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쌀값’ 오름세 수확기까지 갈까
20㎏들이 4만7220원 기록
열흘새 1.7%나 올라 ‘주목’
작년 가을 이후 ‘최대 상승’
민간업체 “비축미 방출을”
농식품부 “아직 계획 없다”
산지 쌀값이 본격적으로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하면서 수확기까지 오름세가 지속될지 이목이 쏠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25일 기준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20㎏들이 한포대에 4만7220원(비추정평균)으로 전순기인 15일(4만6436원)보다 1.7% 상승했다. 지난해 수확기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80㎏으로 환산하면 18만8880원, 지난해 10월 산지 쌀값 산정 방식을 개편하기 전에 적용했던 단순평균 기준으로는 80㎏들이 한가마당 19만1408원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매달 5·15·25일 정곡 20㎏ 가격을 기준으로 산지 쌀값을 공표한다. 단순평균은 조사 대상업체의 쌀값을 모두 더한 뒤 업체수로 나눠 평균값을 도출하는 셈법이다. 비추정평균은 단순평균 방식이 실제보다 쌀값이 과다 계상되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개편한 방식으로, 대상 업체의 유통량에 가중치를 매겨 쌀값을 계산한다. 따라서 단순평균 쌀값이 비추정평균 쌀값보다 다소 높게 산출된다. 2022년산 공공비축미 매입 등엔 기존 단순평균 쌀값이 적용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약속한 ‘올 수확기 80㎏들이 한가마당 20만원 수준’도 단순평균 기준이다.
지난해 수확기 이후 내림세를 보이던 산지 쌀값은 산지 재고 감소와 벼값 상승으로 5월 중순부터 꿈틀대기 시작했다.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5월15·25일엔 전순기보다 각각 0.5%·0.7%, 6월 5·15·25일엔 1.0%·0.3%·0.4%씩 올랐다. 잠시 주춤했던 오름세는 6월30일 정부의 2022년산 공공비축용 산물벼 전량 인수 발표 이후 탄력을 받았다. 정부양곡이 언제 쌀 유통시장에 풀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쌀값 상승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풀이된다. 7월5·15일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전순기보다 각각 0.6%·1.1% 뛰었다.
벼값도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5월 산지 벼 거래 가격은 40㎏들이 한포대당 6만1000원으로 4월(5만8000원)보다 5%가량 상승했다. 7월말 기준 벼값은 6만8000원대까지 올랐다는 것이 산지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농협 통합미곡종합처리장(RPC) 관계자는 “지난해 높은 값에 벼를 매입했던 일부 경기지역 RPC를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재고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벼값이 많이 오른 데는 40㎏들이 한포대당 7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벼값이 뛰자 일찍이 원료곡(벼) 재고가 바닥난 민간업체 등은 계속해서 정부양곡 방출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인수하기로 한 공공비축용 산물벼 12만8000t(쌀 환산량 기준)의 정부 양곡창고 이관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7월28일 기준 전체 산물벼 가운데 9200t을 1차로 인수했다. 당초 6만6000t을 인수할 계획이었지만 수해로 차질이 빚어졌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2차 인수 기간인 이달 14∼31일 남은 산물벼 11만8800t을 모두 인수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민간업체에서 산물벼 인도·공매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한 계획은 없다”며 “현재 산지유통업체 재고량은 30만t 정도로 전년·평년 대비 약간 적은 수준이지만 가격 추이 등을 고려했을 때 정부양곡을 방출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제 관건은 수확기까지 산지 쌀값이 상승세를 유지할 것인가다. 지난해 수확기 산지 쌀값이 폭락하면서 벼농가들이 큰 피해를 본 만큼 올해는 손해를 만회해야 하는 상황이다. 통계청의 ‘2022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산지 쌀값 하락으로 미곡 총수입이 전년 대비 13.5% 떨어졌다.
현장에선 지금 같은 추세라면 수확기까지 산지 쌀값이 상승세 또는 보합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남의 한 농협 통합RPC 대표는 “전남의 경우 8월말이면 재고를 모두 소진할 정도로 원료곡이 없어서 벼값과 쌀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지난해처럼 수확기 벼를 높은 값에 매입한 후 쌀값이 떨어져 큰 적자를 보는 악순환이 또 반복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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