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선물한 승리' 글러브→무릎→글러브, '천운을 타고난 남자'...결정적 수비에 홈런까지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야구가 되는 날은 이렇게 수비해도 아웃 시킬 수 있다.
2-4, 2점 차로 따라붙은 키움이 8회초 2사 만루에서 LG 고우석이 등판하자 이형종을 대타 카드를 사용하며 승부수를 띄었다.
LG 출신 이형종은 고우석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빠른 볼에 강점이 있는 타자다. 이형종은 고우석의 초구 152km 패스트볼을 지켜본 뒤 2구째 153km 패스트볼에 거침없이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는 높이 떠올라 3루 파울라인 바깥쪽으로 향했다.
이 타구에 3루수 문보경과 포수 박동원은 서로 자신이 잡겠다며 콜을 외치며 쫓아갔다. 하지만 관중들의 함성이 너무 커서일까. 콜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두 선수는 충돌했고 문보경의 글러브 손바닥 쪽을 맞은 공은 그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문보경은 이날만큼은 천운을 타고난 남자였다. 글러브에서 튀어나온 공이 자기 무릎을 맞고 다시 튀어 올라 넘어져 있던 자신의 글러브 안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문보경을 칭찬할 수도 있지만 이건 보고도 믿기지 않는 하늘의 내린 선물이라고 봐도 될 만큼 진기명기 서커스 수비였다.
문보경의 결정적인 수비에 키움 더그아웃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고 LG 더그아웃에서 함성이 소리로 가득했다. 결국 LG는 문보경의 수비로 실점없이 막았고 결국 4-2 승리를 거뒀다.
이날 문보경은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한 문보경은 0-1로 뒤지던 3회 2사 2루서 맥키니의 7구째 130km 낮은 체인지업에 한 손을 놓으며 힘차게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6m짜리 역전 투런포를 기록했다. 결승타를 기록한 문보경은 최근 5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LG 5연승을 이끄는 행운의 남자다.
한편 최근 5경기에서 타율 0.391(23타수 9안타) 3홈런 9타점 6득점으로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문보경의 타격 밸런스는 매우 좋다. 타격 포인트가 앞에서 이뤄지며 상대 투수의 변화구에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다. 또한 한 손을 놓으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스윙을 하며 손목 힘으로 장타를 뽑아내고 있다. 공격에서 잘 풀리니 수비에서도 연이어 호수비가 나오고 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다소 부진했던 LG는 살아난 문보경과 함께 신바람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승리로 5연승을 기록한 LG는 2위 SSG(50승 1무 36패)와 승차를 3.5 경기로 벌이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공격과 수비, 그리고 천운까지 타고난 문보경.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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