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반복되는 물난리와 대우치수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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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장마가 끝이 났다고 한다.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이나 쏟아져 주택 침수 1780건, 도로·교량 피해 1235건, 산사태 841건 등과 함께 농경지 3만5000여㏊가 침수 피해를 입고 이 와중에 50여명의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산사태로 집이 쓸려가 입고 있는 옷이 전부라는 이재민들, 모래밭으로 변해버린 과수원과 농장, 물에 잠긴 시설하우스와 축사, 장마로 크게 늘어난 병충해 등등 피해자들의 애환도 안타깝지만 선진국 문턱에서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를 지켜보는 일도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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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이용·관리 등 종합대책 필요
이제는 ‘지구가 끓는 시대’ 돌입
탄소중립 등 구체적 실천 노력
논밭 배수 개선, 소류지 개발
보여주기식 아닌 선제적 정비를
올여름 장마가 끝이 났다고 한다.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이나 쏟아져 주택 침수 1780건, 도로·교량 피해 1235건, 산사태 841건 등과 함께 농경지 3만5000여㏊가 침수 피해를 입고 이 와중에 50여명의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산사태로 집이 쓸려가 입고 있는 옷이 전부라는 이재민들, 모래밭으로 변해버린 과수원과 농장, 물에 잠긴 시설하우스와 축사, 장마로 크게 늘어난 병충해 등등 피해자들의 애환도 안타깝지만 선진국 문턱에서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를 지켜보는 일도 민망하다.
정부는 집중호우 피해가 큰 13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대통령이 현장에서 수재민들을 위로하며 원상복구와 피해 농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정치권도 부랴부랴 수해방지 관련 법안을 처리하고 공직자와 국민들이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니 다행이다. 이런 국민적 관심과 노력을 바탕으로 조속한 복구와 지원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차제에 재해보험 및 보상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정교한 예보시스템과 물 이용·관리, 한차원 높은 재해대책을 추진하여 이런 우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몬순기후대에 속하여 봄 가뭄과 여름 장마 그리고 가을 태풍이 상례화되고 있다. 경사가 심한 산지가 많다보니 쏟아지는 빗물의 대부분을 바다로 흘려보내면서 비가 오면 홍수, 오지 않으면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지난 10년간 농업 재해 건수와 피해 면적, 복구비 자료를 보면 2013~2017년의 53건 14만3061㏊에 2461억원에서 2018∼2022년의 58건 62만5773㏊에 1조4509억원으로 재해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상당한 SOC 기반을 갖추고도 반복해서 재해를 입는 것은 하천을 비롯한 물관리체계가 복잡하고 수리시설이 부족한 데다 책임마저 불분명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사실 올해초만 해도 ‘되풀이되는 봄 가뭄을 막기 위해 항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얼마 후 홍수로 국민들이 쩔쩔매는 것이 우리의 물관리 실태이다. 농식품부는 6월 ‘농업생산기반 정비계획’을 발표하고 ▲논에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배수 개선 등 범용화기반 조성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물관리체계 개선 등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이를 구현할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엇이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이제는 ‘지구가 끓는 시대(The era of global boiling)’에 돌입했다고 한다. 폭우로 인한 피해가 연간 26조4000억원이 될 수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는 만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 등 구체적인 실천 노력과 함께 통합 물관리시스템의 정착으로 수자원 개발과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관리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특히 농업분야는 낡은 저수지와 취입보·흙수로 등 수리시설의 보강과 논·밭의 배수 개선, 소류지 개발 등이 시급해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물은 소중한 자원이고, 치수는 국가경영의 근본이다. 타성에 젖은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그것도 전향적이고 과감하게 시설과 시스템을 정비하며 필요할 때 제대로 작동되도록 확인하고 점검해야 한다.4000여년 전 범람하는 홍수 때문에 고심하던 중국 하나라의 순임금은 우(禹)에게 황하의 물을 다스리도록 했다. 책임을 맡은 13년간 남루한 의복에 조악한 음식으로 연명하면서 직접 연장을 들고 정강이 털이 다 빠지도록 현장을 누빈 끝에 산을 갈라 물길을 열고 강과 하천을 연결해 물을 다스린 대우치수(大禹治水)의 지혜와 용기, 백성의 삶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립다. 그는 물에 빠진 사람을 보면 마치 자신이 빠뜨린 것처럼 안쓰러웠다고 한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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