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무궁무진 XBRL 활용법…투자 결정에서 감독 업무까지”

박미경 2023. 8.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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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남 딜로이트안진 XBRL센터장 인터뷰
영문 코드 동시 부여…외인투자자 정보 접근성↑
XBRL에 비재무 데이터 적용…기업 모니터링 가능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XBRL(국제표준 전산언어·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은 재무제표에 있는 모든 항목을 하나하나 데이터로 만들어 준다. 데이터 활용 능력만 있다면 투자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새로운 차원의 영역이 열릴 것이다”

이형남 딜로이트안진 XBRL센터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동 딜로이트 안진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XBRL 재무공시를 통해 정보 이용자들의 기업의 재무 상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형남 딜로이트안진 XBRL센터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딜로이트안진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XBRL화란?…동일 항목에 동일 태그(Tag) 부여

XBRL은 향후 국내 상장 기업 전반에 걸쳐 적용될 예정이다. 모든 상장법인과 일부 비상장법인도 올해 3분기 보고서부터 재무제표 본문에 XBRL를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2023년 사업보고서부터 재무제표 주석에도 XBRL을 도입한다.

동일한 업권의 같은 내용을 담은 재무제표이더라도 기업에 따라 사용하는 용어가 다르다. 일례로 유동성확정계약자산, 확정계약자산, 유동확정계약자산 등이다. 이들을 XBRL화 시키면 동일한 항목이므로 동일한 태그(Tag)를 부여하게 된다. 서로 다른 텍스트라도 같은 데이터로 인식이 가능해진다. 해당 ‘태그’는 금융감독 기관이 제시한 분류체계(택소노미·Taxonomy)에 따라 구분된다.

이 센터장은 “금융감독원이 개발한 XBRL 편집기를 사용해 표준화된 룰에 따라 데이터가 만들어진다”면서 “영문 이름과 영문 코드도 동시에 부여되기 때문에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 기업에 대한 정보 접근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국내 회계업계에서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한국은 지난 2007년 세계 최초로 XBRL 기반 공시 제도를 최초로 도입했다. 다만, 해외와 달리 적용 범위가 비금융 업종의 재무제표 본문에 한정돼 제한적으로 적용됐다.

이 센터장은 “당시 시장 상황이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에 공시 정보의 데이터화를 시작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면서 “데이터 활용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아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기업 내에서 별도의 분석 조직이 생길 정도로 데이터를 활용해 의사결정을 하려는 수요가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XBRL 데이터, ‘섭테크’에도 접목 가능해져

미국은 2009년부터, 유럽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XBRL이 도입됐다. 아시아 내에서는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 총 50여 개국에서 XBRL을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해외 시장에서는 데이터를 분석해 시각화하고 유의미한 분석 자료를 판매하는 등 민간 유료 사이트도 활성화돼 있다.

이 센터장은 “실제로 블룸버그에서도 우리나라 XBRL 데이터를 가져다가 사용하고 있다”면서 “데이터를 모아서 가공해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전 세계에 제공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하고자 하는 회사가 있다면 동종 산업에서 이 회사의 재무비율과 성과를 비교할 수 있고, 시계열 분석을 통해 어떤 변화가 있는지 추적도 가능하다”면서 “또 특정 회사를 인수하기 전 간단한 밸류에이션 평가도 손쉽게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금융 감독에 접목한 ‘섭테크(Supervison+Tech)’도 화두로 떠오른다. XBRL 데이터를 활용해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감독 업무에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CIRA(Corporate Issuer Risk Assesment) 프로그램을 구축해 이미 운영을 하고 있다”면서 “CIRA는 증권을 발행한 기업들의 리스크를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의 기초 자료인 XBRL 데이터에 사업 보고서에 있는 기타 정보, SNS 정보, 언론 기사, 신용등급 정보 등 비재무 데이터를 적용해 해당 기업이 부실 리스크가 있는지 모니터링을 하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이형남 딜로이트안진 XBRL센터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딜로이트안진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정보 투명성 개선…MSCI 선진지수 편입 ‘마중물’

정보의 투명성을 높여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하려면 지수 편입 후보군인 와치리스트에 1년 이상 올라야 한다. 평가 항목에는 시장 운영의 효율성, 정보의 흐름이 있는데, 국내 시장은 해당 항목에서 3년 연속 네거티브(개선 필요)를 부여받았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 기업 재무정보에 대한 공시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접근하기에는 제한이 많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XBRL이 도입되면 기본적으로 영문 코드와 숫자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어 기업 투명성의 측면에서 개선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인식 개선과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 이용자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또 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체 등 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미국은 회계 기준을 관리하는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에서 분류체계(택소노미·Taxonomy) 관리를 담당한다”면서 “국내에서는 금융감독원이 담당하고 있는데, 택소노미를 조금 더 전문적으로 만들고 유지 보수 및 연구 개발을 위해서는 명확한 제도와 역할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문 인력과 업무 경험을 통해 딜로이트안진이 XBRL 시장에서 리딩 퍼포먼스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미경 (kong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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