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나는 日 여자 축구 이유 있었다
나데시코(Nadeshiko)는 ‘패랭이꽃’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일본인들은 고대부터 들꽃 나데시코를 여성과 연결지었고, 이는 강인하고 반듯한 여성을 이르는 말로 점차 굳어졌다. 2004년 공모를 통해 일본 여자 축구 대표팀엔 ‘나데시코 재팬’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나데시코 재팬은 2011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정점을 찍었다.
12년 만의 영광 재현에 나선 일본 여자 축구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세계 11위 일본은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11골 0실점)으로 C조 1위를 차지했다. 잠비아(77위·5대0), 코스타리카(36위·2대0)는 상대적 약체라 일본의 낙승이 예상되긴 했다. 그런데 지난달 31일 스페인(6위)을 4대0으로 잡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발롱도르 2년 연속(2021·2022) 수상자인 알렉시아 푸테야스(29·바르셀로나) 등 스타들을 내세운 스페인은 작년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1대2 패배에 이어 여자 월드컵 무대에서도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
성공적인 세대 교체가 나데시코 재팬의 비상(飛上)을 이끌었다. 이번 대회 일본 선수단 평균 연령은 24.8세. 32국 중 넷째로 어리다. 2015년 월드컵 준우승 당시 평균 27.7세였던 선수단 나이를 3살가량 떨어뜨렸다. 이번 대회 득점 선두 미야자와 히나타(4골·마이나비 센다이), 2골을 넣은 우에키 리코(도쿄 베르디)는 모두 24세 어린 선수. 둘 다 이번이 월드컵 첫 출전이다.
잠비아와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볼 점유율을 높였던 일본은 패스 플레이에 능한 스페인을 맞아 맞춤 전략을 꺼냈다. 점유율(21%-68%·경합 11%)과 패스 시도 횟수(265회-925회)에서 모두 크게 밀렸지만 탄탄한 수비 조직력으로 무실점했다. 발 빠른 선수들을 앞세운 역습으로 골을 사냥했다. 스페인 매체들은 “일본은 잘 짜인 조직력과 실용적인 전술로 스페인을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이케다 후토시(53) 감독의 리더십도 조명받고 있다. 그는 2017~2021년 일본 U-19, U-20 대표팀 감독을 맡아 어린 선수에 대한 이해가 높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약 1년 가까이 전술을 짰는데, 스리백(최종 수비 3명)을 구축하면서 선수들과 끊임없이 논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일본 주장 구마가이 사키(33·AS 로마)는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감독님은 선수 의견을 들은 뒤 길을 제시한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지도자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일본은 오는 5일 북유럽 강호 노르웨이(12위)와 16강전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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