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폭염 경보 ‘심각’

박상현 기자 2023. 8. 2.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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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병 등 더위에 20여명 숨져
오늘도 낮 최고기온 36도 예보
행정안전부가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올린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바닥분수대에서 어린이들이 열대야를 피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연합뉴스

행정안전부는 1일 심각해지는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폭염으로 심각 경보가 발령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행안부는 폭염 상황에 대비해 1일 오후 6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단계를 가동했다. 이날 경기 여주군 점동면에선 기온이 38.4도까지 치솟았다. 소방청 등에 따르면 1일까지 20여명이 열사병 등 온열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온열 질환 사망자(9명)를 이미 넘어섰다.

중대본은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사회 취약 계층과 공사장 야외 근로자, 고령 농업인 등에 대한 관리 대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폭염으로 고령 농업인과 야외 근로자의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중대본 관계자는 “햇볕이 뜨거운 낮 시간대에는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일에도 폭염이 맹위를 떨칠 전망이다. 동중국해에서 북상 중인 6호 태풍 ‘카눈’이 우리나라로 뜨거운 수증기를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이 느리게 북상할수록 고온다습한 공기가 더 오래, 더 많이 들어와 폭염은 점점 심해질 수 있다. 2일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22~27도, 낮 최고기온은 32~36도로 예보됐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일 서울 중구 서울역희망지원센터 복도에서 노숙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뉴시스

태풍 ‘카눈’은 6일까지 대만 북동쪽 동중국해에서 정체하면서 우리나라로 계속 열기를 불어넣겠다. 현재 우리나라 남쪽 해상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도가량 높아 태풍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다. 다만 카눈은 거대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에 가로막혀 북진하지 못하고 있다. 6일 이후 카눈의 경로는 각국마다 예상이 다른 상황이다. 현재는 일본 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지만 제주도 등이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최근 발달한 태풍은 육지 상륙을 앞두고도 세력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2일 오후부터 저녁 사이 일부 지역에선 소나기 예보도 있다. 서울, 인천, 경기, 강원 내륙·산지, 충청권, 전북, 전남 서해안 등이다. 예상 강수량은 경기 남부 내륙·대전·세종·충남·제주도 5∼40㎜, 강원 남부 내륙과 산지·충북·광주·전라·대구·경상 내륙 5∼60㎜다.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집중 호우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 제주도·서해 남부·남해 앞바다에는 높은 물결이 해안으로 밀려올 수 있어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티베트 고기압의 고온 건조한 공기와 북태평양 고기압의 고온 다습한 공기가 각각 대기 상·하층으로 들어오고, 강한 햇볕으로 지표가 달궈지면서 한증막에 갇힌 듯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11일까지 전국 최고기온이 35도 안팎을 기록하겠고, 도심지와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熱帶夜)가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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