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결혼자금 증여세 면제' 반대→검토 돌아선 野, 조건은?
정부의 신혼부부 증여세 면제 한도 확대 방안에 '초부자 특권 감세'라고 날을 세웠던 더불어민주당이 한 발 물러섰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검토해보겠단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세수 결손 대책'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어 여야간 조세 정책을 놓고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무조건 정부 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해보기로 당 내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부모·조부모가 결혼했거나 할 예정인 자녀·손주에게 물려주는 결혼 자금에 대해 기본 공제 5000만원에 추가 1억원까지 총 1억5000만원까지(양가 합산 최대 3억원)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한 '2023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저희도 증여세 감면 취지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면서도 "세수 결손 대책없이 추가 감세를 하는 것이현 시점에서 우리가 수용 가능한 안인지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 소속) 기재위 내부에서는 (세수 결손 대책) 부분이 해결되면 세법개정안을 전향적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전날 발언에서 크게 달라진 입장이다. 이 대표는 전날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자녀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안에 대해 "또 초부자 감세냐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며 "증여를 못 받아서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다. 혜택을 볼 계층은 극히 적고, 많은 청년에게 상실감과 소외감을 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8일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정부는 어제 발표한 세법 개정안 전면 재검토해달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긴축 재정을 유지하면서 여전히 감세를 통한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세법 개정안의 최대 수혜자는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이라며 "서민, 중산층, 취약계층 혜택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민주당의 시각에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결혼하는 자녀에게 각각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주는 양가가 '초부자'인가"라며 "새내기 부부마저 갈라치기 하나"라고 반박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새롭게 미래를 열어가는 청춘 남녀들의 '꿈'을 응원하겠다는 것, 미래 설계를 좀 더 계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아주겠다는 것, 새내기 부부의 자산 형성을 돕자는 것은 '빈부' 잣대로 들이댈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결혼을 장려해서 심각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 '특권'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가 청년 신혼부부에게 해야 할 '의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이날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번복한 것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출산으로 진입하는 첫 단계인 혼인으로 향하는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정부의 취지에 마냥 반대할 명분이 적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정책위 한 관계자는 "미래세대에 혜택 주자는 건데 끝까지 반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위에서 논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 침체로 상반기 세수 결손이 심각한 데다 하반기에도 회복 여부가 불분명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조7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함에 따라 법인세가 전년 대비 16조8000억원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신혼부부 증여세 면제 확대 등 2년 연속 감세 기조의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데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1월 발표한 '2022년 개정세법 심의 결과 및 주요 내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제 개편으로 2023년부터 5년간 총 64조4081억원(누적법)의 세수가 감소할 전망이다.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와 감세 정책이 함께 가기 어렵단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재위 관계자는 "신혼부부 증여세 면제 확대에 대한 찬반을 차치하고 전체 재정 기조와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재정준칙을 말하면서 중위소득, 현금 급여 정책을 올리는 실정"이라며 "조세 정책의 일관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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