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정부 멀쩡한 세종보 열어… 세금 250억 흘려보냈다
지난 31일 오후 금강 세종보(洑)의 수문은 완전히 열린 채 강바닥에 붙어 있었다. 다시 물을 막기 위해 수문을 90도로 세우려면 24억~35억원의 수리비가 든다. 세종보는 세금 1287억원을 들여 2012년 완공됐지만, 문재인 정부의 보 해체 결정 과정에서 2018년 4월 완전 개방됐다. 지금은 콘크리트 몸체만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어 옛 모습을 잃었다.
세종보 수문은 강바닥 아래 배관으로 기름을 보내 압력을 가하면 실린더 94개가 수문을 여닫는 유압식(油壓式)이다. 장기간 방치로 못 쓰게 됐다. 무리하게 가동하면 배관과 실린더가 폭발해 기름이 하천으로 유출될 수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장마 때 내린 비가 빠진 뒤 토사를 퍼내고 안전 진단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 정부가 해체 결정된 보를 원상 복구하겠다고 했지만 세종보는 빨라도 내년 상반기는 돼야 다시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세종보 완전 개방에 따른 순손실은 25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멀쩡한 보를 망가뜨린 대가를 국민이 치러야 한다. 세종보는 ‘물을 가두는 보’와 ‘보의 물로 전력을 생산하는 소수력발전소’로 구성돼 있다. 소수력발전은 문 정부가 2017년 말 ‘보 개방 모니터링’을 하면서 중단됐다. 2017년 말부터 올해 7월까지 68개월 동안 보가 정상 작동했을 때 생산 가능했던 5만2308MWh(메가와트시)의 전력이 날아갔다. 작년 전력 평균 단가로 계산하면 95억원의 전력 수익이 증발한 것이다.
고장 난 수문을 수리하는 데도 최대 35억원이 들어간다. 강바닥의 각종 장비를 점검하기 위한 준설 비용 15억원과 장비 교체 비용이다. 전임 정부가 수문 기능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가동만 했더라도 아낄 수 있었던 세금이다. 세종보의 물 가두는 기능을 없애놓고 ‘돌보(洑)’라는 구조물을 세우기도 했다. 세종보 인근에 공급할 물이 줄어들자 보 상류에 말 그대로 돌을 쌓아 12m짜리 임시 보를 만든 것이다. 돌보는 집중호우 때 일부 유실됐다. 이런 돌을 쌓는 데 1억6000만원을 썼다.
전임 정부는 세종보에서 쓰던 물을 다른 곳에서 끌어오기 위해 118억원을 들여 인근 양화취수장을 확장하기도 했다. 양화취수장 개선 사업은 2024년 8월 끝난다. 세종보가 있었으면 양화취수장에 118억원을 추가로 쓸 필요도 없었다. 이렇게 불필요하게 허비한 세금이 총 250억원이다. 세종보를 복구하지 않으면 보를 짓는 데 쓴 공사비 160억원, 발전소 건설비 92억원 등 252억원도 손실이 될 수 있다.보와 발전소 자체는 다시 쓸 수 있다. 따라서 세종보를 복구하는 것이 가장 최선인 셈이다.
금강 공주보도 완전 개방됐지만 수문 여닫는 방식이 ‘리프트식’이라 재작동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주보도 소수력발전소 설비에 이물질이 많이 들어가 추가 수리비가 필요하다. 소수력발전소를 가동하지 않아 잃은 전력 수익은 세종보와 마찬가지다. 문 정부는 2021년 1월 금강 세종보·공주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해체를,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을 결정했었다. 현 정부는 이 보들을 원상 복구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음 달 20일 홍수기가 끝나면 보에 대한 정밀 조사를 통해 10월 말까지 세부적인 공사 금액을 산정할 예정”이라며 “이때 산출된 금액은 내년도 환경부 보 유지 관리비 예산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환 의원은 “4대강 사업을 적폐로 몰아 무작정 해체하려고 했던 지난 정부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면서 “자연을 이념적으로 다루지 말고 치수(治水)와 안전에 집중한 지류·지천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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