20~30% '바닥'
- [공모주달력]올해 첫 코스피 상장 나서는 '넥스틸' 수요예측
- '곳간에서 인심난다'…현대로템 직원들 미소짓는 이유
- [에코프로 리포트]②'양극재 왕국' 세우다
- '154개 기둥 철근 다 누락' 양주회천 행복주택 가보니
- '전기차에도 특화시장 있다'…두산, 소재사업 자신하는 이유
- [슬소생]뿌링클의 진정한 후계자 될까…'마법클'의 마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