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야신 김성근 “야구는 내 심장, 야구가 있어야 산다”

강호철 스포츠부 선임기자 2023. 8. 2.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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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철의 스포트S라이트]
지난달 26일 만난 김성근 감독은 지금도 야구장으로 가는 길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그는 “몸이 허락하는 한 그라운드에 서고 싶다. 시간이 아까워 한 순간 한 순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김성근 감독(81)은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감독 어드바이저 생활을 마치고 “50년 넘게 야구 코치, 감독으로 살았다. 이제 그라운드를 떠날 시간”이라며 지도자 생활을 마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국내에 들어온 뒤에도 여전히 ‘야구’를 하고 있다. 한 방송사 야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은퇴한 최고 스타급 선수들을 지휘한다.

80세 넘은 나이에도 변함없는 열정과 치열한 승부욕이 사람들에게 재미를 넘어 감동마저 전해준다. 김 감독은 “내게 야구는 심장과도 같다. 심장이 움직여야 사람이 살 수 있듯 나는 야구가 있어야 산다”고 했다.

−일본에서 돌아오기로 결정했을 때 완전히 지도자로서 은퇴한 줄 알았다.

“처음엔 (방송 출연) 거절했다. 야구로 장난치는 거 못 보니까. 그런데 은퇴한 선수들 뛰는 모습에서 진지함이 느껴지더라. 다들 최고 스타 아니었나. 이들이 나이를 거슬러 열심히 뛰는 모습이 뭔가 사회적으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일본 소프트뱅크 감독 자문역을 그만둔 이유가 궁금하다.

“나는 매일 야구장 가는 길이 제일 즐거운 사람이다. 5년 전 소프트뱅크에 갔을 때 정말 흥미로운 것도, 배울 것도 많았다. 그런데 그런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줄어들었다. 야구 지도자라는 게 뭔가 자기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활동 폭도 점점 줄어들더라. 언제부터인가 야구장 가는 길이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왕정치(王貞治·오 사다하루) 회장은 계속 같이 가자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가장 좋을 때 떠났다고 생각한다.”

야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한 김성근 감독./김지호 기자

−프로그램 보는 사람들이 진짜 야구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스타 출신 선수들이 슬슬 하면 사람들이 그걸 보고 뭘 느낄 수 있겠나. 선수들이 지난해엔 훈련도 제대로 안 했더라. 그래서 1월부터 훈련 시간표를 만들었고,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줬다. 선수들에게 ‘돈(출연료) 받으면 프로 아니냐’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잘 모르기 때문에 프로 때보다 더 열심히, 오래 준비하고 있다.”

−5년 만에 국내 야구를 본 느낌이 어떤가.

“귀국한 다음 시간을 내서 목동야구장에서 고교 야구 경기를 봤다. 그런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춤추고 그러더라. 도대체 뭐 하나 싶었다. 그런데 감독·코치가 가만히 있는 모습이 더 충격적이었다. 교권(敎權)이 땅에 떨어졌다고 하는데 야구장에서도 마찬가지 같다. 잘못된 모습을 봐도 이곳저곳 눈치 보고, 고치려 들지 않는다. 물론 지도자들이 소신 있게 가르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

−한국 프로 야구의 현재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

“이른바 잘한다고 하는 타자들 폼이 다 붕 떠있다. 모두 큰 것 한 방만 노린다. 한 수도권 팀 베테랑 선수는 정신도 글러먹었고, 폼도 망가졌더라. 그 팀 코치에게 연락해 ‘너는 프로에서 끝났다. 차라리 우리 팀에 와서 뛰어야 할 것 같다’는 말 전하라고 했다. KBO는 내실을 기하기는커녕 쇼잉(showing)만 하려 든다. 메이저리그팀 우리 나라에 와서 경기한다고 한국 야구가 발전하나?”

−언제까지 그라운드에 서 있을 것 같은가.

“몸이 허락한다면. 아직도 나는 펑고 친다. 그래도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그러지 않았는데, 요즘은 조금씩 내 나이가 머릿속에 들어온다. 내가 지금 선수들하고 몇 년이나 같이하겠나 싶다. 그래서 지금 한순간 한순간을 집중하고 있고, 더욱 시간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성근 감독. /김지호 기자

재일 교포였던 김성근 감독은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혈혈단신 한국에 건너왔다. 어깨 부상으로 일찍 선수 생활을 마감한 그는 27세이던 1969년 마산상고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국내 KBO 리그 통산 성적은 1386승 1212패 60무. SK 사령탑으로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궜다. 타고난 승부사인 그에겐 늘 선수 혹사 논란이 따라붙지만, 수많은 선수가 그의 조련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했다. 김 감독은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상대 팀 선수들에게도 틈만 나면 원 포인트 레슨을 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김 감독은 “만약 TV 출연을 안 했다면 아마 전국을 돌면서 초중고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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